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돌이 돌로 보이지 않는 곳을 찾아-사천 덕곡리 고인돌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9. 2. 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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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은 우리 땅 곳곳에 흔한 바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고인돌을 찾아가는 길은 여느 관광 여행과 달리 지루하기도 합니다.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고 상상한다면 색다른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습니다. 돌이 돌로 보이지 않는 사천 용현면 덕곡리 고인돌을 찾아 나섰습니다.

 


사천 용현면 덕곡마을에는 청동기 시대 유물인 고인돌 15기가 흩어져 있다.

 

사천시청에서 남양동 쪽으로 승용차로 5분 정도 가면 사천장애인종합복지관이 나옵니다. 복지관이 있는 곳이 덕곡리입니다. 차 오가는 길 한쪽에 창열문이 있는 비각이 나옵니다. 효부를 기리고 있는데 알려주는 안내판이 없어 돌아 나왔습니다. 비석이 그냥 돌로 보일 뿐이라 아쉽습니다.

 


사천 덕곡마을 길가에 비석. 내용을 알 수 없으면 그저 돌에 불과하다.

 

불가에서 열매로 염주를 만들기도 하여 목()구슬나무로 불렸던 멀구슬나무가 눈 시리도록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알알이 맺힌 열매를 자랑하고 있다. 나무의 열매가 예뻐 한참을 들여다보는데 꽃말 경계가 떠올랐다.

 


눈 시리도록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알알이 맺힌 열매를 자랑하는 멀구슬나무

 

고인돌을 찾으러 왔다 여기서 뭐 하는가 싶어 걸음을 옮겼다. 버스 승차장 곁에 있는 마을 표지석을 따라 골목으로 햇살이 동무 되어 함께 걸어갑니다.

 


사천 덕곡마을에는 돌담이 골목 곳곳에서 정겹게 반긴다.

 

골목 곳곳은 돌담들이 정겹게 오가는 이를 반깁니다. 어디에 고인돌이 있는지 찾기가 수월하지 않습니다. 마침 지나는 할머니 한 분께 여쭈고서야 고인돌이 있는 곳을 알았습니다. 여느 집 마당 한쪽에 들어서 있는 널따란 고인돌. 여느 바위와 다르지 않습니다.

 


사천 덕곡마을 여느 가정 마당 한쪽에 있는 고인돌

 

마당을 나와 마치 보물찾기에 나선 탐험가처럼 마을 골목을 걸었습니다. 마을회관 근처에 이르자 돌담에 에워싸인 너머로 고인돌이 눈에 들어옵니다. 고인돌 너머로 또 다른 고인돌이 보입니다.

 


사천 덕곡마을 회관 근처 고인돌은 돌담에 에워 싸여 있다.

 

고인돌로 바로 걸음을 옮기지 못했습니다. 파란 하늘이 돌담을 따라 걸음 가볍게 걷게 합니다. 정자나무에 이르러 숨을 고릅니다. 나무 앞에는 무시무시한 경고문이 서 있습니다. 외지인의 무분별한 무속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입니다.

 


사천 덕곡마을 정자나무

 

청동기 시대 사람들이 거대한 돌을 자르고 옮긴 흔적을 찾아 이곳에 와서 기운을 얻으려는 이들이 한둘이 아닌 모양입니다. 정자나무 아래에서 가져간 캔커피를 마십니다. 햇살 담은 듯 커피는 달곰하고 따뜻합니다.

 


사천 덕곡마을 정자나무에는 무분별한 무속을 금한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다시금 마을 속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창고 벽면 가득 덮었던 담쟁이덩굴의 민낯이 마치 그림처럼 모습을 드러냅니다. 날 따뜻한 만물이 깨어나는 계절에 어떤 색을 입힐지 궁금해집니다.

 


사천 덕곡마을 창고 벽면에는 담쟁이덩굴의 민낯이 그림처럼 예쁘다.

 

좀 전에 지나쳐왔던 마을회관 근처 고인돌로 향했습니다. 고인돌 곁에는 안내판이 서 있습니다.

 

고인돌支石墓은 덕곡리의 마을회관 뒤쪽과 주변의 논밭에 15기가 흩어져 있는데 덮개돌上石의 길이는 140~220, 두께 80정도이며 덮개돌 아래 고임돌支石이 있다. 발굴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하부구조(下部構造)는 정확히 알 수 없다.”라고 합니다.

 


사천 덕곡마을 회관 근처 고인돌.

 

청동기 시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가만히 돌에 손을 얹었습니다. 눈을 감았습니다. 바람이 뺨을 어루만지고 지납니다. 이제 돌이 돌로 보이지 않습니다. 황금보다 더 값진 당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내게로 옵니다.

 


사천 덕곡마을 고인돌 표면에 손을 얹고 눈을 감자 바람이 뺨을 어루만지고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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