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통영 가볼만한 곳 - 통영 명정과 백석 시비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21. 1. 11.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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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걸어서 더 좋은 길 통영 명정 우물과 백석시비

 

느닷없이 밀려오는 외로운 가을 어느 날. 시린 마음에 위로 받고자 찾은 곳이 통영 명정우물과 백석 시비입니다.

 

통영의 상징과도 같은 삼도수군통제영에서 야트막한 서문고개를 넘어가면 충렬사가 나옵니다. 이순신 장군의 위패를 모신 충렬사는 이충무공 유물과 명나라 왕이 보낸 8가지 선물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여정의 목적지는 충렬사가 아닙니다. 충렬사 앞 어느 골목에 차를 세웠습니다.

골목길을 천천히 걸었습니다. 예전에 물이 흘러내리는 고랑이 있어 가죽을 많이 씻었다는 <가죽고랑길>이 나옵니다.

 

골목은 또 다른 골목과 이어져 있습니다. <정당샘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또한 이 길은 <토영이야~>이 지나기도 합니다.

 

정당골에 있는 샘물이라 정당샘, 정당새미라고 합니다. 바로 충렬사 맞은 편 주택가에 있습니다. ()와 달()을 닮은 우물()이 있다는 '명정(明井)'입니다.

 

명정이 있는 이곳 명정골은 통영이 고향인 박경리(1926~2008)의 생가가 있는 마을입니다. 명정으로 내려가는 길가에 박경리의 육필원고를 새긴 표지석이 있습니다.

 

명정골 우물 / 충렬사에 이르는 길 양변에는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줄을 지어 서 있고 아지랑이가 감도는 봄날 핏빛 같은 꽃을 피운다. 그 길 연변에 명정골 우물이 부부처럼 두개가 나란히 있었다. 음력 이월 풍선제를 올릴 무렵이면 고을안의 젊은 각시, 처녀들이 정화수를 길어내느라고 밤이 지새도록 지분 내음을 풍기며 득실거린다.”

 

덕분에 지분 내음이 밀려오는 기분입니다. 명정의 우물은 2개가 나란히 있습니다. 위샘이 일정(日井), 아래 샘은 월정(月井)입니다. 둘을 합쳐 명정(明井)이라 합니다.

 

1670년에 제51대 삼도수군통제사 김경 장군이 충렬사에 쓰려고 우물을 팠더니 물이 탁하고 말라서 쓸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바로 옆에 하나를 더 파 보았는데 신기하게도 물이 맑고 수량이 많을 뿐만 아니라 처음에 팠던 우물까지 똑같이 좋아졌다고 전해 옵니다.

 

명정을 지나 길 건너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푸른 바다 빛을 품은 물고기 등에 올라탄 조형물이 보이는 작은 공원이 나옵니다.

 

공원 한쪽에는 백석 시비가 서 있습니다. 시인 백석이 친구 결혼식에서 만난 18살 통영아가씨 에게 첫눈에 반해 몇 번이나 통영을 왔다가 만나지 못하자 낮술 하고 충렬사 계단에 앉아 썼던 <統營2>가 새겨져 있습니다.

 

구마산(舊馬山)의 선창에선 좋아하는 사람이 울며 나리는 배에 / 올라서 오는 물길이 반날 / 갓 나는 고당은 갓갓기도 하다 / 바람 맛도 짭짤한 물맛도 짭짤한 / 전북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좋고 / 파래에 아개미에 호루기의 젓갈이 좋고 / 새벽녘의 거리엔 쾅쾅 북이 울고 / 밤새껏 바다에서 뿡뿡 배가 울고 /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다 / 집집이 아이만한 피도 안 간 대구를 말리는 곳 / 황화장사 령감이 일본말을 잘도 하는 곳 / 처녀들은 모두 어장주한테 시집을 가고 싶어 한다는 곳 / 산 너머로 가는 길 돌각담에 갸웃하는 처녀는 금이라는 이 같고 / 내가 들은 마산 객줏

집의 어린 딸은 난이라는 이 같고 / 난이라는 이는 명정 골에 산다던데 / 명정 골은 산을 넘어 동백나무 푸르른 감로 같은 물이 솟는 명정 샘이 있는 마을인데 / 샘터엔 오구작작 물을 긷는 처녀며 새악시들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그이가 있을 것만 같고 / 내가 좋아하는 그이는 푸른 가지 붉게 붉게 동백꽃 피는 철엔 타관 시집을 갈 것만 같은데 / 긴 토시 끼고 큰머리 얹고 오불고불 넘엣거리로 가는 여인은 평안도서 오신 듯한데 동백꽃이 피는 철이 그 언제요 / 녯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돌층계에 주저앉아서 나는 이 저녁 울듯 울듯 한산도 바다에 뱃사공이 되어가며 / 녕 낮은 집 담 낮은 집 마당만 높은 집에서 열나흘 달을 업고 손방아만 찧는 내 사람을 생각한다//“

 

충렬사 계단에 앉자 백석 시를 읊조립니다. 시린 마음에 건네는 위로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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