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고향 뒷동산같이 넉넉히 앉아주는 함안 여항산에서 쉼표 찍다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8. 11. 13.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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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 솔솔 분다. 바람은 어디론가 떠나지 않으면 안 될 듯 마음속을 숭숭 뚫어 놓았다. 함안 여항산으로 향했다. 군북면 소재지를 지나 농로를 따라가는 길은 여항산의 너른 품에 안기는 기분이었다.

 


함안 여항산 중턱에 있는 원효암으로 가는 길

 

군북얼음굴과 갈라지는 길. 왠지 이름만으로도 시원하다. 다시금 이정표를 따라 3km를 더 들어가려는데 눈 앞에 펼쳐진 황금빛이 걸음을 더디게 한다.

 


함안 여항산 원효암으로 가는 길은 온통 황금빛으로 일렁인다.

 

하늘을 그대로 담은 작은 저수지를 지나자 본격적으로 산으로 가는 길은 차가 겨우 하나 다닐 정도로 좁아진다.

 


함안 여항산 원효암으로 가는 길에는 맑은 계곡물이 함께한다.

 

여항산 트레킹 길 안내도 나온다. 여항산(艅航山)’이라는 지명은 1588(선조 16) 함주 도호부로 부임한 정구(鄭逑)(1543~1620)가 풍수지리적으로 반역의 기운이 있어 남쪽을 낮아서 배가 넘어갈 수 있다라는 뜻으로 배 여(), 배 항()자를 써서 여항산이라 이름 붙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함안 여항산에서 바라본 주위 산세

 

오늘은 비록 승용차에 의지하고 있지만, 다음에는 걸어서 여항산을 천천히 올라가고 싶다. 산 정상에 오르면 20~30명이 앉을 수 있는 넓은 너른 바위, <곽바위>에 앉아 오가는 구름을 구경하고 싶다.

 


함안 여항산 원효암으로 가는 길은 몇 번의 S자 코스 같은 길을 지나야 한다.

 

차 창문을 열자 맑은 계곡 물소리가 졸졸졸 따라 들어온다. 바람이 머리를 맑게 하고 덩달아 기분마저 상쾌하게 만든다. S자 코스 같은 길을 몇 번 지나자 원효암이 나온다.

 


함안 여항산 중턱에 있는 원효암(왼쪽부터 칠성각, 대웅전)

 

대웅전 가운데 문을 숟가락으로 닫은 모습이 귀엽다. 좌우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대웅전 들러 부처님께 예를 드렸다.

 


함안 여항산 원효암 대웅전 가운데 문에 걸린 숟가락

 

옆에 있는 칠성각으로 걸음을 옮겼다.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15호인 칠성각(咸安 元曉庵 七星閣)은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수도하던 곳이란다.

 


함안 여항산 대웅전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수도했다는 암자답게 눈 앞에 펼쳐진 풍광은 붓끝으로 그린 듯 아름답다.

 


단숨에 차로 함안 여항산 중턱에 있는 원효암에 올라 바라보는 아름다운 풍광은 그저 송구스럽게 한다.

 

칠성각을 나와 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따라가자 가을이 내려와 곱게 물들었다. 나뭇잎들이 햇빛과 바람에 부딪혀 숲의 소리를 들려준다. 단숨에 차로 산 중턱에 이르러 이른 풍경을 만나는 게 송구스러울 정도다.

 


함안 여항산 원효암 칠성각에서 산으로 올가가는 길에 나뭇잎들이 햇빛과 바람에 부딪혀 숲의 소리를 들려준다.

 

소원탑을 건립 중이라는 벼랑 위 바위에 앉았다. 가을바람 따라 새들이 장단 맞추듯 지저귄다. 어느새 나는 산과 하나가 되었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우리에게 가을은 파란 하늘을 선물한다.

 

고향 뒷동산같이 넉넉히 품에 안아주는 여항산에서 지친 마음에 쉼표를 찍었다. 가을이 보고 싶을 때,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면 함안 여항산 원효암에서 가을을 맞으면 딱 이다.

 


함안 여항산 원효암에서 내려다 본 군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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