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손님처럼 경대한 퇴계 이황의 흔적을 찾아
- 의령 가례동천
퇴계 선생이 처가였던 의령 가례리에서 낚시하며 가례동천(嘉禮洞天)을 새겼다는 흔적이 있다. 가례동천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믄 이정표.
“퇴계 선생은 허 씨 부인에게 서로 손님같이 경대했다. 평소 거처하실 때와 서로 대화를 주고받을 때를 보면 사이가 좋지 않은 것 같이 보였다. 처음에는 금슬이 좋지 않은 듯 의심을 하지만 오래 지내보면 부부의 두터운 정을 알게 된다.”
퇴계 선생의 첫 부인인 김해 허 씨 묘비명에 쓰인 내용입니다. 조선 시대 성리학자로 모르는 이가 없는 퇴계 이황 선생은 아내를 손님처럼 경대했다고 합니다.
의령 가례면 벽화
퇴계 선생의 흔적이 깃든 곳이 의령 가례면 가례리(加禮里)에 있습니다. 처가였던 이곳을 찾아 낚시하며 가례동천(嘉禮洞天)이라 새긴 큰 바위가 있습니다.
의령 가례면 벽화
의령읍과 칠곡면 사이에 있는 가례면은 한적합니다. 면의 주요 기관이 들어선 면소재지도 고요합니다. 오히려 동네 마을 가듯 천천히 여유롭게 거닐기 좋습니다.
의령 가례동천이라 새겨진 바위 입구에 세워진 이정표. 차의 속도로 몇 번을 오가도 보이지 않았는데 천천히 걷자 눈에 잘 보인다.
길가에 이곳의 명산품인 청정 미나리 수확하는 장면이 오히려 입맛을 돋웁니다. 방귀뀌는 익살스런 벽화 앞에서는 웃음도 방귀소리만큼 크게 터집니다.
의령 가례동천이라 새겨진 바위로 가는 골목길
<가례동천>이라 적힌 비석을 따라 골목길로 접어듭니다. 이 앞을 몇 번을 지났는데도 그냥 지나쳤습니다. 차의 속도가 주위 풍광을 놓치게 한 모양입니다. 천천히 걷는 속에서 주위의 보물을 발견한 듯 반갑게 선생의 흔적을 따라갑니다.
의령 가례동천이라 새겨진 바위로 가는 골목길에서 만난 퇴계 선생 벽화.
골목길 한 모퉁이에서 퇴계 선생을 그린 벽화가 저만치에서 반깁니다. 책을 읽는 모습이 영락없는 선비의 모습입니다.
의령 가례동천이라 새겨진 바위 입구
퇴계 선생이 이곳에서 머물렀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암각문이 있는 곳을 정비하고, 안내판을 설치해 골목길에서는 찾기가 쉽습니다.
의령 가례동천이라 새겨진 바위
선생이 새겼다는 가례동천의 바위 주위에 커다란 공기돌 같은 바위가 있습니다. 짚으로 기다랗게 둘러쳐져 있습니다.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신령스런 기운이 감도는 기분이기도 합니다.
가례(嘉禮)의 유래는 퇴계 선생이 지은 ‘가례동천’이란 바위에 새긴 글씨에서 유래를 찾습니다.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의령문화원 홈페이지 자료에 따르면
“아직 입증할 만한 자료는 없는 실정이고 ‘가례동천(嘉禮洞天)’은 ‘가례(嘉禮)’라는 지명이 생기고 난 이후에 생겼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라고 합니다.
의령 가례동천이라 새겨진 바위 주위는 퇴계 선생이 이곳에서 머물렀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암각문이 있는 곳을 정비하고, 안내판을 설치했다.
또한, 같은 자료에서
“퇴계(退溪) 선생이 의령의 처가에 드나들었던 시기는 학자로서의 이름을 알리기 전의 젊은 시절이었으므로 처가의 마을 이름까지 정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었다는 허만길 박사의 주장도(허만길, 2012, 의령신문 2012년 4월 7일) 설득력이 있다.”
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의령 가례면 큰 바위에 새겨진 ‘가례동천(嘉禮洞天)’
글자에 손을 얹습니다. “손님 대하듯 공경해라(상경여빈‧相敬如賓)”의 태도를 지닌 퇴계 선생은 오늘날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부부의 도리를 일러줍니다.
의령 가례동천이라 새겨진 바위 주위에 커다란 공기돌 같은 바위 등이 신령스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남존여비(男尊女卑)의 사회질서가 굳건해지던 조선 사회에서, 여성에 관한 앞선 생각을 가진 선생의 가르침이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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