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가까운 300m 나들이, “바람이 좋아요...”
- 친구따라 칠백리 봉사온 봉사단과 함께 자장면도 먹으며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운 정겨운 너나들이 어울림한마당, 12일 오후 성심원내 운동장에서 열려
“바람이 좋아요, 시원하고 따뜻하니...”
12일, 중증장애인생활복지시설인 경남 산청 성심원(원장 오상선 바오로 신부)에서 열린 너나들이 어울림한마당에서 중증장애 등으로 대부분의 일상을 회복실내 누워 지내는 정 모이세 할아버지(82)는 불과 300m 떨어진 원내 바깥나들이에 흥분된 목소리로 바람이 제일 좋다고 말했다.
이날 회복실 침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 창 너머로 하늘을 바라보던 중증 장애 어르신 30여 명은 진주지역 한국국제대․진주보건대 등의 봉사자와 색소폰 동호회 ‘여울림’· 충북 청주 자장면 봉사단 ‘메아리’ 등의 도움을 받아 원내 푸른 잔디밭으로 짧지만 긴 나들이를 다녀왔다.
만 99세인 이 로사 할머니를 비롯 생활인들은 고령과 중증장애 등으로 스스로는 밖으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할 뿐 아니라 앞도 보이지 않아 사회복지사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이 없으면 병실을 한 발자국도 제대로 내딛기 어렵다. 지리산둘레길 6코스가 지나는 성심원 앞을 지나는 둘레꾼들의 활기찬 목소리에 “침상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며 귀로 듣는 게 때로는 부럽다 못해 화도 치밀었다”는 할머니.
늦둥이로 귀하게 키운 딸을 치매 걸려 알아보지 못하는 여든 여섯의 아버지께 부산에서 온 딸은 감사편지에서 “당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사위가 교장으로 승진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해드리고 싶지만 아무런 감정이 없는 아버지께 전하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며 눈시울을 붉혔지만 “편안하게 지내는 모습에서 용기를 잃지 않고 잘 지내겠다”고 말했다.
신기청‘여울림’ 색소폰봉사단장(경남 진주 신안동· 56)은 "30여 년 전, 서울에서 직장생활 할 때 바나나가 참 먹고 싶었는데 돈 없어 먹지 못한 설움이 있었다”며”늦게나마 나눔을 실천하는 나 자신이 오히려 더 즐겁다“고 말했다. 6년 전부터 봉사에 나선 신 단장은 후원만하고 돌아서기 아쉬워 학원을 다니며 색소폰을 배워 뜻 맞은 이들과 여울림을 결성, ‘사랑을 함께 나누는 작은 음악회’를 매년 지역복지시설들을 찾아다니며 10여 회를 열고 있다.
자장면과 공연봉사를 펼친 ‘메아리봉사단' 장병수 단장은 고향친구 신 단장의 권유로 단원들을 이끌고 전체 생활인과 봉사자 등이 먹을 수 있게 넉넉한 자장면 250인 분의 재료를 준비해 맛난 자장면과 음악을 선사했다.
“서로 허물없이 말 건네는 사이를 일컫는 ‘너나들이’처럼 모두가 더불어 행복하고 즐겁게 지냈으면 하는 바란다”는 이정윤 사회복지사는 "대부분의 일상을 침대에서 누워 지내는 중증장애어르신들이 잠시라도 침대라는 공간을 벗어나 시원한 바깥에서 봉사자와 가족들과 함께하는 흥겨운 한때가 삶의 활력소가 될”거라고 말했다.
'해찬솔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회의원, 인생역전 권리뿐 아니라 의무도 다하길 (0) | 2012.05.23 |
---|---|
선학초등학교, 학부모 초청 공개수업 (0) | 2012.05.18 |
내일 우리 함께 검은 밥 먹어요~ (0) | 2012.05.11 |
복수는 나의것, 바나나! (0) | 2012.05.03 |
13살 생일인데 초는 열두살을... (0) | 2012.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