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나의것, 바나나!

 

 

바나나, 지금도 맛있다. 그러나 20여 년 전에는 더 맛난 과일이었다. 지금처럼 쉽게 사먹지를 못했다. 왜냐고 수요와 공급이 일치 하지 않았다. 당시는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지 않아 우리 농산물을 먹을 수밖에 없는 불쌍한 처지(?)였는지 모른다. 지금이야 신토불이를 외치며 우리 지역, 우리 고장의 과일을 찾는다. 그때는 바다 건너 온 물건들 모두가 최고였다. 오죽하면 거지도 외국거지가 대우를 받는 우스개 상황이 코메디 소재로 등장할까. 지금이야 있는 분들은 농약투성이의 바나나를 먹지 않고 우리나라 우리 과일을 먹겠지만 없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맛나게 먹을 수 있는 과일로 바나나를 최고로 친다.

 

마흔은 넘긴 나에게 바나나는 어떤 의미일까? 원숭이가 즐겨 먹는 과일, 식사? 나는 여태를 살아오면서 원숭이가 바나나를 먹는 것을 애니메이션에서만 보았다. 내가 아는 원숭이는 뻥튀기 과자를 더 좋아하고 내 먹던 과자를 빼앗기도 하든데...

 

아무튼 바나나는 지금 우리 가까이 있는 과일이다.

한때는 제주도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재배한 아주 아~주 귀한 과일이었다. 그렇기에 누구나 먹지 못한 그 시절이 있었다. 대만이라는 쉽게 불렸던 자유중국과 구상무역으로 우리네 사과를 주고 바나나를 건네 받았다. 수요에 비해 공급은 언제나 부족했다. TV드라마에 곧잘 등장하는 재벌가의 일상에서 바나나를 먹는 모습이 부의 상징처럼 보인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랬다. 믿거나 말거나가 아니라 진실이고 사실이었다.

 

 

 

오늘 직장에서 만난 이 분을 통해 바나나에 깃든 소중한 추억을 떠올렸다. 올해 쉰여섯의 이 분은 스물넷에 서울 남산 근처 공장에서 일하면서 자신에게 먹어보라며 빈말이라도 권하지 않았던 공장주인에 대한 복수로 이 일을 하자고 결심했다고 한다. 바나나, 그 맛을 함부로 나누지 못한 그 시절, 그는 자기 자신처럼 간절한 이에게 나중에 함께 하겠노라 다짐하면서. 이제 그는 충북 청주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수 십여 년 한뒤 지금은 경남 고성에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주위 분들을 위해 색스폰도 배워 한달에 한번꼴로 찾아다니며 자신이 가진 달고 단 바나나의 맛처럼 재능을 나누고 있다.

 

그렇게 먹고 싶었던 아닌 먹어보라고 권하지 않은 바나나에 대한 복수. 복수는 나의 것이란 말처럼 애절했던 바나나로 대변되는 간절함이 ‘사랑도 함께나누는 작은 음악회’를 여는 색스폰 4인조 그룹이 되었다.

 

 

오는 12일 '바람이 불어오는 마을' 산청 성심원 푸른 뜨락에서 색스폰이 울려퍼질 것이다. 바나나에 대한 완벽한 복수를 준비하며 울릉도트위스트로 어르신들은 5월의 싱그러움을 가슴에 담아 가겠지. 36.5도의 체온을 이 어르신들께도 전해질거라 믿는다.

 

바나나에 대한 완벽한 복수를 색스폰 선율에 담는 그의 공연이 펼쳐질 것이다.  서로 너니 나는 하고 부르며 허물없이 말을 건네는 사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너나들이’ <어울림한마당>이 열린다. 중증장애인들이 생활하는 성심원.

 

 

이중에서도 내가 근무하는 전문요양팀 내 어르신들은 다른 어르신들에 비해 중증질환이 많아 대부분의 생활을 침대에서 보낸다. 100m의 거리도 이분들에게는 먼나먼 이국이다. 어르신들에게 삶의 활력을 안겨주는 작은 계기가 바나나의 추억과 버무려 열린다.

 

성심원 너나들이 '어울림한마당"은 5월12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원내 운동장에서 열린다. 38명의 어르신을 비롯 한국국제대 봉사자 17명이 함께한다. 또한 색스폰이란 재능을 가진 분들과 자장면 봉사까지 곁들여 가족과 함께 푸르른 5월의 봄을 한껏 누릴 예정이다. 혹여 이 행사에 봉사를 원하거나 후원을 원하는 분들은  055-973-6966(대) 성심원의 이정윤 사회복지사를 찾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