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산청 <차이나 웍> 점심 후기, 어르신 이사한 날 함께 먹은 쟁반짜장과 찹쌀탕수육

에나 이야기꾼 해찬솔 2026. 6. 26.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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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하는 날에는 왠지 짜장을 먹어야 한다는 인식이 굳은 나이입니다. 누가 법으로 정한 것도 아닌데, 짐을 나르고 방을 정리하고 나면 이상하게 짜장면 한 그릇이 떠오릅니다. 검은 춘장이 면발에 스며들고, 젓가락으로 슥슥 비벼 먹어야 비로소 이사가 끝난 듯한 기분이 듭니다.

 

24, 이날도 그랬습니다. 산청 성심원 안 노인 전문주택 가정사 3동에 사시던 어르신 한 분이 기력 저하 등으로 케어지원이 더욱 많이 필요한 4동으로 이사하셨습니다. 12평가량의 원룸 이사는 짐만 옮기는 일이 아닙니다. 익숙한 방의 공기, 손이 먼저 기억하는 물건의 자리, 창밖 풍경까지 함께 옮기는 일입니다. 직원들이 짐을 정리하고, 어르신이 새 공간에 조금이라도 편히 적응하실 수 있도록 손을 보탰습니다.

그렇게 한바탕 이사를 마쳤을 때였습니다. 어르신이 이사한다고 고생했다며 밥값을 챙겨주셨습니다. 받는 손보다 주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그 돈에는 미안함도, 고마움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덕분에 이사에 함께한 직원들이 점심을 먹으러 나섰습니다. 더구나 이사한 날입니다. 자연스럽게 중국집이 떠올랐고, 그렇게 향한 곳이 산청읍 골목 안 중국요리전문점 차이나웍이었습니다.

 

이사한 날에는 왠지 짜장이 떠오릅니다

흐린 하늘이 산청 골목 위로 낮게 내려앉은 점심 무렵이었습니다. 산청초등학교 정문 옆 골목으로 들어서자 붉은 간판 하나가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중국요리전문점 차이나웍’. 밖에서 보면 소박한 동네 중국집입니다. 번쩍이는 새 건물도 아니고, 화려한 인테리어를 앞세운 곳도 아닙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편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홀을 지나 예약한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차이나웍은 가정집을 음식점으로 바꾼 듯한 구조였습니다. 방으로 들어가려면 신발을 벗고 올라가야 했습니다. 편안한 점도 있었지만,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나 보행 보조기구를 이용하는 분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벽에는 큼직한 메뉴판이 걸려 있었습니다. 국보짜장면, 짬뽕, 짬뽕밥, 해물쟁반짜장, 고추짜장, 찹쌀탕수육 같은 이름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메뉴판을 보는 순간 마음은 벌써 점심상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저와 대부분의 직원들은 쟁반짜장을 골랐습니다. 어떤 직원은 짬뽕을, 또 어떤 직원은 짬뽕밥을 주문했습니다. 가운데에는 찹쌀탕수육을 곁들였습니다. 이사한 날 중국집에 와서 짜장과 짬뽕, 탕수육을 함께 놓고 먹으니 오래된 생활의 공식 하나가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자리에 앉자 양파와 단무지, 춘장, 매콤한 양념장이 차례로 놓였습니다. 하얀 양파는 아삭한 소리를 예고했고, 노란 단무지는 오래전부터 중국집 식탁을 지켜온 조용한 친구 같았습니다. 별것 아닌 기본 찬인데도 이런 반찬이 식탁에 놓이는 순간, 마음은 벌써 한 끼를 시작한 듯 든든해집니다.

 

어르신의 마음으로 더 맛있었던 산청 차이나웍 점심

먼저 탕수육이 나왔습니다. 바삭하게 튀겨낸 고기 위로 붉은빛 도는 소스가 윤기 있게 내려앉고, 양파와 당근, 오이 조각이 색을 보탰습니다. 앞접시에 들어서 한입 베어 물자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했습니다. 특히 찹쌀을 둘러 튀겨낸 듯한 식감이 좋았습니다. 그냥 바삭하기만 한 탕수육이 아니라, 씹을수록 차진 결이 입안에서 살아났습니다.

짬뽕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커다란 그릇 안에는 양파와 호박, 버섯, 새우, 오징어가 수북하게 올라앉았습니다. 국물은 맵기만 한 붉은색이 아니라, 해물과 채소가 우러난 부드러운 주황빛에 가까웠습니다. 이날의 하늘은 잿빛이었지만, 그릇 안 짬뽕 국물은 작은 불빛처럼 따뜻했습니다.

제가 주문한 쟁반짜장은 윤기가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검은 소스가 면발 사이사이에 깊게 스며 있었고, 새우와 채소, 양파가 한데 어우러졌습니다. 짜장은 늘 묘한 힘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졸업식 뒤에 먹던 맛이기도 하고, 이사하던 날 먹던 맛이기도 하며, 바쁜 직장인의 점심시간을 잠시 축제처럼 바꾸는 맛이기도 합니다.

쟁반짜장은 마지막까지 맛있었습니다. 저는 숟가락으로 남은 소스까지 싹싹 긁어 먹었습니다. 말로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그 빈 그릇 하나가 오늘 점심의 만족을 보여주었습니다.

식사가 끝난 뒤의 식탁도 좋았습니다. 다 먹은 그릇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고, 숟가락과 젓가락은 잠시 일을 마친 사람처럼 쉬고 있었습니다. 비워진 그릇은 지저분한 것이 아니라, 맛있게 먹었다는 가장 솔직한 기록이었습니다.

동료들은 구내식당과 달리 맛나게 배부르게 먹었다고 했습니다. 배부르다는 말 속에는 허기가 채워졌다는 뜻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전 내내 이사로 움직인 몸과 마음까지 함께 채워졌다는 뜻도 있습니다. 어르신이 챙겨주신 밥값으로 먹은 점심이라 그런지, 탕수육 한 점에도 마음이 묻어 있었습니다.

오늘 점심은 단순한 외식이 아니었습니다. 어르신의 고마운 마음이 차려준 밥상이었고, 함께 움직인 동료들이 서로의 수고를 나눈 시간이었습니다. 산청 차이나웍의 쟁반짜장은 이사한 날의 기억과 잘 어울렸고, 찹쌀탕수육은 오래 씹을수록 고소했습니다.

 

배를 채운 것은 음식이었지만, 오후를 다시 걸어갈 힘을 채운 것은 어르신의 마음과 동료들과 나눈 그 점심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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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차이나웍

 

- 주소: 경남 산청군 산청읍 꽃봉산로79번길 41, 산청초등학교 정문 옆

- 영업시간: 11:00~19:30, 연중무휴

- 주차: 가게 앞 주차 가능. 평일 11:30~13:30 가능, 주말·공휴일은 하루 종일 가능

- 배달·포장: 배달 안 됨. 방문 포장도 안 됨

- 이용 팁: 매장 식사만 가능. 1인 식사는 13시 이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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