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여유가 깃든 나만의 비밀정원 – 사천 두량저수지
한 해의 절반을 훌쩍 보낸 7월 어느 날. 바쁜 일상을 벗어나 여유를 즐기고 싶어 나만의 비밀정원 같은 사천 두량저수지를 찾았습니다.
사천시 사천읍 두량리와 진주시 정촌면 예상리에 걸쳐 있는 두량저수지
두량저수지는 진주시와 사천시의 경계에 있습니다. 진주 강주연못이 인근에 있지만, 그곳보다 덜 알려진 곳입니다. 그런데도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 시구처럼 두량저수지는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곳입니다. 저수지 한쪽 벤치에 앉아 저수지를 바라보노라면 금세 마음의 여유를 되찾기 좋습니다.
사천 두량저수지 입구에 있는 생활환경 숲 안내도
두량저수지는 사천시 사천읍 두량리와 진주시 정촌면 예상리에 걸쳐 있습니다. 이 일대 논밭에 물을 대주는 역할을 합니다. 두량저수지 입구에 이르면 두량 생활환경 숲이 먼저 넉넉한 어머니 품처럼 반깁니다. 숲속으로 들어서면 녹색 물빛이 뚝뚝 떨어지는 듯한 풍광이 눈에 들어옵니다.
사천 두량 생활환경 숲 여기저기에는 쉬어가기 좋은 벤치와 평상 등이 있다.
숲속 여기저기에는 쉬어가기 좋은 벤치와 평상 등이 걸음을 붙잡습니다. 어디에서 쉬어도 평화롭습니다.
사천 두량 생활환경 숲 내 놀이터
숲속 한쪽에는 아이들이 뛰놀기 좋은 놀이터가 자리 잡았습니다. 숲과 함께 즐겁게 뛰놀 아이들의 모습이 설핏 지납니다.
사천 두량 생활환경 숲에서 만난 홍가시나무 산책로
놀이터 주위로 붉은빛을 담은 홍가시나무 산책로가 눈에 들어옵니다. 태양을 품에 안은 듯 붉게 물든 모습이 정겹습니다.
사천 두량 생활환경 숲
그 너머로 여름이 농익어가듯 나뭇잎들이 햇볕에 일렁입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평화롭습니다. 덩달아 마음속은 평안해집니다.
사천 두량 생활환경 숲속 그네 의자
그네 의자에 앉았습니다. 가져간 캔커피를 마십니다. 앞으로 뒤로 왔다 갔다 즐겁게 흔들리는 속에 일상의 묵은 찌꺼기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립니다.
사천 두량 생활환경 숲속은 가족과 함께 놀러와 쉬기 좋다.
나무 사이로 푸른 저수지의 물결이 일렁이고 햇빛을 그대로 토해낸 윤슬이 빛납니다. 걸음은 어느새 저수지로 향합니다.
사천 두량저수지
저수지를 천천히 둘러도 좋습니다. 푸른 빛 하늘을 담은 저수지는 바라보는 내내 마음을 싱그럽게 합니다.
사천 두량저수지 둘레길
마치 몸과 마음을 샤워한 듯 개운해집니다. 지나는 바람은 상쾌합니다. 걷는 걸음을 더욱더 가볍게 합니다.
사천 두량저수지 둘레길에서 만난 개망초 무리
저수지 한쪽에 개망초들이 무리 지어 하얀 빙수처럼 빛납니다. 바람이 살포시 얼굴을 어루만진 듯 시원합니다.
사천 두량저수지 둑
저수지 제방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출렁다리 건너 바로 둑으로 향하지 못했습니다. 배수문을 건너는 다리 입구 대나무 사이로 난 비석을 찾았습니다. 몇 걸음을 떨어진 곳에서는 대나무 사이에 가려서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사천 두량저수지 제방 배수문 위로 출렁다리가 있다.
가까이 다가서면 ‘남주제 준공 기념비(南州堤 竣工 記念碑)’가 나옵니다. 옆면에 ‘기공 소화(昭和) 6년 8월 18일’, ‘준공 소화 7년 5월 20일’, ‘공사 감독대행 조선토지개량주식회사’라 적혀 있습니다. 소화 6년은 1931년입니다. 일제가 조선 농민을 위해 제방을 만든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이 땅에서 생산한 쌀을 일제는 일본으로 가져갔습니다. 쌀을 많이 수확하기 위해 저수지를 이 땅 여기저기에 만들었습니다.
사천 두량저수지 배수문 앞에 있는 ‘남주제 준공 기념비(南州堤 竣工 記念碑)’. 제방 이름을 '남주'라 한 까닭은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올라간 친일파 최연국(1886~1951)의 호이기 때문이다.
근데 제방 이름을 '남주'라 한 까닭은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올라간 친일파 최연국(1886~1951)의 호이기 때문입니다. 제방을 쌓는 데 공을 많이 세웠다고 이름을 붙였답니다. 최연국이 묻힌 곳이 사천 곤명면 은사리 산438번지입니다. 이곳은 단종 태실지였습니다. 일제강점기 이 땅을 불하받아 묫자리를 썼습니다.
사천 두량저수지는 일제가 조선 민중의 쌀을 수탈하기 위해 만든 저수지 중 하나였다.
이 비석이 잘 보이도록 주위를 단장하고 안내판도 세웠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비석은 역사의 흉터로 당시를 잊지 말라 일러주는 아픈 역사의 현장입니다.
사천 두량저수지 둑 아래 쉼터
출렁다리를 건너 둑 아래 나무 사이 긴 의자에 앉았습니다. 마치 단잠을 자고 난 듯 개운한 하루입니다. 일상의 번잡을 날려버리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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