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속 진주

막차 놓치게 하는 진주성 밤 풍경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7. 7. 8.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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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에 젖은 셔츠는 도심 속에서 시원한 계곡으로 마음 가득 내달리게 하는데도 오히려 경남 진주 도심으로 향하게 한다. 진주성 밤 풍경이 무더위를 날려버린다.

 

무더위가 절정이다. 숨이 턱턱 막힐 만큼 덥다. 머리에서 흘러나온 땀은 얼굴에서 그대로 흙바닥에 떨어졌다. 바싹 마른 흙은 땀방울을 흔적조차 없이 한껏 빨아들인다.

 


진주성 서장대에서 바라본 진주 신안평거지역 주택가

 

625, 경남 산청에서 늦은 밤에 당직을 마치고 진주에 있는 집으로 퇴근하는 길. 곧장 집으로 향하지 않고 옆으로 빠졌다. 땀에 젖은 셔츠는 도심 속에서 시원한 계곡으로 마음 가득 내달리게 하는데도 오히려 도심으로 향했다.

 


진주성 서장대에 펄럭이는 깃발들

 

오후 830분에 진주성 서장대 아래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리자 남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오서 오라며 시원하게 반긴다. 서문을 따라 올랐다. 어둠 속에 호국사 앞 전등이 길잡이처럼 반짝인다. 호국사 오른편 서장대로 천천히 계단을 따라 올랐다.

 


진주성 내 묵은 숲 사이로 가로등이 고요히 빛을 뿌린다.

 

서장대에서 바라보는 진주 신안평거지역 집들이 반딧불이처럼 빛난다. 가만 올려다본 서장대 처마 옆으로 용과 호랑이를 그린 깃발들이 바람에 펄럭인다. 성내 묵은 숲 사이로 가로등이 고요히 빛을 뿌린다. 연인들이 아래에서 사랑 이야기를 속삭이자 쑥국쑥국 소쩍새 노랫소리가 맞장구친다. 진주성 숲길이 이렇게 고즈넉할 줄 내 몰랐다.

 


진주성 곳곳에 내걸린 순시(巡視)’라고 쓰인 깃발이 나와 동무가 되었다.

 

성곽을 따라 걸었다. ‘순시(巡視)’라고 쓰인 깃발이 나와 동무가 되었다. 성 밖에서 비춘 조명등이 성곽을 넘어 나무마다 황금빛을 뿌린다. 성곽 너머 거룩한 분노는 남강에서 활활 타오른다.

 


진주성곽 너머 거룩한 분노는 남강에서 활활 타오른다.

 

진주성은 동북아국제전쟁(임진왜란) 때 호남의 울타리였다. “진주가 없으면 호남도 없고 호남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라는 말처럼 진주성은 1, 2차 전투 때 일본군을 막았다.

 


진주성 성곽

 

비록 2차 전투 때 졌지만 일본군의 기력을 소진시켜 호남이 모두 점령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진주성과 촉석루

 

영남포정사를 지나 공북문 쪽으로 향했다. 높이 7m의 충무공 김시민 장군 동상이 나온다. 진주성 1차 전투를 승리로 이끈 주역이다. 전쟁이 일어나자 진주 목사로 임명되어 3,800여 명으로 6일 동안 3만여 일본군을 물리친 제1차 진주성전투, 진주대첩의 영웅이다. 전투 중 적이 쏜 총에 맞아 전투 끝나고 며칠 뒤 순국했다.

 


충무공 김시민 장군상

 

화려한 단청 무늬의 공북문을 지나자 성벽을 따라 왼쪽으로 조심스럽게 걸었다. 진주성 축성과 관련된 명문이 새겨진 돌이 2개가 있다.

 


진주성 공북문

 

휴대폰 전등을 켜서 조심스럽게 찾았다. 1860년 진주성을 개축할 때 축성 작업의 일부를 담당한 사람들을 표시한 것으로 康熙 十九年(庚申年) 山陰馬 兵中哨 四川 昆陽 河東 丹城 咸陽 六官一哨강희 19년 산음(산청) 마병의 중초인 사천, 곤양, 단성, 하동, 함양 등 여섯 개 관할 구역(의 군사들)이 한 개의 초를 이루어 (쌓았다).‘고 적혀 있다.

 


진주성 축성과 관련된 명문이 새겨진 돌. 역사를 기억하지 않으면 흉터는 언제라도 되풀이될 수 있다. 진주성과 함께했던 이들을 있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어둠 속에서도 찾았다.

 

진주성은 역사가 우리에게 남긴 흉터다. 시간이 지나면 그날의 기억은 점점 흐려진다. 그러나 흉터를 보면 당시를 떠올린다. 아프지만 기억해야 할 우리 역사다. 역사를 기억하지 않으면 흉터는 언제라도 되풀이될 수 있다. 진주성과 함께했던 이들을 있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어둠 속에서도 찾았다.

 


촉석루 맞은편 커피숖에 걸린 푸른 초원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는 하얀 말 그림이 진주성 밤 풍경을 구경하는 나인 양 다정하다.

 

성을 돌아 천수교를 건너 촉석루 맞은편으로 향했다. 근처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푸른 초원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는 하얀 말 그림이 진주성 밤 풍경을 구경하는 나인 양 다정하다. 얼음을 듬뿍 넣은 아이스커피 한잔을 받쳐 들고 중앙광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광장은 텅 비었다. 곧 한여름의 무더위를 잊기 위해 맑고 하얗게 솟구치는 분수대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노는 소리가 벌써 들리는 듯하다.

 


광장 주위에는 밤늦은 시각까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광장 주위에는 밤늦은 시각까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쉼터에 있는 종이컵 3개가 정담 나눈 이들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진주성 맞은편 대숲.

 

깊고 느린 대숲 사이로 걸었다. 사각사각~ 바람을 품에 안은 대숲에 나에게 감미로운 노래를 들려준다. 대숲에서 촉석루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곳에서 걸음을 멈췄다. 마음마저 씻어주는 시원한 풍경에 문득 진주에 가면 막차를 놓치고 싶다는 이광석 시인의 <진주에 가면>이라는 시가 떠오른다.

 




진주성 맞은 편 깊고 느린 대숲 사이로 걸었다. 사각사각~ 바람을 품에 안은 대숲에 나에게 감미로운 노래를 들려준다.

 

진주에 가면 막차를 놓치고 싶다.

남강 다리 반쯤 걸어 나왔다 다시 돌아서서

촉석루 강변 통술 거리로 발길을 내민다.

누구 기다려 줄 벗도 없는데···

말술 두렵지 않던 50대 

술은 까마득한 여인처럼 내 고독을 키웠다

달빛도 취해 비틀거리는 남강물에 

학춤을 추던 화인 월초

유등꽃 사이로 잔을 흔든다 

진주의 밤은 이제 시작인데

안주 하나 더 시켜놓고 자리 비운 

촉석루 대밭 바람 소리

마산행 막 버스를 세운다


남국의 해변이 부럽지 않은 진주성 밤풍경으로 이 밤에 떠나보자. 막차를 놓치고 싶을 시원한 풍광이 펼쳐진다.

 

남국의 해변이 부럽지 않은 진주성 밤풍경으로 이 밤에 떠나보자. 막차를 놓치고 싶을 시원한 풍광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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