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했던 몸과 마음을 뽀송뽀송하게 만든 사천 초전공원
이름도 떠올려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곳이 있습니다. 일상 탈출하기 좋은 사천 초전공원이 그런 곳입니다.
너와 나의 비밀정원 같은 공원에 들어서자 눅눅했던 마음이 맑고 개운합니다.
어디를 걸어도 싱그러움이 밀려오는 공원. 짙은 그늘이 주는 넉넉한 길을 따라 녹색 기운이 밀려옵니다.
금방이라도 녹색물이 뚝뚝 떨어질 듯한 풍경 덕분에 마음이 넉넉해집니다.
바람이 쉬리릭 지납니다. 갈대들이 바람 따라 몸을 뉘고 일어서며 합창을 합니다. 샤르륵 샤르륵. 갈대의 합창에 발걸음은 더욱더 가벼워집니다.
데크 산책로를 따라 연못을 거니는 기분도 상쾌합니다. 물 위를 걷는 기분입니다.
야트막한 언덕으로 들어서면 깊은 숲속에라도 온 듯 아늑합니다.
늦여름에 들어선 나무들이 온 신의 힘을 다해 마지막 남은 녹음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울창하고 싱그러운 숲길을 걸자 보약 한 첩을 마신 듯 개운합니다.
곳곳에 놓인 긴 의자가 잠시 쉬어가라 유혹입니다. 가져간 캔 커피를 마시며 주위 풍경을 천천히 눌러 담습니다.
여름의 절정을 내달리는 와중에도 진분홍빛 배롱나무꽃들의 화사한 꽃망울이 마음을 핑크빛으로 물들입니다.
공원 내 연못에 수줍은 듯 살포시 고개를 내민 연꽃이 아름답습니다. 조선 시대 실학자인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선생은 더위를 물리치는 방법 여덟 가지(소서팔사‧消暑八事)를 소개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서쪽 연못의 연꽃 구경하기 ‘서지상하(西池常夏)’입니다. 굳이 다산 선생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연못 속 연꽃 구경은 여름 더위를 잊게 합니다.
더울수록 고운 자태 뽐내는 여름꽃, 연꽃에 빠져 있는데 비가 내립니다. 우산도 없습니다. 우두둑우두둑 한바탕 퍼붓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빗줄기가 힘찹니다.
그런데도 조급하지도 않습니다. 공원 한쪽 정자에 앉았습니다. 돈은 없더라도 비를 핑계로 시간 사치를 누리기로 작정했기 때문입니다.
정자에 앉아 빗줄기 내리는 속에서 주위 풍경을 봅니다. 시원합니다.
시원한 풍경을 보다 눈이 멈춘 곳이 있습니다. 연잎이 저를 보고 인사를 하는 듯 고개를 숙입니다. 덩달아 고개를 숙이고 자세히 봅니다. 하늘에서 내린 빗물을 가운데 모았다가 넘칠 듯하면 고개 숙이듯 앞으로 쏟아냅니다. 능력 밖의 과분한 것을 움켜쥐고 있는 제가 부끄러워집니다.
비 그치자 다시금 거닙니다. 초전공원은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곳입니다.
숲이 그리울 때, 마음의 평온이 필요할 때 찾으면 더욱더 위안 줍니다. 여름 장마에 지친 눅눅했던 몸과 마음을 뽀송뽀송하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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