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처럼 다가온 2022년 어느새 토끼처럼 저만치 가려고 합니다. 올 한 해 열심히 살아왔는데 올 초의 다짐은 어디로 갔는지도 생각조차 나지 않습니다. 잠시 열심히 살아온 나를 돌아볼 숨 고르기 위해 해넘이 명소 사천 실안 해안길로 향했습니다.
우리나라 아름다운 길 중 하나인 창선-삼천포대교 옆으로 실안 해안도로가 있지만 곧장 찾아가기에는 지나온 시간이 아쉽습니다.
진주에서 사천으로 이어지는 3번 국도 4차선 길을 따라오다 모충교차로에서 빠졌습니다.
빠져나오자 눈길을 끄는 커다란 안내판이 있습니다. 노을빛 카페 거리에 있는 카페 이름이 줄지어 있습니다. 이 길을 따라 아름다운 바다와 함께하는 카페들이 많고도 많습니다.
차창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들이 기분 좋게 일상에 찌든 때를 날려버리기 때문입니다. 하늘을 품은 바다의 넉넉하고 푸른 빛에 이미 마음은 딱딱하게 굳은 긴장의 끈을 놓습니다.
산분령 고개에서 차를 세웠습니다. 한 폭의 그림이 내 안으로 들어옵니다. 산분령 쉼터에서 숨을 고르고 본격적으로 해안 쪽으로 향했습니다. 잘 닦인 실안해안도로가 있지만 일부러 바닷가 가까이 다가섰습니다. 그러자 더욱더 푸른빛의 하늘과 바다가 온몸과 마음을 파랗게 물들입니다. 상큼하다 못해 시원합니다.
바닷가를 걷습니다. 옆으로 사천 바다가 길동무가 되어 줍니다.
물살이 드나드는 좁은 바다 물목에 대나무발을 세워 물고기를 잡는 전통 방식의 죽방렴(竹防簾)이 보입니다. 비단 물고기들만 죽방렴에 걸려든 게 아닙니다. 이 풍경에 눈길과 발길이 이끌리는 모든 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갈매기들의 유유자적하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평화로운 풍경이 넘실넘실. 덩달아 마음에 평안함이 깃듭니다.
걸음은 사천대교 공원으로 향합니다. 사천대교 공원의 다양한 볼거리도 잠시 뒤로 미루고 본격적으로 실안 노을교로 향했습니다.
그러다 사진 찍기 좋은 전망대로 향했습니다.
사천 바다 케이블카 마스코트인 ‘포포’와 ‘도리’ 조형물이 반깁니다. 분홍 상괭이의 영어이름인 '포포이즈'에서 따온 '포포' 와 돌아가는 케이블카의 기계장치 모습을 형상화한 '도리' 덕분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갑니다.
전망대에서 들숨을 길게 들이쉽니다. 몸이 바다와 하늘과 하나되는 기분입니다.
전망대를 나와 다시금 바닷가로 향했습니다. 실안노은전망교가 눈길과 발길을 재촉합니다.
실안 노을 전망교 옆에 25m 크기의 두 마리 용 모양 조형물이 있습니다, 두 마리 용이 서로 영의주를 사이에 두고 엉켜 승천하는 형상입니다.
<사천뉴스>에 따르면 "승천하는 용의 기상과 아름다운 실안 노을빛으로 눈을 멀게 했다는 스토리텔링을 접목해 희망과 소원 성취를 기원하는 뜻으로 ‘희망의 빛’이라는 부제도 담고 있다"라고 합니다.
스토리텔링은 다음과 같이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옛날 옛적 승천하지 못해 한을 품은 와룡과 구룡이 승천하기 위해 여의주를 찾아 헤맸다. 실안바다에서 여의주를 발견한 두 마리 용이 동시에 여의주를 쥐는 순간 여의주에서 붉은빛이 뿜어져 나와 승천했다. 이때 여의주에서 나온 빛이 너무 강해 하늘과 바다를 모두 붉게 물들이고 너무나 밝아 순간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어 눈을 멀게 할 만큼 아름답다는 실안(失眼)으로 불리기도 했다.”
구구 연화봉이라 불리는 와룡산에 내려와 <와룡이>이며 또 다른 한 마리는 구룡산에서 왔서 <구룡이>라고 합니다. 근데 어느 용이 와룡인지, 구룡이인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여의주를 사이에 두고 하늘로 올라가려는 기상 덕분에 왠지 좋은 일이 일어날 듯합니다.
재미난 이야기 덕분에 노을 전망교를 걷는 걸음이 더욱더 가볍습니다. 마치 탑돌이 하듯 몇 번이나 실안해안노을교를 거닐었습니다. 좀체 지루하지 않습니다. 오후 5시 30분. 해가 넘어갑니다. 이야기처럼 온통 주위를 붉게 물들입니다.
벌어진 입은 다물지 못합니다. 두 눈으로만 다 담을 수 없는 이 벅찬 감동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합니다.
노을을 품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화려한 해넘이의 긴 여운을 가슴을 담아 가는 귀갓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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