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머물고 발길 끄는 김해 반룡산공원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결에 설핏 봄이 묻어 있습니다. 이름만 떠올려도 설레는 봄. 봄을 느끼러 눈길 머뭄고 발길 이끄는 김해 반룡산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입구에서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 저만치에서 봄을 알리는 매화가 눈길과 발길을 먼저 이끕니다. 본디 기다림은 깁니다. 기다림 끝에 만나는 봄은 더욱더 고맙고 소중한지 모르겠습니다.
본격적으로 야트막한 언덕 같은 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등 뒤로 봄 햇살이 밀어주듯 함께합니다.
어디로 걸어도 좋은 산자락에 봄기운이 소복소복 쌓였습니다.
몇 걸음 옮기지 않았는데도 발걸음을 붙잡는 어린이놀이터와 함께하는 물 흐르는 잔디마당이 있습니다.
햇살이 곱게 드리운 마당 너머로 일상이 꿈틀거리는 우리네 삶터가 보입니다.
고개 들어 올려다본 하늘은 푸른 빛을 뚝뚝 떨어뜨릴 듯 해맑습니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한달음에 어느 깊은 산속에라도 온 듯합니다. 넉넉한 숲속의 기운이 좋습니다.
반룡산 정상까지 2km라는 이정표가 발길을 이끕니다. 옆으로 야생 멧돼지 발견 시 대처요령이 함께합니다.
산이 깊고 숲이 넉넉한 까닭일지 모르겠습니다. 굳이 정상으로 올라갈 필요가 없습니다.
전망대 긴 의자에 앉았습니다. 해바라기처럼 햇살을 온몸과 마음으로 샤워하듯 받아들입니다.
덕분에 몸과 마음은 보약 한 첩을 지어 먹은 듯 개운합니다. 가져간 캔 커피가 달곰합니다.
전망대에서 숲 자락을 걷습니다. 매화가 하얀 팝콘처럼 피어 봄소식을 전합니다.
아이들이 아버지와 어머니 손을 잡고 걸어옵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거닐기 좋은 공원입니다.
걸음은 잠시 근대 한옥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화산정사로 향했습니다.
한옥이 주는 친근한 여유와 멋을 느낍니다.
화산정사 주위를 거닐며 신발 너머로 전해오는 흙이 주는 넉넉한 품성을 온몸으로 느낍니다.
다시금 공원으로 향합니다.
가을이며 핑크빛으로 물들 핑크뮬리가 갈대처럼 바람 장단에 맞춰 춤을 춥니다.
문득 고개 들어 가로등을 올려다보자 큰 눈을 부릅뜬 장승의 눈을 가진 가로등이 물그러미 내려다봅니다.
풍성했던 나뭇잎과 화려했던 꽃잎이 진 민낯의 나무들 사이로 배롱나무가 보입니다. 앙상한 가지는 봄을 머금고 뜨거운 여름의 열기를 더해 진분홍빛으로 필 때를 기다리는 모양새입니다.
우리 가슴에 아직 봄이 멀게 느껴진다면 지금 당장 이곳으로 찾아 밀려오는 봄기운을 와락 안아볼 일입니다. 기다림 끝에 살금살금 다가오는 봄기운에 기분 좋게 취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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