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기로 떠나는 타임머신-진주청동기문화박물관
역사, 괜히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지는 않습니까? 학창 시절 역사는 암기과목으로 우리를 괴롭혔던 과목으로 인식 남아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역사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보다 앞선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게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야기를 담은 창고가 박물관입니다. 경상남도 18개 시군에는 저만의 이야기 창고가 있습니다. 이야기 창고를 돌아다니면 역사가 단순히 암기하는 과목처럼 딱딱하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선조들의 삶을 엿보며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출 수 있습니다.
석기에서 철기로 넘어가는 과정에 청동기가 있습니다. 기원전 3300년경부터 기원전 1200년경 사이로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인더스 문명 등이 출현하는 시기입니다. 우리나라는 기원전 1천 년 전으로 고조선 시기이기도 합니다. 중국 은(殷)나라ㆍ주(周)나라가 이 시기에 해당합니다. 청동기 사용으로 생산력이 늘어나면서 강력한 군대가 조직되어 왕국이 형성되던 무렵입니다. 너무도 먼 시기라 감이 잘 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머나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진양호에 자리한 진주청동기문화박물관을 찾으면 그만입니다.
청동기문화박물관에 들어서자, 입구에서는 진주지역 <평안의 땅, 평거(平居)> 특별전(~2024.7.14)을 알리는 걸개가 바람에 장단 맞추며 반깁니다.
표를 끊고 입장합니다. 원통형을 지나는데 하늘에서 빛이 쏟아집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는 기분입니다.
입구 안내소에는 옥 목걸이를 건네줍니다. 맞은편 영상실에서 10여 분 분량의 영상을 만납니다. 시간여행을 떠날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합니다.
영상실을 나오자, 옆방에서는 아이들 소리가 흥겹게 들려옵니다. 진주 평거동 사람들은 무얼 먹고 살았을까요? 라는 물음에 탐험을 떠난 아이들의 모험 여행이 흥미진진합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입구에는 진주지역 청동기 문화 유적지가 발아래 지도와 함께 나옵니다. 천천히 계단을 올라갑니다. 계단 옆 창 너머로 진양호의 풍광이 걸음과 눈길을 붙잡습니다.
2층에 이르자 쉼터가 나옵니다. 창가 앉습니다. 박물관 관람을 잊게 하는 진양호의 풍경에 넋을 놓습니다. 멍때리기 좋은 곳에서 기분 좋게 풍광과 하나 됩니다.
쉼터를 나서자, 걸음은 절로 <평안의 땅, 평거(平居)> 특별전시장으로 향합니다. 기획전 <평거>는 진주시 읍면동을 대상으로 시대의 흐름과 기억을 다루는 연속 전시 <우리 동네 박물관>의 첫 번째 전시입니다. 평거동이라는 행정동 너머의 평거 사람들의 흔적을 느끼게 합니다.
오늘날 휴대폰 같이 늘 함께 손에서 놓지 않았을 구석기 시대 손에 착 감길 듯한 석기가 시간 여행지로 먼저 안내합니다.
걸음을 옮기잔 영혼을 하늘로 보내는 의식 속에 사용된 붉은 간토기가 다시금 눈길과 발길을 이끕니다. 국립김해박물관에서 진본을 만날 수 있지만 이곳에서는 더욱더 간토기 아래 구멍을 통해 영혼이 드나들 수 있는 통로를 표현한 내막을 상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조상과 하늘에 비는 염원은 오늘날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단지 표현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겠지요.
평거인들의 식탁이 한쪽에서 눈길을 끕니다. 이들은 무얼 먹었을까요? 이들의 먹거리를 지나자, 교류와 교역의 흔적을 잠시 엿봅니다.
옆으로 진주성도를 토대로 재현한 영상물이 덩달아 남강을 따라가는 듯 우리를 이끕니다. 맞은 편에는 평거 산수도와 함께 시 한 편이 적혀 있습니다. “맑은 가을밤 강물 위 하늘에 둥실 뜬 달은 꽃이 핀 듯하네. / 이렇게 좋은 밤에 어찌 이같이 좋은 사람이 있단 말인가?”
전시실을 나설 무렵 영상이 우리의 걸음을 붙잡습니다. 오늘날의 평거동 지역의 낮과 밤, 과거와 현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전시실을 나서면 옛 사진들이 당시를 거슬러 올라가게 합니다. 상설전시실로 향하면 본격적으로 청동기 시대로 우리는 한 걸음 더 다가갑니다. 신비로운 기운이 몰려옵니다.
입춘 무렵 왜 성기를 노출한, 벌거벗고 세부와 따비로 밭을 가는 그림을 새긴 <농경문청동기>는 곡식의 풍년을 기원한 당시 사람들의 염원이겠지요.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영상실로 들어서면 우리는 타임머신을 탄 착각을 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당도한 곳은 청동기 사람들의 집입니다. 어떤 집에 살았는지 찬찬히 구경하며 오늘날 우리네 사는 집이 겹쳐 보입니다.
또한, 이들이 석기를 어떻게 다뤘는지를 살펴볼 공방이 나옵니다, 금은보다 더 소중하게 여긴 옥. 돌널무덤에서 나온 옥 목걸이를 보면서 돌이 돌로 보이지 않습니다. 맞은편에는 이들이 죽음 어떻게 인식했는지를 알 수 있는 유물들이 우리를 이끕니다.
청동기 시대의 도시를 이루는 방어시설인 환호를 비롯한 흔적이 보입니다. 전시실을 돌아 나오면 진주 VR옥공방체험 공간이 나옵니다. 안내소에서 받은 옥 목걸이를 옥모양 형상물에 넣으면 신비로운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박물관을 나서면 목책을 두른 야외 전시장이 나옵니다. 당시 사람들이 살았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대평 마을을 이뤘습니다. 마을 마실 하듯 걷습니다. 움집으로 된 진주네도, 대평이네도 들어갑니다.
마을을 나오자, 영혼을 하늘로 이끌 새 모양의 솟대 뒤로 진주지역에서 발굴한 무덤들이 저만치에서 보입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습니다. 무덤 속 유물 등이 우리에게 대신 일러줍니다. 청동기 사람들의 영혼을 지나면 아름다운 진양호가 우리에게 숨 고를 여유를 줍니다.
염불보다 잿밥이라고 박물관은 그저 이 달곰한 풍경을 거들 뿐입니다. 살아있는 박물관 주위 풍광 속에서 일상의 묵은 찌꺼기를 씻습니다. 그저 타임머신을 타고 청동기 시대로 거슬러 왔을 뿐인데도 주위 아늑한 경치가 마치 한 잠자고 일어난 듯 개운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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