나만의 정원 같은 고성 상리연꽃연못
나만의 별자리처럼 나만의 정원이 있습니다. 언제 찾아도 넉넉한 곁을 내어주는 고성 상리연꽃연못이 그렇습니다. 무더운 여름의 열기를 품고 내뿜는 연꽃도 아름답지만 연꽃을 피우기 전의 꽃봉오리를 머금은 모습도 예쁩니다. 온 산과 들이 민낯을 드러내는 겨울에도 찾아가면 박대하지 않습니다. 이름만 떠올려도 마음속에 평온이 밀려옵니다.
사천시 사천읍과 고성군 고성읍 사이에 있는 상리면에 있는 연못은 면소재지에 있습니다.
연못은 한눈에 다 들어올 정도로 아담합니다. 아담한 연못을 천천히 걷을려 하면 곳곳에 씌인 글들이 걸음과 눈길을 먼저 붙잡습니다.
연꽃은 날 때부터 다르다는 <생이유상(生已有想)> 은 스스로 낮추어도 존재가치를 알 수 있는 연꽃 같은 사람이 되자고 넌지시 권합니다.
덩달아 곳곳에 놓인 벤치 등은 넉넉한 시간 사치를 누리게 합니다. 징검다리를 장난스레 폴짝폴짝 뜁니다. 마음도 둥실둥실 날아가는 듯합니다.
북쪽으로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줄지어 선 아래로 가자 깊은 그늘이 시원한 바람을 한 줌 선물합니다. 덕분에 몸과 마음이 개운해집니다.
허리를 숙이자 노란 들꽃들이 환하게 웃으며 알은체하며 반깁니다. 창포꽃들이 더불어 노랗게 물들입니다.
노란 창포꽃 곁을 지나자 분홍빛 수련 꽃들이 모습을 하나둘씩 드러냅니다. 황홀합니다. 열심히 살아가는 열정이 담긴 듯 경이롭습니다.
수련 꽃봉오리를 지나자 토끼풀꽃들이 하얗게 펼쳐집니다. 시원한 눈이라도 한바탕 내린 양 온통 백색입니다. 바라보는 내내 마음의 얼룩도 지웁니다.
연못을 가로지른 나무 데크 산책로로 향하자 물 위를 걷는 기분입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넉넉하고 아늑합니다.
연못 남쪽의 화단에서 다시 숨을 고릅니다.
숨 고르는 여유 덕분인지 발아래 아기똥풀들이 노랗게 눈에 들어옵니다. 노란 생명력이 싱그럽습니다.
싱그러운 기운을 담아 근처 돌탑에 바람 하나 올렸습니다.
연못 가운데 놓인 정자, 지락정(知樂亭)으로 걸음을 찬찬히 옮깁니다. 오가는 바람이 달곰합니다. 묵은 찌꺼기를 날려버립니다.
정자에 앉아 오가는 바람과 인사를 나누며 가져간 캔 커피를 마십니다. 야외 카페라도 온 듯 고즈넉한 풍광이 일상 속 긴장의 끈을 풀게 하고 넉넉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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