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영화<영웅>, 안중근은 왜 천주교 신자(도마)가 되었나?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22. 12. 3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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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안중근 이야기2


2022년 12월 21일 개봉한 뮤지컬 영화 <영웅>은 종교, 천주교 영화가 아닙니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 사살하고 순국한 의거를 내용으로 하는 영화입니다. 영화 속에는 천주교(가톨릭) 색채가 엿보입니다. 안 의사를 비롯해 가족들이 천주교 신자이기 때문에 거사를 앞두거나 순국 무렵 등에 천주(天主)께 기도하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극 중 동지인 마두식(조우진 분)의 장례 이후 이토 저격을 결심하며 안중근(정성화 분)이 부른 ‘십자가 앞에서’ 와 같은 노래 가사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주여, 제가 여기에 앉아
무릎 꿇고 기도합니다
모든 것 당신의 뜻 믿고 따라갑니다
다가올 시련 당신 믿고
두려움도 다 떨쳐내리
떨리는 제 두 손을
천주여, 부디 꼭 잡아주소서
나 만약 성공한다면
주여, 허락 하소서
그를 위해 평화 위해
기도할 짧은 순간을 허락하소서
남겨질 불쌍한 나의 가족
가슴에 나를 묻을 어머니
그들 기억 속에서 부디 제가 잊혀지게 하소서
나 십자가 여기 새기며 기도합니다.
천주여 마지막 순간 거두어 주소서
제게 안식을 주소서
기도 용서도 모두 다 주님 뜻을 따르리

안 의사의 조상은 고려에 유학을 소개한 안향입니다. 안 의사는 1879년 황해도 해주의 대표적인 성리학자이자 양반인 집안 맏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어릴 적 할아버지에게 사서삼경을 배웠습니다. 이런 가풍 등으로 성리학적 사상은 몸에 뱄고 동학혁명군은 국가 기강을 어지럽게 한다고 여겨 진압군으로 나섰습니다. 자서전 『안응칠 역사』에 보면 16세 때 황해도 지역 동학군에게 대항해 부친인 안태훈이 조직한 신천의려군 선봉장으로 출전해 용맹을 떨칩니다. 그런 그가 왜 천주교 세례명 도마(토마스)가 되었을까요?

18세인 1896년 동학군에게 빼앗은 군량미 문제로 천주교 종현성당(현 명동성당)으로 피신했습니다. 이때 안 의사 가족들은 천주교의 만민 평등사상에 감흥해 교리를 배웠고 귀향해서는 파리외방전교회 J. Wihelm(한국명 홍석구·洪錫九, 1860-1938) 신부에게 ‘도마(Thomas)’ 세례를 받았습니다.

이후 주위에 널리 선교활동을 합니다.

교리를 배우고 도리(道理)를 토론하며 여러 달을 지나 신심이 굳어지고 의심치 않고 천주 예수 그리스도를 착실히 믿고 숭배하며 몇 해를 지냈다. 그때 교회를 확장하고자 나는 홍 신부와 함께 여러 고을을 다니며 전도하고 군중들에게 연설했다.
형제들이여, 내가 할 말이 있으니 꼭 내 말을 들으시오.
~
지금으로부터 2천여 년 전에 지극히 어지신 천주님이 이 세상을 불쌍히 여겨 만인의 죄악을 속죄하여 구원해 내고자 천주님의 둘째 자리인 성자(聖子)를 동정녀 마리아의 뱃속에 잉태케 하여 베들레헴에서 탄생시키니 이름하여 예수 그리스도라 했소.
~
원컨대 우리 대한의 모든 동포 형제자매들은 크게 깨닫고 용기를 내어 지난날의 허물을 참회함으로써 천주님의 제자가 되어 현세를 도덕시대로 만들어 다 같이 태평을 누리다가 죽은 뒤에 천당에 올라가 영생을 함께 누리기를 만번 바라오.”(안응칠 역사중에서)‘

안 의사는 1910년 2월 14일 사형 선고를 받고 3월26일 순국할 때까지 뤼순 감옥에서 약 200여 점의 유묵을 남겼습니다. 안 의사가 천주교 신앙을 담아 쓴 유작은 천여불수반수기앙이'(天與不受反受其殃耳·보물 제569-24호), '천당지복 영원지락'(天堂之福 永遠之樂), ‘경천’(敬天)이 있습니다.

심지어 가족에게 보낸 유서에서 장손인 분도가 신부가 되어 자신의 일생을 천주님께 바치도록 해달라고 했습니다. 김아려(金亞麗,아녜스)와 결혼해서 2남 1녀를 둔 안 의사에게는 장녀 안현생(安賢生)과, 맏아들 안문생(분도), 둘째 아들 준생(俊生, 마태오)이 있습니다. 하지만 맏아들 분도는 신부가 되지 못했습니다. 누군가 준 과자를 먹고 12살에 죽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말입니다. 의거 이후 천주교회는 안 의사를 ‘살인범’이라며 신자 자격을 박탈했습니다. 착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안 의사는 신자 자격이 박탈되고 배척받았습니다. 조선교구장이었던 프랑스 출신 뮈텔 주교는 안 의사의 마지막 고백성사와 미사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뤼순 감옥에 갇힌 안 의사를 만나 순국하기 전 성사를 집전했다는 이유로 J. Wihelm(한국명 홍석구·洪錫九) 신부에게 2개월간 성무 집행정지(성직자 권한 박탈)라는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광복 이후에야 한국천주교회는 평가절하되었던 안 의사를 재조명하다 2010년 비로소 안 의사의 신자 자격이 복권되었습니다.

2022년 4월 3일 자 가톨릭평화신문에 따르면 서울대교구는 326일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주례로 기억하다- 빛과 소금이 된 이들첫 미사를 봉헌하며 안중근(토마스, 1879~1910) 의사 순국 112주기를 기념했다. 안 의사 순국일에 맞춰 봉헌된 미사에서 정 대주교는 안중근 의사는 근ㆍ현대사의 많은 의인 중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고 추앙받는 의인이고, 자랑스러운 가톨릭 신앙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족의 자주독립을 수호하고 이를 통해 동양의 평화를 구축하려 했던 안중근 의사의 살신성인 자세에서 십자가를 묵묵히 지고 가신 예수님의 모습을 보게 된다고 했다.’라고 합니다.

우리가 누리는 이 평화는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사진자료 : 영화 <영웅> 스틸컷 CJ ENM, 안중근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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