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찬솔일기

경상대학교, 그래서 더욱 아련하고 가슴 뛰게 한다.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4. 10. 7.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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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대학교를 7일 오후에 다녀왔다. 정문을 지나 내동면 쪽으로 좀 더 차를 몰아 넓은 자갈밭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다른 곳은 유료지만 이곳은 무료다. 가을이지만 햇살이 뜨거워서인지 차들은 모두 나무 그늘 가장자리에 세워져 있다. 넓은 무료 주차장이 더 넓다.

 

주차장을 나와 교양학관으로 지나갔다. 교양학관은 가을의 길목을 넘어선 나무들이 마지막 남은 푸름을 뿜어내는 사이로 붉고 노란빛이 돌았다. 한때 이 싱그러운 길을 걸으며 얼마나 잘 보냈는지 떠올리자 입가가 나도 몰래 슬며시 올라간다. 그저 이 길을 걷는 자체만으로도 기운을 듬뿍 받았다.

 

대학 1~2학년 대부분의 강의가 이루어졌던 교양학관을 지나 중앙도서관으로 갔다. 도서관 한쪽에 심리학과 주최 심리상담 부스가 있다. 온 김에 심리상담이라도 받아볼까 싶었다. 그냥 지나쳤다. 중앙도서관 출입은 매점을 제외하고는 신분증으로 지하철 탑승하듯 인식 시켜야 했다. 아르바이트 학생에게 문을 열어달라는 부탁으로 낯선 풍경, 도서관 1층으로 드디어 들어갔다.

 

중앙 계단 사이 옆으로 경상사진마을 <흔적 >정기사진전(1060일부터 8일까지)이 열리고 있었다. 가져간 더치커피를 마침 의자에 앉아 있던 후배들에게 건넸다. 서로 초면이다. 그럼에도 내가 1기라는 말에 후배들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반긴다. 아직도 흑백필름을 사용하는 이 자랑스러운 고집불통 동아리. 흑백필름 100피트를 8만여 원에 구매, 감아서 사용한단다. 불과 20여 년 전에는 2~3만 원했던 것인데 그만큼 물가가 올랐다. 회비는 아직도 1만 원. 동결이네.

 

흑백사진을 둘러보았다. 애니메이션 <슈렉>에 나오는 장화 신은 고양이를 닮은 사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해맑은 커다란 눈망울에 수염이 아주 위엄이 있다. 제목도 도도. 독어독문 1학년에 재학 중인 조희경 후배의 작품이다. 까만 배경 속에 사선으로 바라보는 도도한 고양이의 눈동자가 좋다. 1991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방영된 MBC드마라 <여명의 눈동자>가 떠오른 것은 왜일까? 숨이 끊어진 여옥(채시라) 옆에서 죽어가는 대치(최재성)는 단신으로 자신을 찾아온 하림(박상원)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네가 안 됐군. 앞으로도 많이 살아야 할 텐데. 제대로 산다는 게 아주 힘들 텐데.” 죽어가는 사람이 산 사람을 걱정하는 순간이었다. 왜 도도한 고양이 눈에서 그 장면이 떠올랐을까. 사진 속 고양이 눈망울이 나를 바라보는 느낌이 걱정하는 모습이다.

 

 

고양이의 걱정스런 눈을 피하자 이번에는 개다. 여인의 손길에 머리를 맡긴 녀석은 지그시 쓰다듬는 손을 따라 여인을 바라본다. 아주 넉넉한 눈길이다. 여인과 개는 서로 교감을 나누고 있다. 훼방할까 멀찍이 지났다.

 

 

 

긴 나무 의자에 다소곳한 고양이가 나온다. 의자에 떨어진 나뭇잎 2장을 바라보며 녀석도 가을을 느낄까.

 

 

사진은 흑백작품 20여 점, 칼라 10여 점이다. 사진 전시작품 중에서 어느 작품을 봐야 하는지 뒤로 물러나고 앞으로 다가가 고민할 필요 없다. 흑백도 좋고, 칼라도 좋다. 그럼에도 한참을 고민하다 눈길 멈춘 사진 앞에 스티커 하나를 붙였다.

 

 

 

사진 사이로 곰발바닥 같은 필름 통으로 만든 발의 형상이 나온다. 흔적의 상징! 사진은 발로 찍는 것이라는 것을 드러낸 상징이리라. 흔적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데 그만이다.

 

덕분에 회춘하는 느낌이다. 다시 돌아가지 못할 20대 청춘이지만 나는 아직 청춘이다. 내 마음이 아직 뜨겁다. 경상대학교 가좌캠퍼스 교정을 거니는 것으로도, 내 젊은 날의 흔적만 쓰다듬어도 몸과 마음이 즐겁다. 경상대학교, 그래서 더욱 아련하고 가슴 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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