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속 진주

진주여행- 방전된 몸과 마음을 충전하기 위해 떠난 도심 속 대나무숲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5. 9.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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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대나무 숲에서 얻는 싱그러움

 

푸른 바람이 훅하고 얼굴을 덮을 즈음 사각사각 노래하는 대나무 노래가 정겹다.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리는 시원한 기분. 대나무 숲은 그래서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진녹색의 풍경은 삶의 에너지를 채워준다. 여름에 방전된 내 몸과 마음을 충전하기 위해 도심 속의 대나무 숲으로 떠났다.

 

경남 진주시 가좌동 남부산림연구소 내 죽림 산책로.

 

9월 9일, 용기를 내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간 요즘 머리가 띵하고 가슴이 답답한 내게 위안을 안겨주기 위해서였다. 평소 그냥 지나쳤던 경남 진주시 가좌동 남부산림연구소를 찾았다. 공사 중이라 산림과학관은 문이 닫혀 있었다. 아쉬움을 잠시 달래고 원래 가보고 싶었던 대나무 숲길로 들어섰다. 사각사각 대나무 잎들이 바람에 부딪혀 내는 소리가 시원하다. 쭉쭉 뻗어 올라간 대나무숲 사이로 작은 구멍이 뚫려 햇살이 신비롭게 내리쬔다.

 

대나무숲의 음이온 발생량은 1,200~1,700개 정도다. 대나무숲 1ha당 1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0.37톤의 산소를 내뿜어 뇌에서 알파파의 활동을 증가시켜 스트레스를 해소해준다.

 

사람은 음이온 발생량이 700개 이상일 때 시원함을 느낀다. 대나무숲의 음이온 발생량은 1,200~1,700개 정도다. 대나무숲 1ha당 1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0.37톤의 산소를 내뿜어 뇌에서 알파파의 활동을 증가시켜 스트레스를 해소해준다. 또한, 신체적·정신적으로 긴장감을 이완시켜 심신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죽림욕(竹林浴)’이 주는 효과인 셈이다.

 

 

죽림 산책로에는 댓잎들이 폭신한 카펫처럼 깔렸다.

 

여름에 하지 못한 해수욕에 대해 아쉬움도 죽림욕에 비할 바 아니다. 햇살도 제대로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대숲은 높다랗다. 댓잎들이 폭신한 카펫처럼 깔렸다. 하늘에서 내려온 빛이 만든 그림이 살랑살랑 땅바닥을 그린다.

간만에 숲으로 들어온 사람의 피맛을 봤는지 깔따구와 모기가 얼굴이며 발이며 물었다. 가려움을 참으며 숲을 나왔다. 숲에 가렸지만 가까이 아파트가 붙어 있고 4차선 길이 옆으로 지난다. 들어와 보지 않으면 이곳에 이런 멋진 곳이 있는지 모른다.

 

 

경남 진주시 걷고 싶은 길 중 하나인 이곳은 ‘남가람 공원 대나무 숲길’ 입구.

 

 

남부산림연구소 내 죽림 산책로를 뒤로 하고 다시 걸음을 옮긴 곳은 칠암동 대나무 숲이다. 진주시 걷고 싶은 길 중 하나인 이곳은 ‘남가람 공원 대나무 숲길’이다. 진양교와 진주교 중간 사이에 있다. 남강을 끼고 함께 거니는 대나무 숲길. 숲길 옆으로는 4차선 도로가 놓여 차들이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소리가 여기가 숲길인가 싶다. 긴 의자에 앉았다. 가방에서 꺼낸 캔커피 한 모금으로 온몸에 달짝지근한 먼저 기운을 넣었다.

 

경남 진주 도심에서 가까워 수시로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다.

 

 

남부산림연구소 내와 달리 이곳은 도심에서 가까워 수시로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다. 깔따구와 모기도 없다. 숲 곳곳에 남강 변으로 길이 나 있고 의자가 놓여 있다. 바람이 분다. 대나무 잎들이 좌우로 흔들거리며 ‘사사삭 사사삭’ 노래를 한다. 대나무숲의 노래에 남강 변으로 나왔다. 남강 건너 벼랑인 뒤벼리 길의 풍경이 정겹다. 하늘은 푸르고 한 점 구름은 아이스크림처럼 달곰하게 지나간다. 가짜인 줄 알면서도 바라보는 뒤벼리 중간에 백로 조형물이 운치를 더한다.

 

 

바람이 불면 대나무 잎들이 좌우로 흔들거리며 ‘사사삭 사사삭’ 노래를 한다.

 

 

남강은 잔잔하게 일렁이며 동으로 흘러간다. 다시 숲으로 들어왔다. 대나무가 만든 그늘에 앉았다. 코로 길게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 뺏길 여러 번.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다. 온몸이 초록의 대나무에 물든 느낌이다. 키다리 대나무 덕분에 나무 아래는 어둑어둑하다. 어둑한 땅 가까이에도 햇볕 한 줌이 들어오고 한껏 해님을 향해 몸짓하는 풀이 귀엽다. 싱그럽다.

 

키다리 대나무 덕분에 나무 아래는 어둑어둑하지만 땅 가까이에도 햇볕 한 줌이 들어오고 한껏 해님을 향해 몸짓하는 풀이 귀엽다.

 

 

칠암동 대숲에서 걸어서 20여 분이면 망경동 대숲이다. 남가람 문화거리는 천수교에서 진양교까지인데 대숲은 진주교를 사이에 두고 칠암동과 망경동, 두 곳에 있다. 불과 수십 년 전에는 촉석루 맞은편 남강 변에는 봉황의 가출을 막기 위해 심은 대나무밭이 지금의 천수교에서 진양교까지 2.9km에 이어져 있었다. 봉황의 도시 진주의 진산은 비봉산(飛鳳山)이다. 하지만 비봉산의 옛 이름은 대봉산(大鳳山)이었다고 한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스승이었던 무학대사가 인재가 많이 나는 진주의 기운을 끊기 위해 대봉산에 있는 바위를 깨뜨렸다. 바위에서 봉황이 날아가 버려 그때부터 산은 비봉산으로 바뀌었다. 봉황의 가출을 막기 위해 대나무 열매을 얻을 요량으로 남강 변에 대나무밭을 조성한 흔적이 지금의 죽림 산책로다.

 

 

봉황의 가출을 막기 위해 대나무 열매을 얻기 위해 경남 진주 남강 변에 대나무밭을 조성한 흔적이 지금의 죽림 산책로다.

 

 

망경동 죽림 산책로에는 내달 개천예술제를 앞두고 벌써 등(燈) 전시가 한창이다. 대숲에는 진주오광대를 비롯한 전국 각지의 탈로 만든 등이 걸려있다. 진주성과 촉석루 건너편인 이곳은 오히려 진주성과 촉석루의 풍경을 제대로 보기 좋은 곳이다. 촉석루 옆에 장수의 깃발인 ‘수(帥)’ 깃발이 펄럭인다. 사람들이 의암에 올라 강낭콩보다 더 푸른 그 마음을 그려보고 있다.

 

 

경남 진주 망경동 죽림 산책로에서 바라본 진주성과 촉석루.

 

 

촉석루를 정면에서 보는 긴 의자에는 시원한 강바람에 달게 누운 사람이 있다. 맞은편 의자에는 머리 희끗희끗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다정하게 준비한 보따리를 푼다. 보따리에서 사과를 꺼내 사각사사각 깎는 소리 위로 대나무도 사각사각 후렴을 한다.

남강과 도로 사이에 놓여 있는 대나무숲. 차도 옆으로 인도 변에는 대나무숲과 느티나무가 시원한 그늘 터널을 만들었다. 등으로 만든 아낙네가 마치 어서 오라는 듯 활짝 웃는다.

 

 

인도 변에는 대나무숲과 느티나무가 시원한 그늘 터널을 만들었다. 등으로 만든 아낙네가 마치 어서 오라는 듯 활짝 웃는다.

 

 

대나무 숲 사이사이로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그동안 답답했던 가슴 속을 후련하게 해준다. 조용히 귀 기울이고 숲을 거닌다면 일순간 대나무들이 건네오는 나지막한 속삭임을 들을 수 있다. 가을바람 시원하게 불어오는 이 계절에 캔커피 하나라면 더욱 발걸음 즐겁다. 대나무들이 내뿜는 진녹색은 그냥 푸른 게 아니라 싱그러운 바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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