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속 진주

봉황의 가출을 막기 위해 심은 대나무, 나는 사계절 좋아하노라~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4. 2. 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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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시 천전동(옛 망경동과 옛 칠암동) 일대에 봉황의 가출을 막기 위해 심은 대나무밭이 있다. 남강변의 진양교-진주교-천수교에 2.9km, 71,085의 남가람문화거리에는 죽림산책로가 바로 그곳이다.

 

진주의 진산(眞山)인 비봉산(飛鳳山)의 옛 이름은 대봉산(大鳳山)이었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스승이었던 무학대사가 진주에 인재가 많이 나는 기운을 끊기 위해 대봉산에 있는 바위를 깨뜨렸다. 바위에서 봉황이 날아가 버려 그때부터 산은 비봉산으로 바뀌었다. 아무튼 진주에서는 상상 속의 동물 봉황과 관련된 전설이 여럿이 있다. 이곳 대나무숲도 그런 전설 중 하나다. 봉황의 가출을 막기 위해 죽실을 뜻하는 죽동과 함께 남강변에 대나무밭을 조성한 게 지금의 산책로다.

 

 

경남 진주시 진양교에서 천수교 쪽으로 남강을 따라 걸어가면 곧잘 만나는 대나무 숲

 

진양교에서 천수교 쪽으로 남강을 따라 걷으면 대나무 숲을 먼저 만난다. 사각거리는 대나무를 연주한 바람의 소리가 정겨운 곳이다. 대나무 숲길을 사이에 두고 왼편으로 진주 시내의 번잡함이 오른편으로는 강낭콩보다 더 푸른 남강이 흐른다.

 

 

사각거리는 대나무의 속삭임을 뒤로 하면 35m 높이의 게양대 위 태극기가 바람이 펄렁인다. 많은 아이들이 더위를 핑계 삼아 뛰 놀았을 분수대가 보인다. 분수대 뒤로 경상남도의 문화예술의 산실인 경남문화예술회관과 남강 야외공연장이 있다.

 

강 건너 남강변을 깎아지른 절벽, 뒤벼리가 있다. 진주성 동쪽으로 흘러가던 남강물이 갑자기 오른쪽 선학산과 만나 휘돌아 가면서 절경을 이룬다.

 

어느새 진주교를 지나자 진주 도시 천년을 기념하는 천년광장이 나온다. 대나무의 곧은 절개를 형상화한 <새천년의 빛>이라는 작품이 눈에 아른거린다.

 

다시 대나무 숲길.

 

 

남강변 대나무 숲

 

나무도 아니고 풀도 아닌 것이

곧게 자라기는 누가 시켰으며 또 속은 어찌하여 비어있는가?

저러고도 사계절 늘 푸르니, 나는 그것을 좋아하노라.

 

윤선도의 <오우가> ()’에 실린 노래다. 대나무가 풀이냐 나무냐는 예전부터 논란이었던 모양이다. 대나무는 나이테가 없다. 대나무에는 부피생장을 담당하는 부름켜가 없어 굵어지지 않는다. 죽순 지름은 어른 대나무가 되어서도 그대로다. 산림과학원 연구조사에 따르면 대나무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산가스를 소나무나 잣나무에 비해 거의 4배나 흡수량이 더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대나무 분포 면적은 약 5,360ha. 전라남도 2,650ha(49.4%), 경남 2,039ha(38%)가 전체죽림의 87.4 %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남쪽에 많다.

 

 

진주성과 촉석루

 

대나무 숲 위로 봉황을 대신해 겨울나기 위해 찾은 독수리들이 날아다닌다. 독수리가 한껏 날개를 펼쳐 푸른 하늘을 맴돈다. 숲 길에서는 진주성과 촉석루가 한눈에 가득 들어온다.

 

 

빨간 동백꽃에서 봄 기운을 느낀다.

 

대나무 숲길을 나오자 빨간 동백꽃이 봄 인사를 건넨다. 동백 옆 수양벚나무도 지난해 가을부터 올 봄을 위해 준비한 우주의 기운이 겨울눈에 맺혔다. 꽃과 잎이 피고 열매가 열리면 새롭게 세상으로 퍼져나갈 생명이다. 봄은 그렇게 우리 곁에 있었다.

 

 

1시간도 걸리지 않는 진양교에서 천수교까지 거리. 남강 바람에 대나무의 늘 푸른 빛에 마음 한점 뺏기면 발걸음 쉽게 옮기지 못한다. 남강과 진주성, 뒤벼리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빚은 대나무 숲은 진주시민들의 즐거운 산책로다. 대나무 숲과 남강의 시원한 경치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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