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찬솔일기

팔 씨가 살아가는 일상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1. 2. 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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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성씨는 희귀합니다.

'팔씨'입니다.

이름은 '불출'

 

제 동료가 엊그제 그렇게 부르더군요.

 

제가 근무하는 곳은 경남 산청에 있는 성심원이라는 생활복지시설입니다. 복지시설이라고 빨간 날,공휴일날 다 쉬지 않습니다. 아침,점심, 저녁 세끼의 밥은 먹어야합니다. 당연히 그분들과 함께하는 이들도 호흡을 마추려니 근무를 할 수 밖에 없죠.

설날은 2월 3일이지만 근무표에 따라 까치설날처럼 이른 설날을 1월31일부터 저는 쉽니다. 덕분에 맞벌이하는 우리 집에서 나름 바쁜척한 평일을 보냈네요.

 

 

보통때는 출근을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지만 이날은 쉬는 날이라고 늦잠을 잡니다. 아침 7시에 일어났네요.

맞벌이하는 마나님은 오늘 입맛이 없다며 빵에 잼만 바른채 먹는군요.

괜시레 아침을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기도 하고...

아무튼 아내의 출근 시간에 맞춰 <평생 김기사가 되겠노라>라는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모셔다드리고 왔습니다.

아내가 끓여놓은 김치찌개와 김 등으로 세 아이들과 아침을 먹었습니다. 아침을 재촉해서 길을 나섰습니다. 고장난 데스크탑 컴퓨터 본체를 근처 수리점에 맡기고 초등학교에 입학할 막내를 데리고 근처 소아과에서 예방주사를 맞히고 어린이집으로 태워다 주었습니다.

 

아참 막내와 병원가는 길에 첫째와 둘째도 함께했네요. 막내를 들꽃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근처 충전소 세차장에 갔더니 아직 얼어서 오후나 되어야 무료 세차가 된다고 하네요. 방학 중이라 개관시간을 알지 못하는 진주여성회 부설 달팽이도서관으로 가기 뭐해서 연암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빌린 책을 반납하고 새책도 빌렸습니다.

다시 차를 돌려 달팽이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책도 빌리고 책도 읽었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설을 앞두고 둘째와 이발을 했습니다. 짜장면이 먹고 싶다는 큰애의 말에 근처 마트에서 짜장라면 5개를 사고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니 정오가 지났습니다. 점심 먹을때까지 시간 여유가 있네요. 이제사 신문을 펼쳐 쭈욱 훝어봅니다. 부랴부랴 정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마치 만화방처럼 여기저기 책을 펼쳐놓았네요.

 

세탁기에 빨래감을 넣어 돌리고 그새 빨래건조대에 널어놓은 빨래를 개기 시작합니다. 첫째와 둘째의 옷은 잘 구별이 가지 않습니다. 안방에서 한창 빌려온 맹꽁이 서당을 읽고 있는 해찬에게 개어논 옷가지를 분류해 옷장에 넣어라고 했네요. 양말은 해찬이가 다 개었습니다.

 

사진은 정리가 된 거실입니다.

 

 

오후 1시무렵 어머니께서 손자들이 걱정이 되셨는지 굴과 함께 겸사겸사 오셨습니다. 제가 평일 쉬는 것을 모르셨나봅니다. 어머니께서 가져오신 굴을 맛나게 먹었습니다.

친구네로 놀러갔던 둘째가 오자 본격적으로 짜장라면을 끊여 먹었습니다. 점심을 드신 어머니와 커피 한 잔하며 날씨이야기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커피 한 잔 마시고 10여 분이 지나고  좀 더 계시다 가시라는 말에도 어머니는 아파트에서 내려가는 길에 쓰레기버린다며 쓰레기뭉치를 들고 갑니다.

 

점심 설거지와 함꼐 주방 청소와 아이들 방 청소를 합니다.

 

사진은 청소 뒤의 주방입니다.

 

진공청소기 덕분에 청소가 참 쉽네요. 청소기로 아이들 방을 훔치고 책이며 옷가지를 정리하고 청소기를 창고에 넣고 보니 뭐가 허전합니다.

아참 화장실 청소를 잊고 있었네요. 두 손에 고무장갑을 끼고 락스를 희석한 대야에 화장실용 수세미를 묻혀 구석구석 청소를 합니다. 마나님은 <조준도 제대로 못해요>하며 남자 넷 때문에 화장실에 찌린내와 찌를내가 많이 난다고 합니다. 아무튼 마나님의 말처럼 서서 누는 까닭에 소변이 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앉아서 눌까 싶었지만 불편해서 차라리 청소를 하고 보자 덤볐습니다. 쉬는 날이라 덕분 잘 되었네요.

 

샤워기 물로 화장실을 물청소하는 것으로 청소를 끝냈습니다. 이사오기 전 투룸일때는 작은 화장실이 하나라 쉽고 금방이었는데 이사온 아파트는 화장실이 두 개라 청소도 두배네요.

 

 

시계를 보니 오후 4시. 오후에 무료쿠폰으로 세차하려든 계획을 포기했습니다. 그냥 좌식 책상에 앉아 인터넷 여기저기 기웃기웃거렸습니다. 그렇게 사이버 세계에서 돌아다니다 보니 벌써 저녁시간. 책상에 앉아 잠시 신나게 놀고 있는데 어린이집에 갔던 막내가 돌아왔네요. 막내가 돌아와 손을 씻고는 텔레비전을 보러 갑니다. 아이들이 즐겨보는 만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흘러나오는가 싶더니 아내가 퇴근합니다. 주위는 어둠이 내렸습니다. 저녁입니다.

근데 제가 깜빡잊고 취사버튼을 누르지 않는 탓에 아이들의 배고프다는 항의를 받았습니다.

아내는 옷을 갈아 입으러 안방으로 들어가며

"깨끗한데..."하며 칭찬을 합니다.

근데 큰 애가 "우리가 덜 방안을 엉망으로 안해서  그렇지."하네요.

맞습니다. 아이들이 어지럽게 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제일 큰 공이지요.

 

일상(日常)...

동아국어사전은 '날마다, 평소,항상'이라고 정의하고 있네요.

집안일도 직장인 사회복지시설 성심원에서의 일도 일상입니다.

집안 일이 가족과 함께하는 일이라면 사회복지시설에서 하는 일은 어르신들의 일상을 위해 도와주는 일입니다. 일견 비슷합니다. 집안일이든 복지시설 어르신과 함께하는 일이나 일상처럼 늘 밥먹고 청소하고 정리하고...마치 우리가 늘 숨쉬고 있어 공기의 소중함을 잊고 있는 일상의 소중함. 가끔 나들이와 같은 이벤트만 멋지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날마다 평소와 같이 지내는 이 소중한 일상의 편안함이 없으면 이벤트는 활력소가 아니겠지요.

 

그런데 가끔은 우리는 잊고 있습니다. 오히려 어떤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있는 일을 하는 사람을 더 중요시하고 가사를 우습게 여기기도 하고요. 일상은 표가 나기 어렵습니다. 우리의 일상 속은 금방 어지럽혀지기 쉬워 큰애의 말처럼 청소 잘했네라는 소리를 들으려면 어지럽히는 변수가 적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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