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고르다 넉넉하게 - 사천 두량생활환경숲
진주와 사천의 경계에 있는 두량저수지는 아늑합니다. 인근의 강주연못과 달리 번잡하지 않고 조용합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나를 돌아보기 좋은 곳입니다.
저수지 한쪽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 벌써 인근 두량 생활 숲의 푸른 기운이 와락 안깁니다.
등 뒤로 햇살이 내립니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자 다람쥐 쳇바퀴 살아온 일상의 더께는 사라집니다.
고개 들어 올려다본 하늘은 푸릅니다. 소나무 푸른 빛에 하늘의 파란 기운이 더해 더욱더 싱그럽습니다.
소나무의 맑은 기운이 부드러운 흙길에 곱게 쌓입니다. 걷는 걸음걸음마다 정갈해집니다.
정자에 앉아 숨을 고릅니다. 신선이 따로 없습니다.
아이들이 뛰놀기 좋은 놀이터는 잠시 겨울잠을 자는 듯 고요합니다.
곳곳에 쉬어가기 좋은 그네 의자와 쉼터가 걸음을 붙잡습니다. 돈은 없어도 오늘 이곳을 찾은 우리는 넉넉한 시간 사치를 누립니다.
햇살이 넉넉하게 내려앉는 벤치에 앉았습니다. 가져간 캔커피를 마십니다. 달곰합니다. 오가는 바람이 건네는 정겨운 인사를 덩달아 마시는 기분입니다.
나뭇잎들이 갈색으로 켜켜이 쌓인 흙길은 즐겁습니다.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밟는 걸음마다 나뭇잎들이 내는 경쾌한 노랫소리는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는 기분입니다.
어느 쪽으로도 그만인 아늑한 풍경 덕분에 몸과 마음은 가볍습니다.
마치 깊은 산속에라도 온양 숲은 푸르고 맑습니다. 세탁기 속에 들어온 듯 몸과 마음을 해맑게 씻기는 기분입니다.
저수지로 향하자 얼음이 꽁꽁 얼어 있습니다.
저수지 제방 수문 공사가 한창입니다.
멋들어진 구름다리를 건너지 못해 아쉽습니다. 구름다리를 건너 진주 쪽으로 향하면 다시금 넉넉한 나무들에 둘러싸인 쉼터가 있는데 다음을 기약해야 할 듯합니다.
사천시민들이 문득 부러워집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큰돈 들이지 않아도 언제나 찾아와도 넉넉하게 맞이하는 아늑한 공간이 있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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