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라떼, <논어>를 읽다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20. 9. 2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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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 <논어>를 읽다

 

라떼는 말이야

30여 년 전 중학교에 들어가 한자를 배울 때부터 지겹도록 들었다. 비단 <한문>시간 뿐 아니라 국어 교과서 등 어디 허투루 끼이지 않은 적이 없다. 교과서를 비롯해 학교는 물론이고 어른들의 일상 속에도 쉽게 접했다. 바로 <논어> 구절이다.

 

기원전 551, 중국 노나라 추읍 창평향(오늘날 산둥성 곡부)에서 태어난 공자가 제자들과 나눈 대화, 어록을 제자들이 사후에 기록한 책이 <논어>. 일종의 격언집이요, 명언집이다.

 

그런 까닭에 <논어>는 산문이라기 보다는 운문이다. 길지 않은 한자들이 모여 던지는 말들이라 전후 맥락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지나치기 쉽다. 더구나 라떼는 영어에 비해 점수는 낮지만 외울 것은 많은 한문 과목은 기피 1순위였다. 온통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고 보았던 글들을 나이 오십에 읽었다.

명확하게는 현대지성에서 펴낸 <논어> 서평단 모집에 응모했다. 운이 좋아 서평단으로 뽑혔다. 책을 받고 정해진 기간(9월 25일)까지 읽고 서평을 올리는 과정이다.

 

간단하면서도 지루한 과제다. 가만히 앉아서 어느 곳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유튜브 영상도 아니고 내 눈으로 천천히 읽어가는 고단한 독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20편으로 구성된 <논어>492, 600여 문장으로 이뤄져 있다. 동양의 성경과 같다.

 

학교를 졸업하고도 몇 번이나 마주친 적이 있지만 어려운 한자가 몇 번의 장벽을 쳐 중간에 그만두기를 거듭했다. 라떼로 돌아가야 하니 고역도 이만한 고역이 없다. 그런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금 <논어>를 읽고자 하는 바람은 간단하다. 나이 탓이다.

 

공자는 나는 열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 자립하였고, 마흔 살에 미혹되지 않았으며, 쉰 살에 천명(天命)을 알았고, 예순 살에 귀로 들으면 그대로 이해되었다.”고 했다. 물론 쉰을 넘긴 지금도 천명은 모른다.

 

단지 쉰을 넘긴 지금에야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밥맛을 조금 안다. 밥맛처럼 천천히 씹으며 음미하기 위해 <논어>를 펼쳤다.

자왈: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 안부지일불은, 불역군자호!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呼. 有朋自遠方來, 不亦樂呼.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呼.”

 

학교에서 학문 공부를 배운 우리 세대는 <논어> 1학이편에 나오는 이 구절을 모르지 않는다.

 

이 책은 ()’익히다의 의미가 아니라 실천의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한다. 한자의 본래 뜻이 어린 새가 날기를 연습한다는 것이다. 결국 공자가 가르친 것은 배우서 실천하라는 뜻이란다.

 

어릴적 배운 내용과 달라 첫 장부터 마치 새로 만나는 듯 반가웠다. 덕분에 택배로 책을 받은 후부터 차근차근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때로 지루하면 순서를 뛰어넘어 읽기도 했다. 어느 편에서 읽어도 삶의 지혜가 되는 말이라 찬찬히 곱씹으며 읽었다.

자왈: 부지명, 무이위군자야. 부지레, 무이립야, 부지언, 무이지인야

子曰: "不知命, 無以爲君子也; 不知禮, 無以立也; 不知言, 無以知人也.”

 

<논어> 마지막 구절이다. 책은 천명을 알지 못하면 곧 군자가 될 수 없고, 예를 알지 못하면 입신할 수 없으며, 말을 판별하지 못하면 그 사람을 진정으로 알 수 없다.”라고 옮겼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도 아직은 천명을 모른다. 그런 까닭에 군자가 될 수 없다. 그렇지만 <논어>의 한 구절, 한 구절 심심풀이 땅콩처럼 일생이 힘들고 지루하면 펼쳐 읽을 셈이다. 살아가면서 옆에서 잔소리가 아닌 조언해줄 책 한 권은 가졌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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