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산청 가볼만한곳 환아정, 군청 뒤편에서 만난 선비의 풍경

에나 이야기꾼 해찬솔 2026. 6. 10. 05:52
728x90

어르신을 기다리며 오른 환아정

 

산청군 산청읍에 볼일이 있는 어르신의 이동 운전지원을 맡았습니다. 어르신이 볼일을 보는 동안 기다릴 시간이 생겼습니다. 차 안에만 있기에는 햇살이 아까웠고, 멀리 움직이기에는 시간이 길지 않았습니다. 그때 떠오른 곳이 산청읍 군청 뒤편 환아정이었습니다.

 

어디 멀리 떠난 것도 아니고, 큰마음을 먹고 찾아간 답사도 아니었습니다. 산청읍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늘 지나치기만 했던 자리였습니다. 산청 환아정은 산청읍을 내려다볼 수 있는 산청읍 가볼 만한 곳입니다.

환아정으로 오르는 계단 앞에 서면 일상의 길이 잠시 멈춥니다. 아래는 산청읍의 생활이고, 위는 옛 고을의 기억입니다. 붉은 기둥과 노란 벽, 푸른 단청이 어우러진 사의문이 먼저 맞아줍니다.

계단 양쪽에는 해태상이 앉아 있습니다. 무섭다기보다는 익살스럽습니다. 둥근 코와 툭 나온 이빨, 조금은 장난스러운 표정이 오래된 문지기처럼 느껴졌습니다.

문 위에는 사의문(思義門)’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습니다. 글자 그대로 풀면 의를 생각하는 문입니다. 환아정에 오르기 전에 마음을 한 번 단정히 고쳐 매게 하는 문처럼 다가왔습니다.

문 안으로 들어서자 풍경이 한꺼번에 열렸습니다.

활짝 열린 붉은 대문 사이로 환아정이 보이고, 반대로 돌아서면 산청읍과 산줄기가 보입니다. 태극 문양이 그려진 문짝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좋았습니다. 문은 닫기 위해 있는 줄 알았는데, 이곳에서는 풍경을 열어주는 장치였습니다.

환아정은 1395년 산음현감 심린이 창건했다고 합니다. 또한 환아정이라는 이름은 중국 황하강 하류 경호강 고사와 관련해 전해진다고 설명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환아정 현판 글씨는 한석봉이 썼다고 합니다. 현재 환아정 현판 글씨는 숭례문 복원 상량문을 쓴 소헌 정도준 선생의 글씨로 알려져 있습니다.

 

처마 아래 열린 산청읍 풍경

정자 가까이 다가서면 지붕선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처마 끝은 하늘을 살짝 들어 올리고, 기와의 곡선은 멀리 보이는 산줄기와 어긋나지 않습니다. 붉은 난간, 검은 기와, 푸른 단청, 흰 기단이 서로의 색을 밀어내지 않고 차분히 서 있습니다.

정자 안으로 들어가니 또 다른 환아정이 있었습니다. 밖에서는 건물을 보았고, 안에서는 색의 질서를 보았습니다. 천장과 보에는 꽃무늬와 구름무늬, 용 그림과 산수 그림이 촘촘히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단청이 문득 예복처럼 보였습니다.

특히 용 그림이 눈길을 오래 붙잡았습니다. 구름 사이를 비틀며 나아가는 용은 위엄만 내세우지 않았습니다. 눈을 부릅뜨고 몸을 틀었지만, 색은 화려했고 움직임은 유연했습니다. 또 다른 그림에는 선비와 아이, 그리고 두 마리 거위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환아정의 이름을 생각하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장면입니다.

난간 가까이 서면 산청읍이 내려다보입니다. 멀리 아파트와 건물들이 보이고, 그 뒤로 산이 겹겹이 물러납니다. 아래에는 길이 지나가고, 하천의 흐름도 보입니다. 산청은 산만 깊은 곳이 아니었습니다. 산과 마을, 관청과 길, 오래된 정자와 오늘의 건물이 한눈에 들어오는 고장이었습니다.

마루에 서서 바라본 풍경은 한 폭씩 달랐습니다. 붉은 기둥 사이로 보이는 산청읍은 액자 속 그림 같았습니다. 처마 아래서 바라보면 하늘도 달라집니다. 그냥 올려다보면 큰 하늘이지만, 처마 끝에 걸리면 한 폭 그림이 됩니다. 정자 안에 그려진 산수화와 바깥의 실제 산수 풍경이 서로 마주 보는 듯했습니다.

환아정의 매력은 거창하게 시간을 내지 않아도 만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산청군청 뒤편이라 접근하기 좋고, 산청읍을 오가다 들르기에도 부담이 적습니다. 별도 주차장이 있어 차로 찾기도 좋고, 환아정 안에 화장실도 있어 머물기에도 불편이 덜합니다.

내려오며 다시 사의문을 돌아보았습니다. 들어갈 때는 문이었고, 나올 때는 기억이 되었습니다. 어르신을 기다리던 시간은 그렇게 작은 여행이 되었습니다. 산청은 가끔 이렇게 뜻밖의 자리에 조용한 선물을 놓아둡니다. 바쁘게 지나가면 보이지 않고, 잠깐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풍경입니다.

 

산청 환아정

- 주소 : 경상남도 산청군 산청읍 덕계로 141

- 주차 : 별도 주차장 무료 이용

- 관람 : 야외 누정으로 상시 개방

- 화장실 : 환아정 내 화장실 있음

환아정 경남 산청군 산청읍 꽃봉산로61번길 22-10

#산청환아정 #환아정 #산청가볼만한곳 #산청읍가볼만한곳 #산청군청근처 #산청읍여행 #산청여행 #경남가볼만한곳 #산청정자 #선비의고장산청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