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찬솔일기

경남도민일보 오늘자에 할 말 있다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1. 1. 2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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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사는~’

(기사원문보기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338518)

2011년 1월 25일 경남도민일보 사회면에 실린 <사천 한센마을, 해양레저공원 바뀌나> 기사의 머리말이다. 아침에 읽는 순간 머리가 띵한 느낌을 받았다. 동아 새국어사전에서는 환자(患者)를 ‘병을 앓는 사람, 병자(病者)’라고 풀이하고 있다. 경남 사천시 영복원에 계신 분들이 환자일까?

 

나는 지금 현재 그곳에 계신 86명의 건강상태를 모르기 때문에 환자가 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그분들은 <한센병 환자>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게 알고 있다. 그분들은 한센병, 아니 나병․문둥병에 걸렸던 과거만 있다. 하지만 그분들은 현재 병을 완전히 고친, 완치한 분들이다. 한센병에 관한 권위자인 서울 가톨릭의과대학 채규태 한센병연구소장는 “한센병치료제인 리팜피신 4알만 먹으면 균의 99.9%가 죽는다.”고 말한다. 약을 먹는 순간 균이 죽어 전혀 전염력이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센병균에 관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어 병균에 걸리지도 않는다. 한센병은 완치가 가능한 법정 피부병 중 하나다.

 

<한센병 환자>가 아니라 굳이 표현하자면 <한센인> 또는 <한센병력자>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한센병은 인류 최초로 한센균을 발견한 노르웨이의 의학자 ‘한센’의 이름을 따서 붙인 이름이다. 지금 우리가 순화해서 부르는 한센인을 예전에 문둥이, 나환자 등으로 부르며 멸시하였다. 우리가 지금 순화해서 부른다고 해도 이 역시 사라져야할 유물이다. 결핵에 걸렸다고 <결핵인>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유독 한센병에 걸려 완치한 사람에게는 아직도 ‘한센인’이라 부르며 구별하고 있다. 지난해 감기 걸렸다고 올해에도 감기환자라고 하지 않는다.

 

2009년 질병관리본부에서 발간한 ‘2009 질병관리 백서’에 따르면 한센병 신규 환자가 5명 발생했다고 한다. 정부는 한센병이 거의 소멸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1970년대 연간 1000명대, 1990년대에도 연간 100~200명대의 한센병 신규 환자가 발생한 것과 비교하면 2000년대 들어 한센병이 거의 사라진 셈이다. 또한 지금 현재 한센인으로 등록된 이도 2005년 1만5770명에서 2009년 1만3734명으로 줄어들었다.

기사 끝부분에서도 언급했던 한센인들은 <한센병 흔적>으로 아직도 주위의 차별과 편견으로 고통 받고 있다. <환자>라는 표현으로 완치한 이들에 대한 오랜 편견을 인정하는 셈이니 언론에서는 정확한 호칭을 사용했으면 좋겠다.

 

이참에 우리가 장애인들에 관해 부르는 호칭도 올바르게 불렀으면 한다. ‘장애인’을 친근하게 ‘장애우’라고 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친구면 친구지 굳이 친구를 장애 여부로 편가르기 할 필요가 있는가. ‘장애우’라는 말을 장애인 스스로 호칭할 수 없다. ‘장애우’라는 단어는 남이 나를 불러줄 때만 가능한 말이다. 장애를 가진 어버이를 일컬어 자녀가 자신의 아버지, 어머니를 장애우, 친구라고 할 수 없지 않는가. ‘장애우가 아니라 장애인이다!’ ‘한센병환자가 아니라 한센인이다!’

 

김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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