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의렁여행, 동구 밖 그림 하나 가슴에 묻다-의령 내조리 팽나무와 돌탑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9. 3. 27. 06:00
728x90


의령 내조리 팽나무와 돌탑

      

아름다운 것들이 눈에 밟히는 봄입니다. 숨 가쁘게 달려왔던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어디론가 떠나도 좋을 때입니다. 더구나 동구 밖 그림을 떠올리며 가기 좋은 곳이 있습니다. 의령 칠곡면 내조리 팽나무와 돌탑이 그렇습니다.

 


의령 칠곡면 소재지에서 자굴산 쪽으로 약 1.5km쯤 들어가면 내조리가 나온다.

 

면 소재지에서 자굴산 쪽으로 약 1.5km쯤 들어가면 마을이 나옵니다. 마을은 본동(큰동네), 양천, 아래땀, 솔밭등너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의령군청 홈페이지에 마을 유래에 따르면 옛 이름은 」「체인으로 불러왔다. 확실한 기록은 없지만 아마 신라 때의 이두(吏讀) 표기의 동명을 쉽고 뜻이 좋은 글자로 바꾸어 쓴 것으로 생각된다. 이 마을은 신라 때 우리고을 장함현의 읍지였다는 기록이 있고 서쪽 산밑에 허물어진 옛터가 있다~”는 기록처럼 마을은 퍽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의령 내조리 팽나무와 돌탑

 

<아래땀> 조금 위쪽 길 양쪽에 돌탑과 수백 년 묵은 느티나무와 팽나무 서너 그루가 서 있습니다. 지금은 주 출입로가 새로 난 신작로지만 옛적에는 나무와 돌탑이 동구 밖 그림을 만들었을 겁니다.

 


의령 내조리 돌탑



의령 내조리 돌탑

 

흔히 탑·돌탑이라고 부르는 조산(造山)은 마을로 들어오는 액이나 질병, (), 호환(虎患), 화기(火氣) 등을 막기 위해 쌓았다고 합니다. 오가는 사람이 돌 하나씩 던져 만든 돌탑과는 다른 셈입니다. 금줄을 둘러싼 탑에서 영험함이 묻어나는 기분입니다.

 


의령 내조리 돌탑



의령 내조리 돌탑

 

마을 수호신인 원뿔 대형의 돌탑에 이르자 절로 두 손이 모이고 허리가 굽어집니다. 봄바람 살랑이는 결에 살포시 제 바람 하나 얹습니다.

 


의령 내조리 팽나무


마을 어귀나 중심에서 당산나무로 흔히 심어지는 팽나무가 그런 저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팽나무는 느티나무처럼 1,000년을 살지 않지만 500년을 예사로 사는 장수 나무로 우리나라 곳곳에 당산나무로 심겨 있습니다.

 


의령 내조리 팽나무는 300년 가까운 연륜이 자랑하며 나무 둘레도 어른 혼자 안을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여기 팽나무는 300년 가까운 연륜을 자랑합니다. 어른 혼자 나무 둘레를 다 안을 수 없을 정도로 넓습니다. 높이 20m라고 하지만 올려다보자 나뭇가지들이 깊고 넓습니다.

 


의령 내조리 팽나무. 박수무당도 팽나무 아래에서 굿하는 남자 무당을 뜻하듯 팽나무는 오랫동안 우리에게 신목(神木)으로 인식되었다.

 

<한국식물생태보감>에 따르면 한글명 팽은 한자 憉木(팽목), 朴樹(박수) 등에서 유래한다고 합니다. “박수무당(朴树巫堂)이라는 것도 팽나무(朴树)로 대표되는 마을 당산나무 아래에서 굿을 하는 남자 무당을 말하듯 팽나무는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신목(神木)으로 인식되었다고 합니다. 슬며시 나뭇결에 손을 얹습니다. 눈을 지그시 감습니다. 나무의 기운을 받아들이자 몸과 마음이 깨끗하게 헹군 듯 맑아집니다.

 


의령 내조리 팽나무 나뭇가지

 

고귀함이라는 꽃말을 가진 팽나무 주위에서 신령스러운 기운을 받아 거니는데 발아래에서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봄소식을 알리는 봄까치꽃(개불알풀꽃)이 까치발로 저를 올려다봅니다.

 


의령 내조리에서 만난 봄까치꽃

 

봄이 무르익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근처 자굴산 공영주차장 한쪽에 있는 자굴루에 올라 가져간 캔 커피를 마십니다.

 


의령 자굴산 공영주차장에 있는 자굴루

 

느닷없이 떠나고 싶을 때 찾아와도 내조리 팽나무와 돌탑은 동구 밖 그림 같은 넉넉한 풍경을 전해줍니다.

 


의령 자굴루에서 바라본 자굴산

 

봄바람 맞고 싶다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 고향 같은 정경을 보고 싶다면 여기가 좋습니다.

 


의령 내조리 팽나무와 돌탑은 동구 밖 풍경을 선사한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