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통영 가볼만한 곳 - 통영 백운서재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23. 10.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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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곁 작은 거처에 특별한 세상을 찾아가다-통영 백운서재

 

담양에 소쇄원이 있다면 통영에는 백운서재(白雲書齋)가 있습니다. 지금은 비록 천암산 주위로 새로 길이 나면서 당시의 운치를 느낄 수 없지만 1803년 시내 곁 작은 거처에 특별한 세상을 열었던 백운(白雲) 고시완(高時浣) 선생이 가난한 집 아이들을 가르치던 곳입니다.

 

백운서재는 주택가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통영대교에서 통영터널 쪽으로 가다 SK주유소 아래에 있습니다. 산 중턱 아래 동강슈퍼와 통영지압안마원 앞에 공영주차장이 있어 차를 가져온 이라면 이곳에 주차하고 골목을 따라 보물 찾듯 서재로 향하면 좋습니다.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백운서재1길 도로이정표를 따라 가면 통영인들의 속살 같은 골목길이 나옵니다.

 

골목 곳곳에는 이정표가 우리에게 길 잃지 말라 신신당부하듯 나옵니다. 씨줄과 낱줄 같은 골목을 따라 걷는 기분이 상쾌합니다.

 

진분홍빛의 무궁화가 골목 사이로 고개를 내밀어 오가는 이를 반깁니다.

 

담너머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네는 듯한 나무 모습은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게 합니다.

 

골목을 구경하다 끝자락에서 돌담이 나옵니다. 목적지입니다.

백운서재 정문인 솟을대문에는 白雲庵(백운암)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습니다.

 

문을 들어서면 오른편에 관리하시는 노인 부부가 살고 있습니다. 양해를 구하고 왼쪽 백운서재를 천천히 구경합니다.

 

백운 고시완 선생이 21세가 되는 해(1803)에 이곳에 터를 잡고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샘물을 끌어와 뜰에 작은 연못을 만들고 주변에 꽃과 나무를 심어 가꾸었다고 합니다.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서재 앞에서 잠시 숨 고르게 합니다. 현재의 건물은 1928년에 지어졌습니다. 정면 3, 측면 2칸 우진각 지붕으로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좌우에 방이 1칸씩 있습니다. ‘달을 기다리는 물가라는 의미의 大月灘(대월탄)이 백운암에 걸렸습니다. 달 뜨기에는 이른 시각이지만 잠시 마루에 앉아 통영 시내를 구경합니다.

 

처마 아래로 白雲山房(백운산방), 白雲庵(백운암), 川谷精舍(천곡정사)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습니다.

 

무자년(1828) 여름 무계노부라는 호를 쓴 이가 고시완 선생을 위해 지은 시가 걸려 있습니다.

 

竹陰滿砌石泉鳴(죽음만체석천명) 대 그림자 섬돌까지 드리우고 바위틈 샘 소리 들리네

遠客登亭邀月明(원객등정요월명) 멀리서 찾아온 손님은 정자에 올라 밝은 달빛 맞이하네.

傍市小區開別界(방시소구개별계) 시내 곁 작은 거처에 특별한 세상을 열었다.

灑然相得主人情(쇄연상득주인정) 세속에 물들지 않은 주인의 마음을 덩달아 얻었네.

 

옆으로 작은 연못이 있습니다.

연못에 비단잉어가 인기척에 반가운 척 다가옵니다. 문득 고시완 선생과 관련한 전설이 떠오릅니다.

선생께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학생들이 수군통제영의 군사 훈련이 궁금해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자 연못을 마치 TV화면으로 만들어 그 장면을 학동들에게 구경해줬다는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연못 뒤로 선생의 제사를 모시는 곳이 있습니다. 이 지역 유림이 매년 음력 8월 말 정일에 제사를 지내고 있습니다.

 

백운 선생 덕분에 특별한 세상에서 몸과 마음을 더욱 정갈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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