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속 진주

소금치고 싶은 나른한 날 내 삶을 돌아보게 하는 돌-진주 망경동성당 형구돌을 찾아서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7. 5.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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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진주역 광장 한쪽에는 도로원표라 적힌 선돌이 있다. 신의주 734.5km, 서울 375.2km, 목포 246.7km 괜스레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

 

싱거운 날이다. 소금을 치고 싶은 나른한 날이기도 했다. 514, 6일 근무 후 맞은 휴일. 경남 진주시 하대동 집을 나와 뭘 해도 밍밍하니 재미없는 날, 슬그머니 옛 진주역으로 향했다.

 


옛 진주역은 음식점으로 변했다.

 

옛 진주역 광장이었던 한쪽에는 도로원표라 적힌 선돌이 있다. 신의주 734.5km, 서울 375.2km, 목포 246.7km 괜스레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 볕이 따스하게 내리는 긴 의자에 밤새운 노숙자가 햇살에 샤워하듯 기지개를 켠다.

 


1925년 경전선과 호남선을 개통하면서 당시 진주역에 만든 출입구 2개를 나란히 아치형으로 있는 진주역 차량정비고’.

 

냉면과 생선구이 집으로 변한 옛 진주역 뒤편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제는 기차가 지나지 않는 길에 비둘기 떼들이 먹이를 쫓아 종종거린다. 비둘기 무리는 내 인기척에도 놀라지 않고 제 할 일만 한다. 비둘기 떼를 지나자 컹컹사냥개처럼 생긴 개가 나를 보고 경계심을 소리로 드러낸다. 또다른 개 한 마리는 은행나무에 걸쳐 기다랗게 옆으로 매인 줄을 따라서 오며 짖는다.

 


근대문화유물인 진주역 차량정비고는 이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독특한 분위기로 인해 지역 사진가들에게 알려진 이색적인 사진 명소였다.

 

걸음을 멈춘 곳은 출입구 2개를 나란히 아치형으로 있는 진주역 차량정비고. 1925년 경전선과 호남선을 개통하면서 당시 진주역에 만든 것이다. 붉은 벽돌 벽면에는 한국전쟁 때 총탄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독특한 분위기로 인해 지역 사진가들에게 알려진 이색적인 사진 명소였다. 지금은 주위에 철조망으로 접근을 막았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버려진 경전선 철길은 지금 학생들과 진주시민들의 즐거운 자전거 길이 되었다.

 

다시 옛 진주역 밖으로 나와 천전동 주약철도 건널목 삼거리로 향했다. 이곳은 천전동과 가호동을 연결하는 최단거리 구간의 시작점이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버려진 철길은 지금 학생들과 진주시민들의 즐거운 자전거 길이 되었다.

 


옛 진주역 뒤편 폐선 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어가면 천주교 망경동성당이 나온다.

 

옛 철도 건널목을 지나 옛 철길 옆으로 난 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었다. 붉은 장미 넝쿨이 반기는 곳에서 걸음을 멈췄다. 천주교 망경동성당이다. 주일을 맞아 미사 봉헌하러 오는 이들로 성당 입구는 분주하다.

 


천주교 진주 망경동성당

 

성당으로 가지 않고 입구에서 바로 지하로 내려가는 지하 주차장 쪽으로 향했다. 바로 을 보러 가기 위해서다.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장미 넝쿨 뒤편에 있는 이 돌은 1866년 조선 조정(朝廷)에서 천주교 신자 8,000여 명을 학살한 병인박해 때 천주교 신자들을 잔혹하게 처형하기 위해서 조정의 지시로 고안된 교수형 모양의 형구돌이다.

 


진주 망경동성당에 있는 형구돌은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 한쪽에 있다.

 

201673일인, ‘형구돌을 설치하고 축복했다. 구돌은 2년 전 진주시 주약동 산자락 공사 현장에서 돌을 예사로 보지 않은 천주교 신자에 의해 발견했다.

 


진주 망경동성당에 있는 형구돌은 가로 60, 세로 47, 두께 30cm의 둥글납작한 형구돌은 가운데 중앙에 지름 20구멍이 나 있다. 천주교 신자들을 더 쉽게 사형 집행하도록 만든 도구로 올가미 밧줄을 사형수의 목에 걸어 가운데 구멍 뒤에서 지렛대를 이용해 죽을 때까지 잡아당기는 형구였다.

 

가로 60, 세로 47, 두께 30cm의 둥글납작한 형구돌은 가운데 중앙에 지름 20구멍이 나 있다. 구멍은 깔때기처럼 점차 좁아져 뒤쪽에는 5로 작은 구멍이 뚫려있다. 천주교 신자들을 더 쉽게 사형 집행하도록 만든 도구로 올가미 밧줄을 사형수의 목에 걸어 가운데 구멍 뒤에서 지렛대를 이용해 죽을 때까지 잡아당기는 형구였다.

 


형구돌 구멍에서 바라본 예수상

 

구멍에서 바라보이는 예수님은 평온하게 두 손을 벌려 반긴다. 문득 이 형구돌을 보면서 지난해 당시 나와 같은 마흔다섯에 죽음을 선택했던 순교자 정찬문 안토니오가 떠올랐다.

 


진주시 사봉면에 있는 순교자 정찬문 안토니오 묘소

 

진주시 사봉면 묘소 앞에서 모진 고문 속에 천주교를 버리고 목숨을 구걸하라는 종교 배반과 알고 있는 천주교 신자를 털어놓으면 목숨을 구할 수 있다는 배신을 마다하고 기꺼이 죽음을 맞았는지 물었다.

 


진주 망경동 성당에 있는 형구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라~ 하루 꼬박 힘들어도 다시 빛나는 삶을 위해 열심히 살라라며 당부한다.

 

형구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라~ 하루 꼬박 힘들어도 다시 빛나는 삶을 위해 열심히 살라라며 당부한다. 또한 나에게 묻는다. 불혹의 나이, 유혹에 흔들림 없이 살아가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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