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나를 격려하는 엄지척 바위가 있는 사천 다솔사 숲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22. 12. 12. 13:05
728x90

 

언제 찾아도 넉넉히 곁을 내어주는 곳이 있습니다. 더구나 한 해의 끝자락에 찾아가면 올해 열심히 살았다며 고요히 나를 보듬어줍니다. 시간을 리셋하기 좋은 사천 다솔사로 향했습니다. 정확하게는 다솔사를 핑계로 경내로 들어가는 다솔사 숲으로 갔습니다.

 

사천 곤명면 소재지에서 곤양면으로 향하다가 이순신 백의종군로 표지석에서 차를 세웠습니다. 1500년 역사를 상징하는 다솔사 입구입니다.

 

입구를 알리는 표지석에서 2~3m 거리에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이라고 쓰인 비석이 나옵니다. 다솔사는 여느 절과 달리 일주문이 없습니다.

 

승용차로 5분 정도 더 봉명산 자락으로 향하면 주차장이 나옵니다. 다솔사 바로 아래에도 주차장이 있지만 이곳에서부터 천천히 경내로 들어가면 더욱더 좋습니다. 편백 숲의 넉넉한 숲이 우리를 반기기 때문입니다.

 

경내로 들어가는 길은 사람들이 걷는 나무 데크 산책로를 가운데 두고 들어가는 길과 나오는 길이 나뉘어 있습니다.

 

입구 샘물 곁을 지나면 눈사람 같은 돌사람(?)이 보입니다. 돌담 윙 돌 하나 같이할 뿐인데도 사람의 형상입니다.

 

산책로를 흰 강아지 한 마리가 길라잡이처럼 함께합니다. 주차장 근처에 사는지 강아지는 숲속 입구에서는 걸음을 돌립니다.

 

숲속에 들어서자 몸과 마음에 자비가 깃듭니다. 내 마음이 이렇게 넓었나 싶게 몸과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릅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넉넉합니다. 걸음은 가벼워집니다. 덩달아 몸과 마음도 상쾌해집니다.

 

고개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면 초록 물이 떨어집니다. 마치 초록 물로 샤워하는 기분입니다.

 

부드러운 흙길이 좋습니다. 도시의 딱딱한 시멘트 길에 길든 몸과 마음이 햇볕에 봄눈 녹듯 스르륵 녹습니다.

 

낙엽 밟는 소리가 경쾌합니다. 걸음걸음 장단 맞추듯 낙엽이 온몸으로 노래합니다.

 

숲길은 공사 중입니다. 숲을 따라 땅속에 전깃줄이 들어가고 죽순처럼 조명등이 설치되고 있습니다. 밤에 걷는 운치는 좋아지겠지만 왠지 아쉬움은 남습니다.

 

걸음은 어금혈봉표(棜禁穴封表)’ 앞에서 잠시 멈춥니다. 어명으로 다솔사 경내 무덤을 쓰는 것을 금한다는 표지석입니다. 명당자리를 탐한 양반들이 이곳에 침범하지 말라고 엄금한 까닭에 오늘날 다솔사는 아름다운 숲속에서 우리를 반깁니다.

 

표지석을 지나자 털머위밭이 황금빛으로 빛납니다. 몸과 마음은 황금빛으로 물들어갑니다.

 

저만치에서 <엄지척> 모습의 바위가 보입니다. 열심히 살았다며 격려합니다.

 

그 주위로 크고 작은 탑들이 눈길과 발길을 이끕니다. 낙엽 사이로 뭉툭한 돌 위에 기다란 마름모꼴 돌이 얹혀 있습니다. 절로 두 손이 하나로 모여집니다.

 

절이 보입니다. 2326일까지 대양루 주변과 주차장 정비 공사 있다는 펼침막이 먼저 우리를 반깁니다.

 

뒤로 둥글고 작은 못이 보입니다. 물이 가득 채워져야 넘쳐흘러 갈 못은 가물어서 그런지 그대로 머물러 있습니다.

 

경내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대양루가 맑고 푸른 숲의 기운을 한가득 안으려는 듯 문이 열려 있습니다.

 

대양루를 지나자 석가모니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다는 적멸보궁(寂滅寶宮)이 나옵니다. 다솔사는 511(지증왕 12)에 조사(祖師) 연기(緣起)가 영악사(靈嶽寺)라 이름으로 창건했다가 636(선덕여왕 5) 새로 건물 2동을 지은 뒤 현재의 다솔사로 이름을 바꿨다고 합니다. 동아시아 국제전쟁(임진왜란) 때 불타고 숙종 때 복원되었다가 1914년 화재로 타버린 것을 이듬해 다시 세운 것이라고 합니다.

 

적멸보궁 아래 작은 화단에 벨벳을 닮은 보랏빛 멕시칸 세이지 무리가 우리 보고 웃습니다.

 

주련(柱聯)은 우리에게 아래와 같이 일러줍니다.

 

염불원비제일궐 (念佛願非第一闕) 염불이 으뜸은 아니다

성공방각차신문 (成功方覺此身聞) 깨달음을 이루려면 자성의 소리를 들어라

충정세간제망상 (忠丁世間諸妄想) 온갖 망상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

묵계보리대도심 (黙契菩提大道心) 지혜로써 조용히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리라

 

그럼에도 어렵습니다. 그저 조용히 사리탑을 돌고 돕니다.

사리탑을 나와 에워싼 차밭을 거닙니다. 녹음이 몸과 마음에 깃듭니다.

 

차밭을 나와 다시금 올라왔던 숲으로 향하자 봉명산 입구가 나옵니다.

입구 앞에는 동그란 못이 나옵니다. 나무로 만들어진 사찰을 불에서 보호하고 못에 비친 나 자신을 돌아보라는 뜻이겠지요.

 

재래식 변소, 해우소를 향했습니다. 근심을 비워내고 싶었습니다. 오른쪽 수세식 화장실을 이용하라는 안내문에 수세식 화장실에서 대신 묵은 근심을 비웁니다.

 

근심을 비우고 다솔사 숲길을 거닙니다. 올 한 해도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며 힘내라며 숲은 고요히 보듬어 줍니다.

 

 

 

#경남가볼만한곳, #경남산책하기좋은곳, #경남여행, #다솔사, #다솔사숲, #봉명산, #사천, #사천가볼만한곳, #사천산책하기좋은곳, #사천여행 #진신사리 #적멸보궁 #차밭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