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하동 가볼만한 곳 - 하동 취간림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21. 3. 18.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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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일상을 보듬는 하동 취간림

 

종종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 벗어나고자 했습니다. 하동 악양면 취간림에서 고단한 일상에서 위로받았습니다.

 

느림의 미학이 엉금엉금 기어 다니는 하동 악양면에 들어서면 마음은 푸근합니다. 넓은 평사리 들녘을 지나 지리산 자락으로 들어가면 면 소재지가 나옵니다.

악양천 한쪽에 아름드리나무들로 이루어진 숲이 눈길과 발길을 이끕니다. 취간림(翠澗林)입니다.

 

국가산림문화자산인 악양 취간림은 악양천 물막이로 조성한 숲입니다. 2000년에 한국의 아름다운 숲 전국 대회에서 마을 숲 부문 우수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고려 무신 정권 때 벼슬을 버리고 악양으로 내려온 1931년 한유한(韓惟漢)을 추모하기 위해 이곳에 모한정을 지었다고 합니다. 이후 정자이름이 취간정으로 바뀌자 숲 이름도 취간림으로 바뀌었습니다.

 

발아래에는 봄소식을 전하려는 듯 봄까치꽃이 연보랏빛으로 환하게 웃으며 반깁니다. 덩달아 몸과 마음은 일상 속에 찌든 먼지를 털어내는 기분입니다.

 

전화부스 모양의 작은 도서관이 있었는데 지금은 책이 없습니다. 휑합니다. 어떤 이유로 한가득 채워졌던 책들이 사라졌는지 아쉽습니다.

 

숲은 아담합니다. 한달음이면 5분 이내에 다 돌아볼 정도입니다. 하지만 아늑한 풍경은 쉬엄쉬엄 거닐며 민낯의 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에 봄 샤워하도록 합니다.

 

바스락바스락. 낙엽들의 경쾌한 소리가 마음을 더욱더 유쾌하게 합니다.

 

숲 가운데 정자인 팔경루에 올라 숨을 고릅니다.

정자 뒤로 항일독립기념탑과 충혼탑, 평화의 비가 우뚝 서 있습니다.

 

악양 항일 투사 기념탑은 구한말과 일본제국주의 강제 점령기에 지리산 일대에서 일본군과 싸우다 순국한 3,000여 명의 의병 및 항일 독립투사의 넋을 기리고 활약상을 기념하듯 당당합니다.

 

기념탑 아래로 김의홍(金義洪손몽상(孫蒙尙조기섭(趙奇攝박홍지(朴弘之박매지(朴每之임봉구 등 순국 의병들의 이름이 새겨진 13기의 개인비가 있습니다.

누가 이 땅 지리산에 사람이 없다 하랴 / 누가 하동군 악양 땅에 의인이 없다 하랴 /~ 누가 이 땅에 의로운 사람이 없다 하랴 / 바로 이 자리에 그 정신의 골격을 세운다//” 광복 63주년에 세원 <지리산 항일 투사 기념탑 비문>에 적힌 이원규 시인의 글입니다.

 

옆으로는 일본군 종군위안부 피해자였던 이 고장 출신 고 정서운 할머니의 뜻을 기리는 평화의 탑이 나란히 함께합니다.

 

탑 뒤편에 기와 한 채가 있습니다. 기와에는 청학정(靑鶴亭)’입니다. 동편제의 고장 하동답게 맑고 시원한 창이 울려오는 듯합니다.

 

근처에 가져간 캔커피를 마십니다. 달곰한 바람들이 오가며 일상 속에 지친 우리를 위로합니다. 취간림이 주는 넉넉한 품에 긴장의 끈을 풉니다.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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