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에 “제사보다 제삿밥에 정신이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맡은 일은 정성 다하지 못하며 잇속에만 마음 두는 경우를 이릅니다. 하지만 사천시문화예술회관은 공연이라는 제사도 좋고 주위 풍경도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여름이 익어가는 6월 22일, 사천시문화예술회관을 찾았습니다. 낭만주의 발레의 최고 걸작인 <지젤>이 우리 곁에 찾아온 날이기 때문입니다.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시각은 오후 7시 30분이지만 1시간 전에 도착했습니다. 각산 자락에 있는 회관은 야트막한 언덕에 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천천히 걸으면서 향하면 시원한 삼천포항과 바다는 덤으로 따라옵니다.
주차장에서 육교를 건너면 회관이 나옵니다. 마치 일상 속 묵은내를 날려버리는 듯 색다른 공간으로 들어가는 기분입니다.
회관 바로 앞 장애인 주차장 쪽 벽면에는 다양한 그림이 그려진 타일이 눈길과 발길을 먼저 끕니다.
찬찬히 둘러보다 회관으로 향하면 본격적으로 삼천포항의 넉넉한 풍경이 두 눈에 와락 안깁니다.
두 눈에도 다 담을 수 없어 연신 휴대전화 카메라로 담습니다.
둥근 나선형의 기둥을 호위무사처럼 두른 회관의 건물 자체도 예술적입니다. 해가 서녘으로 넘어가면서 아직은 푸른빛을 보석처럼 남겨줍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구경하면서 회관으로 들어가자 각종 예술 작품이 전시되어 우리의 눈길과 발길을 다시금 붙잡습니다.
무인카페 <예담>에 들러 커피 한 잔을 뽑았습니다. 벽면에 걸린 사천의 아름다운 경치를 담은 사진들을 즐겁게 구경합니다. 덕분에 눈이 호강합니다. 카페에는 숨 고르기 좋은 책들이 있습니다.
무인카페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리는데 공연이 있을 때는 공연 마칠 때까지 열린다고 합니다.
공연에 앞서 회관과 주위 풍광으로 먼저 일상의 번잡한 찌꺼기를 비운 기분입니다.
공연 시각이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모여들고 어느새 대공연장을 가득 채웁니다. 1841년 파리 오페라극장 초연 이후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스테디셀러와 같은 발레인 <지젤>을 드디어 만납니다.
발레 <지젤>은 흰색 튀튀를 입은 여성 군무진이 몽환적인 매력을 우리에게 선사합니다. 덩달아 발끝에 자신의 무게를 담아 춤을 추는 발레리나들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극한 직업>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 발끝에 자신의 무게를 실어 우아하게 춤을 추는 그들의 춤은 학들의 춤사위처럼 고고합니다.
특히나 음침한 달빛 아래 숲속에서 너울거리는 드레스를 입은 채 사랑하는 이에게 배신당한 슬픔을 가슴에 담은 우리(처녀 귀신)의 몸짓은 마치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닌 듯 보였습니다. 마치 공중에 떠 있는 착각을 일으켰습니다.
그런 감동은 출연진이 무대에서 인사를 나눌 때 격렬한 박수로 대신했습니다.
기분 좋은 공연을 보고 회관을 나서면서 다시금 삼천포항을 봅니다. 어둠 속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항구와 바다의 풍경, 제사라는 공연도 좋고 주위 풍광인 제삿밥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사천시문화예술회관은 제사와 제삿밥도 명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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