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동이 불편한 장모님을 모시고 모처럼 콧구멍에 바람 넣으러 삼천포로 갔습니다. 사천 쪽으로 길을 잡으면 늘 1+1 같은 느낌이 듭니다. 바다를 보고, 맛난 식사를 하고, 마음 맞는 곳 하나 더 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날도 삼천포항 근처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밥 한 끼를 나눈 뒤 곧장 사천미술관으로 향했습니다. 식후경이라는 말이 그날은 유난히 잘 어울렸습니다.
식후경처럼 들른 사천미술관, 민화 앞에서 걸음이 느려졌습니다

사천미술관 입구에는 안용균 작가 개인전을 알리는 현수막과 배너가 걸려 있었습니다. 전시 제목은 ‘비나리, 민화로 소망하다’였습니다.

미술관 안은 밝되 번잡하지 않았습니다. 작품은 가지런했습니다.

휠체어에 탄 장모님과 천천히 전시장을 둘러보았습니다. 민화는 어렵게 다가오는 그림이 아니었습니다. 일상에서 익숙하게 보아 온 상징이 많아서인지 장모님께서도 그림 하나하나에 나름의 뜻을 더듬듯 바라보셨습니다. 그림 앞에서 조용히 멈추는 시간이 잦았습니다.

아내는 민화를 취미로 해 온 사람답게 작품 앞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한 점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선을 보고, 색의 번짐을 보고, 부분을 다시 보았습니다. 마음에 남는 대목은 휴대전화 카메라로 담았습니다. 보고 지나가는 관람이 아니라 배워 가는 학생처럼 더욱 유심히 봅니다.

민화는 조선 후기 서민의 생활감정과 길상적 바람을 담아낸 그림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전시 역시 학, 복숭아, 말, 용처럼 복과 장수를 비는 상징을 중심에 두고 있었습니다. ‘비나리’라는 제목도 좋았습니다. 앞날의 복을 빌고, 마음속 소망을 조용히 얹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취미로 민화를 그리는 사람의 눈길은 달랐습니다. 예쁘다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그렸는가를 보았습니다. 아내는 그림 앞에서 살짝 물러서서 전체를 보고, 다시 가까이 다가가 부분을 살폈습니다. 때로는 휴대전화 카메라로 담기도 했습니다. 비늘 표현을 보고, 항아리의 질감을 보고, 색이 겹치는 자리를 다시 담았습니다. 저는 그 옆에서 한참 같이 서 있었습니다.
전시장 끝 벽면의 용 그림, 아내와 제가 오래 바라본 이유

그날 가장 오래 발이 멈춘 곳은 전시장 끄트머리 가까운 벽면이었습니다. 눈길을 끄는 작품들이 나란히 걸려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용 그림이 아내와 제 눈을 오래 붙들었습니다.

푸른 기운이 화면 전체를 감돌았습니다. 비늘은 촘촘했습니다. 몸은 굽이쳤습니다. 구름 사이를 뚫고 나오는 형세가 또렷했습니다. 민화의 용은 위엄만으로 서 있지 않았습니다. 생기가 함께 있었습니다. 더 가까이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그 그림 앞에서 오래 머물렀고, 저도 그 곁에서 한참을 같이 바라보았습니다. 작품명은 ‘청운몽 꿈을 꾸며’였습니다. 가족에게도 저런 기운이 닿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조용히 따라왔습니다.

전시를 보고 나온 뒤에는 실안해안도로 쪽으로 이동했습니다. 사천미술관은 삼천포대교공원 인근에 있어 바다 쪽으로 길을 잇기 좋았습니다.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숨을 골랐습니다. 실안 일대는 죽방렴 풍경으로 잘 알려져 있고, 실안해안도로는 사천을 대표하는 바닷길 가운데 하나입니다. 짬조름한 바다 내음을 담았습니다. 든든히 먹고, 즐겁게 보고, 바다까지 담은 날이었습니다. 현장에서 본 길은 장모님과 함께 잠시 머물기에도 크게 무리가 없었습니다.

가족이 함께 움직이는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장모님의 휠체어가 천천히 지나가던 속도, 아내가 그림 앞에서 멈추던 시간, 제가 그 곁에서 같이 바라보던 눈길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사천미술관의 민화는 벽에 걸린 그림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가족의 안녕을 비는 마음과 맞닿아 오래 남았습니다. 그날 사천은 밥 한 끼 뒤에 조용히 들어온 작은 복 같았습니다.
▣ 사천미술관
① 위치 : 경남 사천시 사천대로 17, 1층
② 관람시간 : 10:00~18:00 / 휴게 12:00~13:00
③ 전시명 : 비나리, 민화로 소망하다 / 전시 일정 : 2026. 3. 6.(금) ~ 3. 12.(목)
④ 다음 전시 : 그리메 제9회 전시회(3.13.~3.19.) / 물로도, 불로도 7인전(3.20.~3.26.)
※ 전시 교체시 휴관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이날 점심은 삼천포돌게장에서 먹었습니다. 식사 이야기는 아래 글에 따로 담아 두었습니다.
경남삼천포맛집 확장이전한 사천케이블카맛집 삼천포돌게장
https://blog.naver.com/haechansol/224209520499
#사천미술관 #안용균개인전 #비나리민화로소망하다 #사천전시 #사천가볼만한곳 #민화전시 #실안해안도로 #죽방렴 #가족나들이 #에나이야기꾼해찬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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