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찬솔일기

즐기자는 겁니다!!!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2. 4. 2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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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자는 겁니다!!!

 

어제 경남 진주 차없는 거리에 있는 목신의 오후라는 까페에서 황규민 님의 아래 제안으로 모임이 열렸다.

"<진주역사공부모임>
오늘 예비모임 합니다.
오후 7시 30분/목신의 오후(건강한 치과 3층)
진주역사관련 보유자료/보유하지않지만 아는 자료, 추천 자료 댓글제안 바랍니다.
그리고 관심있는 분들(지속적으로 참석하지 못하는 분들도 OK) 참석바랍니다.
참석하여 좋은 의견 바랍니다. 즐기자는 겁니다!!!"(페이스북 노리터에서 발췌)

 

두메산골에 산 것도 아닌데 퇴근길 모임장소인 시내에 들른 나는 무척이나 놀랐다. 이른바 서울의 명동거리에 해당하는 경남 진주의 '차없는 거리(일명 로데오거리)'. 이곳에 얼마만에 특히 낮이 아니라 저녁 7시무렵에 거닐었는지 기억이 가물하다.

 

스무살 때 친구들과 그 당시는 차도 없었으니 다들 뚜벅이였기에 시내버스가 많이 교차하는 이곳이 여러모로 모이기도 좋았다. 물론 술집이 많다는 이유가 제일이었지만. 친구를 멀리하고 아내와 데이트를 즐길때도 이곳은 참 요긴했다. 아내와 쇼핑하면서 구경할꺼리가 많았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이곳은  컴퓨터 하드디스크 저 구석 어딘가에 검색창을 통해 찾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그곳으로 숨어버렸다. 아이 핑계가 아니라 이제 나도 차가 있었기에 주차 편한 곳이 제일이었다. 이마트 진주점을 자주 애용하며 시식코너 등을 섭렵했다.

 

 

 

변신은 무죄

 

'변신은 무죄'라더니 내게는 진주시내의  낯설고 신기한 풍경은 그저 눈이 호사를 하는 시간이었다. 서울 명동을, 강남을 걸어도 이렇게 낯설지 않았다. 어디에 눈을 둬야할지 몰라 왕복 300m 남짓의 골목을 20여 분간 아주 천천히 걸었다. 어릴적부터 엄마의 손을 잡고 치료를 받기 위해 다녔던 김영기이비인후과며 나에게 외삼촌이라 부르는 조카와 첫 대면을 한 김명서산부인과 등이 그나마 온전히 내게 추억이랍시고 더듬거리게 한다. 친구들과 술을 배우기전에 커피숖에서 달짝지근하게 먹었든 '딸기 파르펫'의 유혹이 그리운데 그곳도 없다. (지금 듣고 있나 친구야~)

 

가계에 보탬이 되고자 늘 다람쥐 체바퀴하듯 직장과 집. 일상의 익숙함에 젖어든 내게 문득 마흔을 넘기고도 몇 해를 더 지낸 내게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아니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더 궁금했는지 모르지만 오프라인 모임에 무거운 엉덩이를 들었다. (애나로 내가 봐도 잘했다...)

 

시내 구경을 마치고 예정된 장소로 갔더니 아무도 없다. 커피숖 내 북까페에 앉아 인터넷서핑을 하는데 차츰 아는분들이 등장한다. 모임의 주최자 황규민 님을 비롯  경상대학교 장상환 교수,  진주참여연대 심인경 사무차장,  형평운동기념사업회 권춘현 이사, 진주미디어센터 김현기 대표, 지식문화  노리터  권오범 대표. 백인식 전 민예총 진주사무국장이 자리를 함께했다. 어떻게 역사공부모임을 시작할지 이야기가 오고 갔다.

 

농기계 전문업체인 '대동공업사의 대구 이전'에 관해 알아보자는 장 교수님의 제안이 가장 솔깃했다. 당시 진주의 가장 큰 경제 축인 대동공업사가 사업확장으로 이전부지를 찾든 중 진주지역내 일부 땅을 가진 부자들이 땅값을 비싸게 불러 대구로 뺴겼다고 뒷담화가 무성했다. 진주에 있던 경남도청이 부산으로 간만큼이나 큰 충격적인 지역내 큰 사건이었다. 을사오적이 빗대 일부 부자들을 진주의 오적이라 불리기도 했다. 교수님이 경상남도사 편찬위원회 경제사회분과위원장으로 위축되셨으니 진주경제사를 정리하시면 어떤 숨은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하고 설렌다.

 

'각자 관심사를 발표하는 것과 자료를 수집해서 정리해서 소개하자 쪽으로 의견이 모여졌다. 공부모임이라 벌써부터 숙제(?)가 나오는 통에 대략 난감이다. 아무튼  다음달 5월21일(매월 셋째주 월요일 오후7시30분) 진주 가좌동 가좌우체국 2층에 있는 '노리터'에서 모임을 하기로 했다. 다음달 모임의 준비는 심인경 님이 준비하고 공부할꺼리는 까페에 올리기로 했다.

 

 

내 인생의 쇼부

 

언제나 본 무대보다 그 무대의 막전막후가 더 재미난 법.   대강의 마무리를 마치고 2차, 호프집. 술을 합법적(?)으로 마실 수 있는데다 시원한 생호프의 유혹에 여러 잔을 마셨다.사진은 그때의 모습인데 몇순배가 돌고 난 뒤  장 교수님이 먼저 자를 뜨고 사진을 찍은 백인식님도 좀더 있다 가고.  그 와중에 인생에 한번 쇼부를 볼 나이가 아닌가 하는 말이 나왔다. 승부(勝負)라는 한자를 일본어로는 '쇼부(しょうぶ)'다. 이 말은 굳이 일본어를 공부하지 않아도 살아오면서 몇 번씩은 자연스럽게 들고 자란다. 자연스럽게 익히는 생활 속의 일본어(?)인 셈이다. 물건을 사거나 어떤 일을 결판 내기 위한 흥정을 할 때 곧잘 사용한다. 우울증에 걸린 김 대표님의 말에 인생의 변곡점을 이야기 하는 중에 나왔는데...

'아, 내 인생의 쇼부는 언제지? 지금인가 '

 

"당신이 청춘인줄 아나?"

 

3차로 신안동  신안성당 앞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란 막걸리 집으로 향했다. 막걸리에 찌짐. 불현듯 아내의 전화. "지금 몇 신데 안 들어오노?, 당신이 청춘인줄 아나?" 근데 여보 이 지금 시간은 오전 1시20분이고 자리에 남은 사람들은 2명을 제외하고 다들 나보다 연세가 많은데... 화장실에서는 술에 약한 청춘이 사태수습 중이고. 내일 출근을 앞두고 아참, 나이트였지. 한시름 놓았다. 낮에 쉬면 되겠네...

 

먼저 자리를 떴다.

...

 

아침에 절로 눈이 떠지는 이 괴변은 내가 술을 덜 마셨다는 증거거나 술대신 나이를 먹어 아침잠이 없어졌거나...아무튼 아내는 직장으로, 아이들은 학교로... 나는 화장실 한켠에 있는 빨랫감 세탁기에 넣고 돌리고. 봉지커피의 달짝지근한 맛과 함께 컴퓨터 앞에 앉아 어제 공부모임을 복습한다. 이렇게 공부했으면 우리 아버지, 어머니께서 무척이나 좋아라 하셨을건데...

 

"여보, 우리또래 수명은 100세 이상이야. 당연히 지금의 내 나이는 겨우 절반도 안돼. 그때 돌아보면 지금은 내 인생의 청춘이야~ 내 인생의 변곡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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