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퇴계 이황, 사천에 머문 흔적을 찾아-사천 작도정사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20. 1. 14.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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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이황, 사천에 머문 흔적을 찾아-사천 작도정사

 


 사천 작도정사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했습니다. 지금과 달리 나이에 따른 예우가 남달랐던 조선 시대에 31살의 나이 차이는 의미가 없었습니다. 1532년 당시 곤양군수인 관포(灌圃) 어득강(魚得江, 1470~1550)은 퇴계 이황(退溪 李滉, 1501~1570)을 초대했습니다. 퇴계 이황이 머문 더듬어 사천 작도정사(鵲島精舍)를 찾았습니다.

 


사천 곤양면에서 서포면으로 가는 길에 작도정사가 있다.

 


사천 작도정사 입구

 

곤양면 소재지에서 서포면 쪽으로 향하는 벚나무가 심어진 길가에서 멈췄습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야트막한 언덕 앞에 퇴계 이황 장구소(退溪李先生杖屨所)’ 비석이 하나 서 있습니다.

 


사천 작도정사 입구에 있는 퇴계 이황 장구소(退溪李先生杖屨所)’ 비석

 

비석 뒤편에 작도정사가 있습니다. 1928, 퇴계의 자취를 기리기 위해 유림이 세웠다가 1954년 지방 유지들에 의해 다시 복원해 현재에 이릅니다.

 


사천 작도정사가 있는 야트막한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에 만난 감나무에 가을빛이 깃들었다.

 

언덕 위로 올라가는 계단 옆으로 감이 익어갑니다. 주황빛에 가을이 깃든 모습입니다.

 


사천 작도정사가 있는 야트막한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에 만난 들꽃의 노란 인사가 정겹다.

 

발아래에는 노란 들꽃이 어서 오라는 듯 반깁니다. 들꽃의 인사를 받으며 올라서면 바로 작도정사가 보입니다.

 


사천 작도정사는 인근 곤양향교에서 관리하고 있다.

 

문은 잠겨 있습니다. 야트막한 담장에 굳이 까치발을 하지 않아도 안이 훤하게 보입니다. 마당은 풀들이 기세등등하게 솟아 있고 지붕에는 보수 중인지 파란 천막이 씌워져 있습니다.

 


사천 작도정사 솟을 대문.

 

휑한 모습이 여기가 퇴계가 머문 자리인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명 450년이 훌쩍 넘은 그 시절 31살의 나이 차이는 물론이고 아직 벼슬길에도 오르지 않은 시골 선비였던 퇴계를 관포가 직접 초대했습니다. 퇴계와 나이를 초월해 친교를 맺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사천 작도정사

 

까치섬(작도鵲島)에서 생선회도 먹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가을걷이가 끝난 휑한 논으로 변했습니다. 일본 제국주의 강제 점령기에 갯벌을 간척해 평야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당시의 운치를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사천 작도정사

 

다시금 언덕을 내려와 들판에 섰습니다. 한 줄기 바람이 시원하게 비집고 들어옵니다. 생선회를 먹으면서 퇴계는 시로 남겼습니다.

 


퇴계 이황과 관포 어득강이 만나 생선회를 먹었던 곳은 일제 때 간척지를 개간해 논으로 변했다.

 

論潮汐(논조석) 밀물과 썰물에 대해 논하다.

 

鵲島平如掌(작도평여장) 작도는 작은데 손바닥처럼 평평하고

鰲山遠對尊(오산원대존) 오산은 멀리 마주하여 우뚝하구나

終朝深莫測(종조심막측) 하루아침 동안에도 깊이를 헤아리지 못하니

自古理難原(자고리난원) 예부터 이치란 궁구하기 어려운 것

呼吸地爲口(호흡지위구) 숨 한 번 쉴 사이에 땅이 포구가 되고

往來山作門(왕래산작문) 조수 들락날락하는 곳에 산은 문이 되네

古今多少說(고금다소설) 고금의 많은 주장 가운데서

破的竟誰言(파적경수언) 결국 누구의 말이 정곡을 찌를 것인가?

 


사천 작도정사에는 31살의 나이를 초월한 관포 어득강과 퇴계 이황의 친교가 떠오른다사진은 작도정사 앞 피라칸다.

 

퇴계의 시를 나지막이 읊조립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기분입니다. 작도정사 앞 피라칸다의 열매들이 가을을 품고 붉게 물들었습니다. 알알이 영근 사랑이라는 피라칸다의 꽃말처럼 퇴계와 관포의 나이를 초월한 친교를 떠올립니다. 바람과 햇살이 키운 들판의 황금을 가득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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