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찬솔일기

새해 복은 받는 걸까 짓는 걸까, ‘복 많이 받으세요’의 뜻

에나 이야기꾼 해찬솔 2026. 2. 1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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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설 아침 일곱 시였습니다. 밤샘 근무를 마친 동료와 교대하면서 인사를 건넸습니다. 동료는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이어서 복은 받는 거 아닌가요?” 졸음이 남은 얼굴이었지만 또렷했습니다. 새해의 시작을 여는 질문이었습니다. 복은 짓는 것일까요. 복은 받는 것일까요.

 

하늘이 내리고 사람이 준비하던 복

복은 사람 손에 쥔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오고 조상에게서 이어지며 시절을 타고 들어오는 몫이었습니다. ‘()’ 자에 제단을 뜻하는 보일 시()’가 들어 있는 이유도 그 인식과 닿아 있습니다. 복은 인간의 영역 바깥에서 오는 것이었고, 사람은 문을 열고 맞이하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설날에 복조리를 걸고 대문에 복 자를 붙이던 풍경은 그 태도를 잘 보여줍니다. 아이들 허리에 복주머니를 달아주던 손길에도 같은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복은 만들어내는 대상이 아니라 맞이해야 할 손님이었습니다.

정월 초하루에는 유난히 조심할 것이 많았습니다. 말을 가려 하고 다툼을 삼가며 살생을 피했습니다. 집안과 부엌을 정갈히 정돈했습니다. 복이 머물 자리를 마련하는 일이었습니다. 복은 하늘에서 오지만 머무는 조건은 사람이 갖춘다는 인식이 분명했습니다. ‘받는다는 말 속에는 이미 스스로를 가다듬는 태도가 들어 있었습니다.

 

짓는 복과 받는 인사, 작복의 감각

시간이 흐르며 복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불교적 인과의 세계관이 일상에 스며들며 복은 쌓는 것으로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선한 행위가 결과로 돌아온다는 믿음이 삶을 지탱했습니다. 근대에 들어 복을 짓는다는 말이 등장한 배경도 같은 흐름 위에 놓여 있습니다. 복은 기다림의 대상에서 삶의 태도가 낳는 결과로 옮겨갔습니다.

인사말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사람들은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말합니다. 복을 짓는 일은 각자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밤을 새워 맡은 일을 마무리하는 시간, 말없이 책임을 감당하는 하루는 대신할 수 없는 수고입니다. 인사는 그 수고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이미 지은 복이 제때 온전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건넵니다.

세시 풍속과 기록을 함께 놓고 보면 복의 구조가 또렷해집니다. 하늘이 내리고, 사람이 지으며, 이웃이 빌어주는 흐름입니다. 셋 가운데 하나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설 아침 교대 시간에 오간 짧은 대화도 그 구조 안에 놓여 있습니다. 누군가는 밤을 새워 복을 짓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그 복이 무사히 도착하기를 빌고 있었습니다. 질문은 다시 돌아옵니다. 복은 짓는 것일까요. 복은 받는 것일까요.

복은 혼자 지을 수 없고 혼자 받을 수도 없습니다. 새해에 건네는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에는 이미 충분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지어온 하루들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는 조용한 응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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