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태양이 오늘 다시 떠올랐지만 해가 바뀐 요즘은 괜스레 경건해집니다. 한 해를 돌아보고 목표를 설정하는 시간입니다. 더구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요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함안 악양생태공원을 다녀왔습니다.
함안 악양생태공원
남해고속도로 함안나들목을 빠져나와 남강을 벗 삼아 내달리다 함안천을 건넜습니다. 하천은 가장자리부터 꽁꽁 얼어 하얀 속살을 드러냅니다. 하천을 지나면 처녀뱃사공 노래비가 나옵니다. 노래비를 지나 고개로 올라가자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공원 이정표를 따라가면 나옵니다.
남강과 합류하는 함안천
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따사롭게 어루만지는 햇살을 벗 삼아 거닐었습니다. 나무들이 모두 제 몸의 잎을 떨구고 민낯을 드러내는 사이로 나뭇잎 3개가 똘똘 말려 나란히 붙어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벌레들이 그곳을 보금자리 삼아 겨울을 나는 모양입니다.
함안 악양생태공원에서 만난 민낯의 나무 가지에 매달린 나뭇잎 3개. 겨울나려는 벌레들의 보금자리인지 나뭇잎을 이불처럼 똘똘 감았다.
▣ 악양생태공원
위치 : 경남 함안군 대산면 하기2길 208-49일원(265,307㎡)
주요시설 : 방문자센터, 생태연못, 잔디마당, 핑크뮬리, 전망대 등
연락처 : 055) 580-4583
공원으로 성큼성큼 다가서자 함박웃음 가득한 장승들이 어서 오라며 반깁니다. 장승의 안내를 받아 공원 속으로 들어갑니다.
함안 악양생태공원 장승
예쁜 하트 모양의 조형물이 사진 찍기 좋은 형상을 합니다. 문득 포토존에 앉아 셀카를 찍습니다.
함안 악양생태공원 내 하트모양 포토존
공원 가운데에 있는 생태공원은 하늘의 푸른 빛을 가득 담은 채 고요합니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정갈해집니다. 함께 따라왔던 지난해의 묵은 찌꺼기를 헹구는 기분입니다.
함안 악양생태공원 내 생태연못
연못을 나오자 울타리를 둘러친 커다란 텅 빈 땅이 나옵니다. 지난 가을에 분홍빛으로 찾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주었던 핑크뮬리가 있었던 밭입니다. 텅 빈 밭에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을 가진 소확행(小確幸)이란 팻말이 붙어 있습니다. 비록 지금 핑크뮬리의 핑크빛 물결은 없지만, 공원을 거니는 이 순간만큼은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비록 지금 핑크뮬리의 핑크빛 물결은 없지만, 함안 악양생태공원을 거니는 이 순간만큼은 행복하고 즐겁다.
공원 여기저기에 있는 아담한 포토존 덕분에 걸음은 더욱더 천천히 걷습니다. 흙길을 가다 누군가의 발자국이 눈에 들어옵니다. 비가 온 질었던 길을 걸었는지 그 발자국이 선명합니다. 문득 ‘눈 내린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발걸음을 어지럽게 하지 말라’고 하셨던 서산대사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이 뒤에 오는 이에게는 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살아온 삶을 잠시 돌아봅니다.
함안 악양생태공원 흙길에서 만난 발자국을 통해 살아온 삶을 돌아본다.
나를 돌아보며 걷는데 저만치에 처녀뱃사공이 보입니다. 반가운 마음에 한달음에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노랫말을 따라 흥얼흥얼거리며 전망대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함안 악양생태공원에 있는 처녀뱃사공 노래비
남강이 시원하게 와락 안깁니다. 해 질 녘에는 더욱더 아름다운 해넘이를 구경할 수 있을 듯합니다. 낙조 구경하러 다시 시간 맞춰 오리라 다짐했습니다.
함안 악양생태공원 전망대에서 바라본 남강
제방 따라 남강과 합류하는 함안천 쪽으로 가면 악양루가 나옵니다. 혼자만의 사색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습니다. 느릿느릿 길을 따라 한 해를 돌아보고 올해 목표를 떠올리며 거닐었습니다.
함안 악양생태공원에서 악양루와 이어진 산책로
다시금 전망대에서 제방을 따라 주차장 쪽으로 걸었습니다. 제방 사이로 아름다운 남강 풍광들이 두 눈 가득 밀려옵니다.
함안 악양생태공원 제방에서 바라본 전망대
삶의 무게를 모두 내려놓고 사뿐히 걷는 이 길에서 만난 남강이 빚은 풍경이 마음을 앗아갑니다.
함안 악양생태공원에서 바라본 남강이 빚은 풍경.
공원은 잠잠하고 느긋해 기운을 가득 채우기 그만입니다. 느낌표와 쉼표가 공존하는 공원입니다.
함안 악양생태공원 곳곳에 있는 휴게 의자
바로 지금 떠나도 좋은 그곳- 악양생태공원입니다.
함안 악양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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