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비구비 흐르는 시간의 흔적을 쫓다,진주에서 보낸 하루
진주에서 나고 자라 지금도 살지만 진주를 잘 알지 못합니다. 진주를 제대로 알 기회가 10월 18일 있었습니다.

진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역사와 쉼, 빛으로 이어지는 진주에서의 하루>라는 주제로 전문 해설가와 함께하는 투어에 동행했습니다. 철도문화공원-루시다갤러리-망경식육식당-남강유등전시관-물빛나루쉼터-구인회 상점터- 삼각지 다방으로 다녀왔습니다.

먼저 옛 진주역에서 여정은 시작했습니다. 옛 진주역 앞 1호 광장에는 도로원표가 있습니다. 진주에서 서울까지 천 리 길을 정확하게 알리는 표지석입니다.

진주 도로원표 방위각 위도 35도10' 33" 경도 128도05'26"으로 서울까지 327.4km 신의주 734.5km입니다. 서울 도로원표는 광화문 광장 가운데 있습니다.


마침, 찾은 날 진주 철도문화공원에서는 경상남도 생활예술축제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경상남도 동호회 여러분들의 갈고닦은 솜씨를 잠시 구경했습니다. 이어서 옛 차량정비고에서 열리고 있는 진주 전통공예 비엔날레 전시장을 둘렀습니다.

일본의 인간 국보로 불리는 중요무형문화재인 미야모토 테이지의 <물결무늬 느티나무 옻칠 선반>과 효에츠 미키의 <잔잔한 물결>,<밤의 바다>에서는 절로 터져 나오는 감탄사에 입을 다물 수 없었습니다. 마치 월인천강지곡처럼 잔잔한 물결에 은은하게 비치는 달빛을 보는 양 마음은 고요하고 평화로워집니다.

이어서 걸음을 옮긴 곳은 사진갤러리 <루시다(LUCIDA)>입니다. 진주 원도심인 옛 망경동(현 천전동) 목욕탕을 사진 전시 공간과 천백여 대의 카메라를 보유한 박물관으로 바뀐 곳입니다. 물론 카페로 겸해서 쉬어가기도 좋습니다.

찾은 날은 이수진 루시다 갤러리 관장의 개인전 <망경동 오일장> 전시 마지막 날(10/2~10/18)이었습니다. 이 관장이 지난 2014년 망경동 아카이브 기록물 ‘메모리-옥봉, 망경동 기록’의 촬영을 하면서부터 시작한 이번 전시작들은 갤러리에 접한 골목들의 풍경들이 사진 속에 담겨 있습니다.

“사진은 과거를, 기억을 소환하는 좋은 도구”라며 전시장을 찾은 우리를 맞이한 이 관장은 “여기 망경동 오일장에서 판매하는 농작물은 인근 지역민들이 직접 집에서 키우던 것을 가져와 파는, 가공되지 않은 날것들이 대부분”이라며 소개했습니다.

이수진 사진가의 설명 덕분에 시간 여행자가 된 양 찬찬히 사진을 관람하며 시간을 거슬러 갑니다. 숨을 고르고 골목을 지나 점심을 먹었습니다. <망경식육식당>입니다. 돼지주물럭을 먹었습니다.

“아이고, 섭천(涉川) 쇠가 웃겠네!”
진주 지역 말이 있습니다. 섭천은 아침부터 걸었던 원도심 지역인 망경동, <배건네>를 일컫는 말입니다. 조선시대까지 소를 비롯해 가축을 잡든 백정이 모여 살든 마을이었습니다. 도살장인 섭천에 끌려온 소들이 눈물을 흘렸다는데 죽으러 가는 길에 소가 웃는다니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만큼 어이없다는 뜻입니다.

맛난 고기를 먹었습니다. 덕분에 걸음은 더욱 가벼워집니다. 이번에 향한 곳은 <진주유등체험관>입니다. 모두가 어릴 적 동심으로 돌아가 등을 만들었습니다. 사각의 청사초롱처럼 등에 전원이 들어오면 반짝 빛납니다.


다음 이동 장소인 진주남강유등전시관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촉석루를 바라보았습니다. 남강 유등축제(10/4~10/19)와 개천 예술제가 열리는 아늑하고 풍요로운 풍광이 두 눈 가득 파노라마처럼 다가왔습니다.


이곳에서 각종 유등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내년 6월 14일까지 열리는 혜원 신윤복의 작품과 유등, 진주실크가 뒤섞인 기획전시 '기억, 그리고 찬란히 당신이 서 있는 곳 - 빛, 결, 선 : 유등과 비단, 혜원 신윤복을 만나다'가 열리고 있습니다.


신윤복의 <미인도>를 중심으로 한 ‘매혹, 그 찰나의 순간’에서는 진주에서 생산된 비단 천 위로 봄기운이 느껴지는 디지털 영상들이 비쳐 우리를 봄날로 이끕니다.

이어서 우리는 망경 나루터로 향했습니다. 촉석루의 지붕 곡선과 기둥 등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배 형상을 띄고 있는 물빛나루쉼터에서 탑승 시각까지 잠시 숨을 골랐습니다.


구명조끼를 입고 전기자동차처럼 전기로 움직이는 <김시민 2호>에 탑승했습니다. 전통미를 반영한 승선 인원 25명의 평저선 김시민호가 천천히 남강에 미끄러져 촉석루를 향합니다.


모두 선실에 머물지 못합니다. 배 앞과 뒤에서 남강을 수 높은 유등과 주위 풍광을 구경합니다. 두 눈에 담지 못하는 풍광을 휴대전화에 꾹꾹 눌러 담습니다. 곱고 아름다운 풍광 덕분에 신선이 된 양 마음은 더욱 넉넉해집니다.

20여 분의 승선 시간. 참 짧습니다. 아쉬운 여운을 남기고 이번에는 중앙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지난해 개봉한 독립영화 <진주의 진주> 촬영지였던 삼각지 다방입니다. 시장 입구 바로 옆 삼각형의 땅 위 2층에 자리한 <삼각지 다방>. 영화촬영지였던 다방은 지금도 영업 중입니다.

쌍화차를 주문했습니다. 한약재 냄새가 정겹습니다. 노란 황금빛 달을 닮은 날달걀이 올려져 있습니다. 차를 마시는 게 아니라 진주를 마십니다.

일정상 둘러보지 못한 구인회 상점은 일행과 헤어져 따로 찾았습니다. LG그룹 창업주 연암 구인회 회장은 자본금 3천8백 원으로 1932년 현 위치(진주시 촉석로202번길 3 일원, 현 조이너스 진주점) 에 구인회 포목상점을 열고 1945년 부산으로 옮기기 전까지 이곳에서 청년 사업가로서 활동했습니다.

“돈을 버는 것이 기업의 속성이라 하지만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듯, 기업이 몸담고 있는 사회의 복리를 먼저 생각하고 나아가서는 나라의 백년대계(百年大計)에 보탬이 되는 것이어야 하는 기라.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도 기업을 일으킴과 동시에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야 한다. 그런 기업만이 영속적으로 대성(大成)할 수 있는기라.”

구 회장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오늘 투어는 진주 속 진주라는 보물을 찾아 나선 길입니다. 진주 속 진주라는 보물을 안고 지나왔던 진주성을 찾았습니다.

시월 축제가 한창인 진주 속에서 즐거운 여행의 추억을 갈무리했습니다.
#진주도심투어 #진주도시재생센터 #진주가볼만한곳 #진주여행 #진주속진주 #진주철도문화공원 #루시다갤러리 #진주유등체험관 #진주남강유등전시관 #진주나루터 #진주삼각지다방 #진주구인회상점
'진주 속 진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진주시의회 따라쟁이, 진주전통공예비엔날레에 가다 (6) | 2025.10.30 |
|---|---|
| 진주 가볼만한 곳 - 진주 남강댐 (6) | 2025.10.27 |
| 진주에 울린 인권 외침-형평운동 마당극 ‘수무바다 흰 고무래’ 진주축제 중 열려 (4) | 2025.10.18 |
| “암행어사 출또야”-진주박물관 암행어사 기획전 (0) | 2025.10.15 |
| “진주성이 아니라 불야성이네!”- 시월 축제, 진주 남강유등축제와 개천예술제에 가다 (6) | 2025.1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