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산청성심원 나룻배와 성심교, 봄길 너머에 남은 시간을 만나다

에나 이야기꾼 해찬솔 2026. 3. 23. 05:03
728x90

봄이 오면 지리산 둘레길을 많이 걷습니다. 둘레길이 지나는 마을은 풍경 너머의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산청성심원도 그런 곳입니다. 둘레길을 따라 마을에 들어서면 전원주택 같은 3층 높이의 아담한 빌라 4채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커다란 요양원과 수도원, 수녀원도 경호강 가를 따라 놓여 있습니다.

마치 작은 캠퍼스 같은 풍경입니다. 평화롭고 단정한 건물, 굽은 길, 큰 나무, 고요한 마을 너머에는 오래된 시간이 함께 놓여 있었습니다. 성심원을 찾는 분들께는 마을 풍경만 보고 지나치지 말고 역사관도 함께 둘러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성심원이 지나온 시간을 기록으로 마주하고, 나루터카페에서 경호강을 바라보며 숨을 고르면 이곳의 풍경이 조금 다르게 다가옵니다.

경호강을 가로지르는 성심교를 지나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흰 벽과 붉은 벽돌이 맞닿은 건물이 길옆에 서 있습니다. 한센 어르신들이 생활하는 가정사 건물입니다. 건물 앞에는 겨울을 지난 큰 나무 한 그루가 가지를 넓게 펼치고 있습니다.

정자나무 같은 나무 아래에는 철로 만든 배 한 척이 놓여 있습니다. 처음 보면 조금 뜻밖입니다. 오래 볼수록 그냥 지나치기 어렵습니다.

 
성심교가 놓이기 전의 시간, 나룻배가 건넜던 길

산청성심원은 한때 배가 아니면 쉽게 닿기 어려운 곳이었다고 합니다. 붉게 녹슨 나룻배 한 척이 비탈에서 말없이 사연을 건네는 듯합니다. 작고 낮은 배 한 척이 감당했을 삶의 무게가 더 궁금해집니다. 성심교가 놓이기 전의 시간은 지금보다 훨씬 멀었을 것입니다. 지리산 웅석봉이 감싸고 앞으로 경호강이 흐르는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누군가에게는 건너야 하는 경계이기도 했습니다. 나룻배는 그 경계를 이어 주었습니다. 아픈 몸을 실었을 것입니다. 생필품도 실어 날랐을 것입니다. 바깥 소식도 배를 타고 건너왔을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던 배의 역할은 이제 성심교가 잇고 있습니다.

성심원 안쪽 풍경도 차분합니다. 평화의 기도가 새겨진 빗돌이 잠시 눈길과 발길을 붙잡습니다. 낮은 둔덕과 다듬은 관목이 길을 따라 이어집니다. 건물들은 말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화려한 색은 적습니다. 겨울 끝자락의 빛이 흰 벽과 붉은 벽돌, 회색 도로 위에 얇게 내려앉아 있습니다.
 

역사관을 지나 나루터카페에서 숨을 고르다

길을 따라가면 붉은 벽돌의 큰 요양원 건물이 나옵니다. 역사관 안내판도 함께 보입니다. 마을 풍경 너머의 시간을 만나려면 이곳에도 한 번 들어서야 합니다.

건물에 들어서면 환영한다는 팻말과 노란 꽃이 먼저 반깁니다.

요양원 성당으로 향하는 한쪽에 역사관과 보눔카페가 있습니다.

역사관은 한센인 공동체의 시간을 품고 있습니다. 한센인들의 삶을 조용히 되돌아보게 합니다.

역사관은 아담합니다. 걸음마다 이곳에 보금자리를 만들고 살아온 이들의 흔적을 더듬게 됩니다. 기록을 보고 나오면 바깥 풍경이 달라 보입니다. 길도 다르게 보입니다. 나룻배도 다르게 보입니다. 성심원은 과거의 기록만 남은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지금도 사람이 드나들고 쉬어 가는 자리입니다.

다시 주차장 쪽으로 향하면 나루터카페가 있습니다. 주차장 한쪽에는 파크골프장도 보입니다. 낮은 돌담 앞 간판은 소박합니다. 목재 결이 살아 있는 외벽 뒤로 산 능선이 걸립니다. 겨울나무가 잎을 비운 덕분에 강가와 산의 윤곽은 더 또렷합니다. 실내는 따뜻합니다. 천장 가장자리를 따라 조명이 번집니다. 흙빛 벽면과 긴 나무 테이블이 먼저 들어옵니다. 창가 자리에 혼자 앉아 경호강을 바라보기 좋습니다.

한쪽에는 둥근 화덕이 자리합니다. 화덕에서 구운 피자 냄새가 은근하게 퍼집니다. 차 한 잔으로도 좋습니다. 역사관의 묵직한 여운을 조금 풀어내기에는 이곳이 잘 어울립니다. 넓은 유리창 너머 데크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습니다. 난간 밖으로 강이 흐릅니다. 다리와 산줄기, 강변의 나무들이 보입니다. 화려하지 않습니다. 오래 보게 됩니다. 성심원의 시간을 돌아보고 나온 분에게도 잘 어울리는 자리입니다.

경호강을 바라보며 잠시 숨을 고르면 마음도 조금 느려집니다. 걷는 길의 속도와 보는 마음의 속도가 그제야 비슷해집니다. 산청성심원은 아픈 역사를 품은 장소입니다. 그 역사 위에서 삶을 이어 낸 공동체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성심원은 평화로운 마을 풍경 너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잠시 자신을 돌아보며 숨을 고르기 좋은 곳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산청 성심원을 조금 더 알고 싶다면 아래 글도 함께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평화로운 마을 풍경 너머에서 지금도 이어지는 공동체의 시간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성심어울림축제 첫째날 “우리가 없어져도 마을은 남아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https://blog.naver.com/haechansol/223890884971


눈으로 보는 음악회? 산청성심원 성심어울림축제
https://blog.naver.com/haechansol/223472553273


산청성심원 ‘수해 복구’ 위한 미사·음악회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려
https://blog.naver.com/haechansol/223982120067
산청성심원
- 주소: 경남 산청군 산청읍 산청대로 1381번길 17
- 지리산 둘레길 6코스 : 산청 금서면 수철리와 산청읍 풍현마을 성심원을 잇는 길
- 산청성심원 역사관
요양원 내 있음
관람 : 직원 근무 시간 대 가능
관람료 무료, 연중무휴, 문의전화 055-973-6966
- 나루터 카페
운영시간 : 11:00~18:30(일요일, 11:00~17:00)
휴관일 : 매주 월·화요일
- 주차 : 성심원 내 주차장 무료 / 만차 시 경호강변
성심원 주위로 거주인들의 텃밭 있음. 외부인 농작물 수확 금지
 
#산청여행 #산청성심원 #성심원 #성심교 #나룻배 #성심원역사관 #나루터카페 #경호강 #지리산둘레길 #산청가볼만한곳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