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사천 가볼만한 곳 - 사천 매향비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21. 1. 26.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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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불을 기다리듯 코로나19 종식을 기원하다

- 사천매향비

 

코로나19로 모두 힘든 시간입니다. 겨울 문턱을 넘어서자 더욱더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19 확산 소식에 갑갑하고 답답합니다. 사람들과 부대끼는 곳을 스스로 멀리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야 할 요즘입니다. 고려와 조선 시대 민중의 간절한 바람의 흔적을 찾아 사천매향비를 찾았습니다.

 

사천매향비로 가는 길은 여럿 있습니다. 남해고속도로 축동나들목에서 빠져나와 곤명면 완사로 가는 길과 진주에서 하동 가다 완사에서 빠져 가는 길이 있습니다.

 

완사에서 찾아가면 진양호의 넉넉한 품을 만납니다. 느리고 깊게 다가오는 풍경이 차창을 열게 합니다. 또한, 바다로 흘러가는 물줄기와 동행합니다.

 

바다로 향했던 물줄기는 갯벌을 이루었습니다. 지금은 갯벌은 매립되어 논이 되었습니다. 흔적조차 알기 어렵습니다. 사천매향비가 있는 자리도 옛날에는 인근 사천만의 바닷물이 드나드는 갯벌이었습니다.

 

불교 국가였던 고려 시대 사람들은 좋은 향나무를 골라 다듬어 펄 속에 묻어두면 천 년이 지난 후에 향 가운데 가장 귀한 침향이 된다고 믿었습니다. 갯벌에 묻어 만드는 매향(埋香침향(沈香)은 금강석보다 더 단단하고 향기는 비길 수 없이 감미롭습니다. 미륵불에게 바치는 공양물로 으뜸인 셈입니다. 갯벌에 향나무를 묻는 매향(埋香침향(沈香)의식을 하고 기념비처럼 여기 바위에 글을 새겼습니다.

 

보호각 안에 놓여 있는 보물 제614호인 매향비는 주위에 쉽게 볼 수 있는 무른 재질인 퇴적암입니다. 고려 우왕 13(1387)에 세워졌습니다.

 

매향비가 세워진 고려 말기는 귀족과 왜구 탓에 민중의 삶은 무척이나 고단했습니다. 567000만 년 뒤에 일체중생을 구제하는 미륵불을 간절히 염원했습니다.

 

높이 1.6m, 너비 1.3m의 부정형 형태의 빗돌에는 15202자의 글이 음각되어 있습니다. 승려와 신도 4100명이 계를 이루어 세상이 평안하길 바라며 매향을 했다는 내용입니다.

 

“천인결계 매향 원왕문

 

무릇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결과를 바란다고 한다면, 간절하게 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반드시 서로 일치되어야 비로소 가능합니다. 만약 간절하게 바라는 바도 없이 행동만 하게 된다면, 그 행동은 아무런 호응도 없는 외로운 행동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아무런 행동도 없이 간절히 바라기만 한다면, 그러한 소원과 바램 역시 허망하게 끝나버리고 말 것입니다. 누구도 호응하여 주지 않는 고독한 행동은 죽은 결과로 나타날 수밖에 없고, 허망하게 비는 소원은 결과적으로 그 복이 빈껍데기에 불과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첫째 간절하게 원하는 것과 더불어, 둘째 많은 이들이 호응하는 행동의 움직임, 이 두 개의 기운이 함께 해야 원하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소승은 이러한 까닭에 수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침향목(沉香木)을 묻으면서 먼저 커다란 소원을 발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미륵여래님이 이 세상 낮은 곳으로 내려와 아름다운 이상세계를 이루신다는 용화법회를 세 번이나 개최하였고, 지금 그러한 세계를 간절하게 기다리면서 이 향을 묻어 미륵여래님에게 봉헌하여 공양하고자 합니다. 미륵여래님의 청정한 진리의 말씀을 듣고 우리는 살아가면서 겪는 이 인생의 인고가 아무것도 아님을 깨달아, 아무리 괴롭고 고통스럽더라도 아무도 이 땅에서 물러서지 않고 이 땅을 지켜나갈 것임을 모든 사람들이 뜻을 합하여 대동발원(大同發源)합니다. 모든 이들이 저마다의 목숨을 다하여 도솔천 내원궁에 왕생할 것을 발원하며, 이 땅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임을 당신께서 보시고 우리들을 위하여 이 땅에 나시어서 이 약회(禴會) 위에 계시면서 당신의 진리를 듣고 깨닫게 하고 계십니다. 모든 사람들이 바르게 깨닫도록 하고 계십니다.

 

무궁하도록 임금님의 만세와 나라의 태평성대, 그리고 백성의 편안함을 비옵니다.

고려 우왕 13년(1387년) 정묘 8월 28일에 묻다.

 

글 지은이 달공, 글 쓴이 수안, 글 판이 김용

기혼 미혼 남녀 불자 도합 4,100인 대표 대화주 각선

천지신명(寶-불,법,승)에 올림(사천시사(泗川市史)에서 발췌)”

 

향나무를 펄 속에 묻으며 하며 미륵불을 기다렸던 고려와 조선 민중의 바람이 전해오는 기분입니다. 두 손을 합장하고 허리를 숙였습니다.

 

1000년 전 그들처럼 간절한 소원을 올렸습니다.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되길 기원하자 답답하고 갑갑하던 마음이 평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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