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돈을 벌려고 밑천을 대거나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것을 '투자'라고 한다.(보리국어사전) 나도 새해 첫날 투자를 했다. 내 투자처는 경남 진주시 평거동에 있는 진주문고.
설날을 맞아 공식적인 일정(?)인 처가 방문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렀다. 진주문고 본점이다. 한때는 진주시내에 여러 분점을 두었지만 이제는 본점과 MBC점 두 개만 남았다. 그마저도 본점은 얼마전 약국에 매장 일부를 내주어 공간을 줄였다. 그전에도 커피숖과 학원 임대로 일부 공간을 줄였다. 공간을 줄이는 것과 비례해 영업, 곧 장사가 되지 않았다는 증거겠지.
진주문고 2층으로 해찬이는 올라왔다. 내가 책을 고르는 사이로 녀석도 책을 쇼핑한다. 돈 받으면 바로 써버렸는데 이번에는 돈을 몰을거란다. 그래서 큰애는 설날 받은 돈을 쓸 수 없다며 내게 책을 사줄 수 없냐고 아니 예전에 약속한 책 대신에 새로 고른 책을 사달라고 부탁했다. 그 청을 들어주었다. 녀석이 고른 책은 <7번방의 보물>이라는 영화로 나온 소설책.
나도 몇권의 책을 골랐다. 임희숙이 쓴 <길 위에서 부산을 보다>와 이일균의 <걷고 싶은 길>, 김미영의 <대한민국 누들로드> 3권이다. 우연찮게 3권 중 두 권은 부산에 본사를 둔 지역출판사인 '산지니'다. 물론 '산지리'에서 펴낸 <유배지에서 쓴 아빠의 편지>도 고르고 싶었지만 가진 현금이 부족하여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산지니'는 '매'다. '산지니'는 산속에서 자라 오랜 해를 묵은 매로서 가장 높이 날고 가장 오래 버티는 매라고 한다. 가장 높이 날고 가장 오래 버티는 매, 산지니. 특정 출판사가 내 머리 속에 브랜드로 곱힌 것은 다름 아닌 지역출판사라는 사실이다. 먼저, 부산에 본사를 둔 까닭에 부산과 경남 지역의 이야기 많다. 또한 신라면도 아니고 '삼양라면'도 아닌 '전복라면'이 쓴 '주간 산지니'라는 맛깔스런 '산지니'소식(블로그)의 팬이기도 하다.
아무튼 '산지니'라는 브랜드가 펴낸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보기도 하고 더러 구입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구매하기도 처음이기도 하다. 브랜드를 믿고 구매한 책이지만 내게 실망을 안겨주지 않으리라 믿는다. 왜냐면 이미 오프라인에서 맛보기를 했기에.
책값을 결제하려고 아랫층으로 내려오니 아내와 아이는 서점 한켠에서 열심히 책을 읽고 있다.
해솔도 찬솔과 같이 설날 받은 세뱃돈으로 책을 구입해 읽고 있었다. 만화책으로 편중해서 읽는게 아쉽지만 만화책도 책이라는 생각에 고맙게 여긴다.
오프라인에서 책을 구매하면 책값도 온라인에 비해 많이 할인되지 않고 5%적립해주고 봉투 한 장도 20원이나 달라고 한다. 이런 불편도 감수하며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는 것을 나는 투자라고 여긴다. "도서정가제는 출판시장을 단순히 여느 상품처럼 시장의 공급과 수요에 따른 가격이 형성되는 정글의 속에 내 던지면 안 된다. 도서정가제 대상 도서와 할인율이 높은 도서만이 판매되면서 신간도서 시장이 줄어들어 출판사는 경영난에 직면해 출판의 다양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독자인 소비자는 양질의 책보다는 값싸고 잘 팔리는 책만 ‘편식’해서 읽는 악순환을 겪을 것이다.그동안 온라인 서점 <알라딘>을 즐겨 이용한 독자이자 책 소비자였던 나에게 도서정가제 개정 요구가 단순히 출판사나 서점의 밥그릇 챙기기로 보이지 않는다. 올바른 도서정가제야 말로 출판시장과 출판 다양성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할인을 예상하고 책값을 올린 관행과 더불어 공공도서관에서 도서구입비를 늘릴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혹해서 오프라인 서점보다는 온라인 서점을 즐겨 이용해 문화사랑방 구실하던 동네서점이 사라져 버린 것을 반성한다. (http://blog.daum.net/haechansol71/391)"
더 많은 다양한 책들이 우리 곁에서 함께하는 세상을 위한 아까지 않은 투자. 또한 내 지역의 이웃들과 이야기를 들려주는 출판사에 대한 믿음.
세뱃돈을 모두 털어한 내 투자, 성공으로 돌아오리라~
해찬솔
산지니출판사 홈페이지 주소 http://www.sanzinib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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