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찬솔일기

들었다놨다하는 요물~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3. 7. 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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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필요 없다는 여자들에게 할 말이 있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는 개그콘서트의 <남자가 필요 없는 이유>를 보면 잘 생겼지만 바람기가 많은 남자와 잘해주지만 집착이 심한 남자, 평범하지만 늑대 같은 남자가 만들어내는 연애의 어두운 에피소드 때문에 개그우먼 홍나영은 나 남자 안 만나래!”로 코너를 마무리 한다.

하지만 남자도 필요하다. 가령 어제 같이 비가 억수로 왔다가 그쳤다가 반복하는 장마의 한 가운데에서는.

 

 

장마에 눅눅해진 빨래. 덥고 습한 탓에 빨래는 늘었지만 햇살이 도와주지 못해 아파트 베란다에 빨래가 아직 한 가득이다. 억수로 비가 내릴 때는 집안의 창문을 다 닫고 비가 잠잠하면 열어서 바람이도 통하게 한다. 시원한 밞이 불어오면 습한 기운에 잠시 지친 몸과 마음도 밝아진다.

 

 

 

개그콘서트에서 박소라는 자신만을 바라보는 정승훈을 만나 연애를 하면서 정승훈이 하는 말처럼  "들어다놨다하는 요물~"이 나도 모르게 입에서 몇 번이고 튀어 나온다. 창문 열고 바람 맞기 십 수분이 지나면 다시금 제법 많은 비가 내려 부리나케 창문이라 창문은 다 닫고 후덥지근한 거실에 앉아 쉬는 날 밀린 숙제하듯 일을 보면 절로 땀이 주루룩 내렸다.

 

 

창문을 닫고 열기를 몇 번을 반복하다 점심즈음 되니 아파트 건너 중학교에서 왁자지껄한 소리라 들린다. 아마도 밥때인가보다. 긴줄이 보인다. 큰 애도 저 줄에 섞여 오늘은 어떤 점심을 먹나 궁금할 찰나, 아차 나도 밥을 먹어야지 하며 밥솥을 들여다보았다. 아침에 가족끼리 마저 먹고 쌀을 앉혀놓지 못해 검은 밭솥이 그대로 속내를 드러낸다.

 

 

냉장고를 뒤적거리다 며칠전 아이들이 먹다 남긴 볶음 밥 한덩이가 보인다. 왠 횅재인가 싶어 후라이판에 기름을 두루고 다시 데웠다. 김치찌개도 상할 수 있으니 데워야하니 그것과 먹으면 끝날터.  나만을 위한 성찬을 차려 점심을 먹었다. 젓가락 사용할 반찬도 내지 않아 숟가락 하나면  점심 준비는 끝. 창너머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이번에는 창문을 닫았다 열었다를 반복시킨 장맛비가 오지 않는다. 덕분에 미지근한 원두커피 한잔하고 마저 밀린 숙제를 했다.

 

아이들이 돌아올 무렵 새벽 3시까지 열정을 바쳐 마무리한 일을 끝낸 나자신을 위한 보상으로 낮잠을 잤다. 저녁에는 직장 동료들과 바람쐬며 회식하고 온다는 마나님을 대신해 아이들 저녁 챙겨주고 어머니 댁에서 모두 치킨을 먹었다. 시원한 맥주와 함께.

 

그렇게 평일 일상의 하루가 저물었다. 7월6일 토요일 오늘은 밤근무다. 나를 오라가라하는 일 없는 평온한 깊은 밤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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