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머물고 우리도 물드는 사천 통창공원
숨을 멎을 듯 가을빛이 내려앉은 요즘입니다. 어디로 떠나도 좋을 때입니다. 엉덩이가 들썩들썩.
사천 삼천포 도심 속에는 시간이 머물고 우리도 물드는 통창공원이 있습니다. 가을빛의 화려한 빛보다 잔잔한 농익은 가을 바다를 온전히 구경하며 맘껏 마음의 여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공원 입구에 이르자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혀주었던 인공 폭포 분수대도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가을볕이 그 위로 쏟아져 내립니다.
입구에 있는 동서금동 고유지명 안내도가 먼저 눈길과 발길을 이끕니다.
“해안일대를 매축하여 현 시가지를 이루기 전 당시에는 노산이 섬처럼 되어, 큰 돌로 징검다리를 놓고 다녔기에 사람들이 이 징검다리를 櫓(노)다리라 부르고, 경상도 특유의 사투리 변형으로 노타리라고 불리게 된 지명”이라는 설명이 맛깔스럽습니다. ‘나무전, 개발등, 숲뫼’에 얽힌 지명은 또한 잠시 시간 여행으로 이끕니다.
안내판을 뒤에는 토끼들의 보금자리가 있습니다. 날씨가 추워져 이제는 밖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몇 걸음 뒤에서 바라보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공원으로 한 걸음 두 걸음 올라갑니다.
바람과 인사를 나누는데 바람은 덩달아 언덕 한쪽 바람개비와도 하이파이브를 합니다. 또르륵 또르륵 돌아가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야트막한 언덕 위에 이르자 볕이 쏟아져 내립니다. 삼천포 바다의 싱그러운 물결이 바람편에 밀려옵니다.
한걸음에 다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공원은 아담합니다. 아담한 공원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결코 한걸음에 다 볼 수 없습니다.
곳곳에 놓여 있는 의자의 유혹이 아니더라도 주위 풍경이 주는 아늑함 덕분에 마음은 벌써 긴장의 끈을 풀고 평온해집니다.
정자에 올라 파노라마 풍경을 담습니다. 마음이 상쾌합니다. 숨 멎을 듯 다가온 가을이 내려앉은 넉넉한 풍광이 곱습니다. 고운 빛 아래에 서자 함께 물들어가는 기분입니다.
공원을 돌고 돕니다. 마치 탑돌이 하듯 도는데도 절대 지루하지 않습니다. 두 눈에 꾹꾹 눌러 담은 풍광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다 긴 의자에 앉습니다. 의자 너머로 마을이 보입니다. 집들 사이로 우리 일상이 숨죽여 있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잠시 일상을 벗어나 시간이 머문 곳에서 시간 사치도 맘껏 누립니다. 여기는 모두가 잠시 멈춥니다. 멈춘 시간만큼 마음의 평화를 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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