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이황 처가 동네에 세워진 의령 덕곡서원
기분을 바꾸려면 여행이 최고입니다. 더구나 생각을 바꾸는 뜻깊은 여행을 나선다면 공간 속에 깃든 자취를 찾아보는 게 좋습니다. 퇴계 이황 선생의 덕행을 찾아 의령으로 향했습니다.
의령은 퇴계 선생의 처가입니다. 선생은 스물한 살 때 동갑내기 의령 가례면의 허 씨 부인을 아내로 맞았습니다. 허 씨 부인은 결혼 6년 뒤 두 아들을 남기고 세상을 등집니다. 선생은 일찍 세상을 떠난 부인을 대신해 장인, 장모에게 극진했고 처가의 대소사를 살뜰히 챙겼다고 합니다. 가례면에는 퇴계 선생이 처가에서 낚시하며 가례동천(嘉禮洞天)이라 새긴 큰 바위가 있습니다.
의령의 명소는 충익사와 의령천 일대입니다. 의령천 구름다리 옆으로 난 다리는 온통 꽃길입니다. 다리 위 화분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는데 진분홍빛 꽃들이 화사하게 반깁니다.
다리를 건너자 오른편으로 돌담과 기와집들이 눈길을 끕니다. 덕곡서원(德谷書院)입니다.
1656년(효종 7) 의령 현감 윤순거(尹舜擧)가 덕곡촌(德谷村) 입구의 경승지에 퇴계 이황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며 창건했습니다. 1660년(헌종 1) 사액서원이 되었지만,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1871년(고종 8) 목조건물 전부가 철거되었습니다. 1902년(고종 39) 유림이 강당과 솟을대문을 복원하고 1992년 사우각(祠宇閣)을 재건하고 동서재도 최근에 복원했습니다.
서원 외삼문에는 앙지문()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습니다. 높은 산은 우러러볼 만하고 큰길은 갈 만하다는 '시경(詩經)'의 "고산앙지 경행행지(高山仰止 景行行止)"에서 따온 말입니다.
앙지문을 지나면 오른쪽에 동재가 있고 가운데 강당이 있습니다.
강당은 정면 5칸, 측면 2칸의 우물마루와 팔작지붕입니다.
서재는 동재와 뚝 떨어진 약간 구릉진 쪽에 있습니다.
서재 옆 계단 위로 사당인 경덕사가 있습니다. 사당에는 매화와 국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매화 문양을 보니 "매화분에 물을 주어라."라고 하신 임종직전 당부하신 퇴계 선생이 말씀이 떠오릅니다. <선비가 사랑한 나무(강판권 지음 / 한겨레출판사 펴냄 >를 보면 선생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매화나무를 만진 채 지그시 눈을 감고 한참 동안 있었고, 아들에게 자신처럼 나무를 만져보게 한 뒤 비로소 눈을 감았다고 합니다.
서원을 나와 담장을 따라 천천히 거닙니다. 고즈넉한 담장 너머로 선현들의 삶이 엿보입니다.
의령천의 시원한 바람이 오갑니다. 오가는 구름도 덩달아 쉬어갑니다. 서원이라는 공간 속에 깃든 퇴계 선생의 덕행을 떠올리며 실천을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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