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속 진주

박물관은 살아있다8-경상국립대학교 박물관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21. 9. 24.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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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 반, 후라이드 반과 같은 즐거움이 있는 경상국립대학교 박물관‧고문헌도서관

 

치킨을 시킬 때면 고민이 앞섭니다. 달콤한 양념을 시키자니 후라이드의 바싹한 맛이 눈에 아롱거립니다. 이런 우리를 위해 양념 반, 후라이드 반과 같은 메뉴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1+1 같은 즐거운 볼거리가 있는 곳이 경상국립대학교 가좌캠퍼스 내 박물관이 그렇습니다. 박물관은 고문헌도서관과 함께 있습니다.

 

지리산을 형상화했다는 정문을 지나 첫 교차로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대외협력본부(옛 경상대학교 본관) 지나 GNU컨벤션센터를 지나면 여러 걸개가 걸려 있는 건물이 오늘 목적지입니다. 건물에는 <진주성과 촉석루 그리고 비봉산> 등 다양한 인문학 강좌 안내 걸개 옆으로 <가야를 만나다>가 눈에 들어옵니다.

 

직접 만져보라 권하는 <가야를 만나다>

 

건물에 들어서면 오른편에 특별전시 가야 문화체험관 <가야를 만나다>가 우리의 발길과 눈길을 끕니다. 가야 만화방입니다. 이곳에서는 웹툰을 비롯해 다양한 콘텐츠로 가야 문화를 접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만져보라고 권하는 터치뮤지엄도 있습니다. 복제유물을 직접 만져보며 눈으로 가까이할 수 있습니다. 오리모양토기를 들여다보고 집모양토기도 알뜰히 두 눈 가까이에서 봅니다.

 

봉황무늬 고리자루 큰칼(환두대도)를 집어 듭니다. 손바닥으로 전해지는 촉감은 어릴 적 나무칼로 칼싸움하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당시의 왕인 양 착각하게 합니다. 만져보는 복제유물 옆으로 가야에서 보내는 엽서가 있습니다. 12월 어느 날 주소지로 도착하는 편지입니다. 더위가 물러나고 선선한 기운이 감도는 가을에 겨울의 나에게 보내는 엽서 하나 붙입니다.

 

엽서를 쓰고 나오자 7개 가야 고분군 대형 사진들이 걸음걸음 붙잡습니다. 1~6세기 한반도에 존재했던, 지금은 사라진 고대문명을 떠올리게 합니다.

 

왼편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길게 내려 펼친 광개토대왕릉비 탁본이 들어옵니다. 높이 6.3m, 너비 1.4m~2m의 세계 최대 크기의 비석인 능비가 탁본으로 떡하니 버티고 서 있습니다. 고구려 역사가 펄럭입니다. 만주를 내달린 광개토대왕의 기상이 우리에게 내려오는 기분입니다.

 

연어가 물살을 거슬러가듯 시간을 거슬러 성큼성큼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2층으로 가는 계단 길은 탁 트여 싱그럽습니다. 본격적으로 상설전시실로 들어서자 본격적인 시간 여행을 시작합니다.

들어서는 입구부터 세계 역사와 아사아사, 한국사 그리고 우리 지역 역사가 시간 순으로 적혀 있어 비교하며 살펴볼 수 있습니다. 연어가 물살을 거슬러가듯 시간을 거슬러 성큼성큼 들어가는 기분입니다.

 

타임머신은 구석기를 시작으로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인 신석기 토기들 앞에 우리를 내려놓습니다. 토기는 인류 요리의 시작이고 육체적 정신적 풍요를 가져다주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청동기 문화가 가장 융성했던 남강 유역 청동기 문화가 눈길과 발길을 끕니다. 머나먼 역사가 우리 사는 곳에 있다는 게 오히려 신기할 정도입니다.

 

여러 가야실에서는 경상대학교 박물관에서 발굴한 합천지역 옥전고분군(가라국) 유물을 중심으로 가야, 가라, 가량, 가락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던 1500년 전 가야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가야 사람들의 집 앞에서 문득 오늘날 우리네 삶터가 겹쳐

 

가야 사람들의 집 앞에서 문득 오늘날 우리네 삶터가 겹칩니다. 연애, 결혼, 출산, 경력 그리고 집을 포함해 5가지를 포기한다는 N포세대가 떠오릅니다. 둥근 집에서 시루를 올리고 밥을 지어 먹었던 가야 사람들이 오늘날 우리네를 본다면 뭐라 할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궁금증을 안고 다라국의 비밀을 간직한 옥전고분군 유물 전시실로 향하자 1,500년 전 가야왕국이 깨어나 우리 곁으로 다가옵니다.

 

전시실 한가운데에는 말탄 가야 무사 전시물이 나옵니다. 옻칠까지 한 철로 만든 갑옷을 입은 무사와 말이 당당합니다. 햇살 아래라면 눈이 부셔 제대로 바라보기도 어려울 듯합니다.

 

가야 무사 곁을 지나면 왕의 칼은 다르다며 자세한 설명이 함께합니다. 손잡이를 화려한 용과 봉황으로 장식하고 때로는 얇은 금판을 두드려 도드라지게 만들기도 했던 화려하고 섬세한 모양새가 힘을 드러냅니다.

 

가야 시대 여행이 끝나면 1+1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고문헌 전시실이 나옵니다. ‘문헌(文獻)’의 사전적(보리국어사전) 의미는 옛날 책이나 기록 또는 연구나 공부를 하려고 살피는 여러 문서나 책을 뜻한다라고 합니다. 전시실 안내문에는 논어문헌부족고야((文獻不足故也)’에 나온다고 알려줍니다. 덧붙여 은 오래된 역사기록을, ‘은 옛일을 잘 아는 지식인이라는 의미였다고 합니다. 이후 고문헌은 역사를 고증할 수 있는 오래된 기록이라는 의미로 널리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문헌 속에 등장하는 경남 지역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1606년부터 1888년까지 280여 년에 걸쳐 작성된 <단성현 호적대장>

 

전시실 한가운데에는 남명 조식 선생을 기리는 산청 덕천서원 앞에 있는 세심정을 재현한 정자, 세심정이 있습니다. 입니다. ‘경남인의 정신 뿌리에서는 칼 품은 선비였던, 배운 바를 실천에 옮긴 참 지식인 남명 조식 선생에 관한 고갱이만 모아 놓았습니다. 불의에 굴하지 않는 의를 실천한 우리 경남인 기상의 밑바탕에 선생의 삶과 사상이 배여 있음을 일깨웁니다.

 

1606년부터 1888년까지 280여 년에 걸쳐 작성된 20회 분량의 경상도 진주목 속현인 단성현 호적대장인 <단성현 호적대장>은 당시 단성현 전체 주민들의 상황은 한눈에 파악 할 수 있습니다. 신분제와 가족제도의 변화 과정과 인구 변동, 부역 관계 같은 시대상을 엿볼 기회입니다.

 

남명 선생의 제자인 망우당 곽재우, 한강 정구 등 35명이 1607년 낙동강에 모여 뱃놀이를 하며 친목을 도모한 그림이 재현되어 펼쳐진 전시물에서는 잠시 뱃놀이하는 즐거움에 함께 빠져듭니다.

 

고문헌 간행, 책 한 권 값 무려 52만원

 

전시실 끄트머리에서 다시금 걸음은 멈춥니다. ‘고문헌 간행, 보존하는 비용이 얼마나 들었을까?’ 전시물은 성재 허전 선생의 문집인 성재집을 예를 들었는데 1(17)200질 인쇄한다고 가정하고 현재 비용으로 환산한다면 무려 177천만 원이 든다고 합니다. 책 한 권 값이 무려 52만 원인 셈이다. 귀중한 책이 책값을 다할 수 있는 요즘인지, 서점에 걸음을 한지가 언제 인지 묻습니다.

 

경상국립대학교 박물관과 고문헌도서관은 자신을 비우고 채우는 공간

 

경상국립대학교 박물관과 고문헌도서관은 자신을 비우고 채우는 공간입니다. 미래를 향해 걸어갈 길에서 잠시 벗어나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하며 우리 선조들이 걸어온 길을 살펴보며 숨 고르기 좋습니다. 선조들이 걸었던 길은 현재 진행형으로 오늘날 이어져 옵니다. 그 길 위에서 지치면 잠시 숨 고르고 또 걸어갈 힘을 얻습니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아 경남도민일보 2021년 9월 24일자에 실렸습니다.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773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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