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넉넉한 풍광이 위로하고 희망 품게 하는 함안 악양루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9. 1. 3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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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깃 사이로 스미는 찬바람에도 떠난 2018년을 아쉬워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2019년의 해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비록 시간보다 저는 느릴지라도 야속하지 않습니다. 묵은 찌꺼기를 비워버리고 몸과 마음에 새로운 기운을 충전하기 좋은 곳으로 떠났습니다. 상쾌한 바람이 등 떠미는 함안 악양루(岳陽樓)로 향했습니다.

 


함안 악양루(岳陽樓)

 

남해고속도로 함안나들목을 나오자 왼쪽으로 난 악양 방향으로 좌회전해서 악양 삼거리에서 대산면 쪽으로 길 따라갑니다. 햇살이 함께합니다.

 


함안 함안천이 남강과 합류하는 지점에 악양루가 있다.

 

함안천을 가로지르는 악양교를 건너자 처녀뱃사공 노래비 알림판이 먼저 알은체하며 반깁니다.

 


함안 함안천을 가로지르는 악양교를 지나면 처녀뱃사공 노래비가 있다.

 

커다란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노랫비로 향했습니다. 노랫비가 있는 곳은 함안군 법수면과 대산면을 잇는 나루터였습니다.

 


함안 처녀뱃사공 노래비

 

낙동강 강바람이 치마폭을 스치면/ 군인간 오라버니 소식이 오네/ 큰애기 사공미녀 누가 뭐라나/ 늙으신 부모님을 내가 모시고/ 에헤야 데헤야 노를 저어라/ 삿대를 저어라//~”

 


함안 처녀뱃사공 노래비

 

국민 애창곡 처녀뱃사공6·25 한국전쟁 때인 1952, 유랑 극단을 이끌고 함안군을 방문했던 가수 윤항기·윤복희 부친인 윤부길(尹富吉)이 악양 나루를 건널 때 나룻배를 저어주던 처녀 뱃사공이 군대 간 오빠를 대신해 늙으신 부모를 모시고 있는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노래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작사는 윤부길이 하고, 작곡은 한복남(韓福男), 노래는 가수 황정자(黃貞子)가 불렀습니다.

 


함안 처녀뱃사공 노래비 있는 곳은 함안군 법수면과 대산면을 잇는 나루터였다.

 

노래비에는 지그시 눈을 감고 먼 산을 향한 처녀의 머릿결이 바람에 흔들리는 듯 보입니다.

 


함안 처녀뱃사공 노래비 옆으로 난 2차선 길 건너 식당 <악양루가든>에서 120m 거리에 악양루가 있다.

 

노랫말을 따라 절로 흥얼거리자 지나는 바람이 살포시 뺨을 어루만지고 지납니다. 노래비 옆으로 난 2차선 길을 건너 식당 <악양루가든>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식당 옆 하천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120m 가면 악양루가 나옵니다. 남강을 향해 내달리는 함안천 가장자리는 하얗게 얼었습니다. 가장자리를 시작으로 얼은 하천은 하얀 선을 추상화처럼 드러냅니다.

 


함안 악양루로 가는 산책로에서 바라본 함안천은 가장자리를 시작으로 얼어 하얀 선을 추상화처럼 드러낸다.

 

절벽 사이로 난 길을 따라가는 데 큰 바위 얼굴 같은 바위가 저만치에 보입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바위에 내 모습을 비춥니다.

 


함안 악양루로 가는 길에서 만난 큰 바위 얼굴 같은 바위

 

다시금 하천을 따라 난 길을 가다 머리 조심이라는 글귀와 함께 산책로를 가로지른 바위가 보입니다. 잠시 머리를 숙이며 삶을 만만하게 봤던 나를 돌아봅니다. 나를 다시 겸손하게 만듭니다.

 


함안 악양루로 가는 산책로를 가로지른 바위 덕분에 잠시 머리를 숙이며 삶을 만만하게 봤던 나를 돌아본다.

 

함안천이 남강과 합류하는 절벽에 악양루가 보입니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광이 와락 안깁니다. 내가 악양루인지 악양루가 원래 나였는지 모를 정도로 풍경 속에 녹아들었습니다.

 


함안 악양루에서 바라본 풍광

 

악양루(岳陽樓)

중국의 명승지인 웨양(岳陽)처럼 아름다워 누각의 이름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1857(철종 8)에 건립된 누각으로 단층 팔작지붕 건물로 정면 3, 측면 2칸 규모다. 6·25 한국전쟁 뒤 복원한 것을 1963년에 중수했다. 안씨 문중 소유로 문중에서 관리한다.

 

청남(菁南) 오재봉(吳齋峯)이 쓴 악양루 현판 아래에 서자 법수면 너른 들과 남강이 푸른 하늘을 품고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함안 악양루 현판 아래에 서자 법수면 너른 들과 남강이 푸른 하늘을 품고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파노라마 풍경은 넉넉하고 여유롭습니다.

 


함안 악양루에 서면 남강과 합류한 함안천과 법수면 들판이 넉넉한 풍경으로 다가선다.

 

악양루를 나와 악양생태공원 쪽으로 난 길을 좀 더 걸었습니다.

 


함안 악양루 산책로

 

바위 틈새에 여느 사람의 바람이 돌에 담겨 층층을 이룹니다. 간절한 바람에 저 역시 돌 하나, 바람 하나 얹었습니다.

 


함안 악양루 산책로에 바위 틈새에 여느 사람의 바람이 돌에 담겨 층층을 이룬다.

 

강을 따라 난 길을 오가는 동안 애초 갖고 왔던 2018년의 묵은 찌꺼기는 바람을 타고 이미 떠난 지 오랩니다. 넉넉한 풍광이 나를 위로합니다. 그리고 다시 희망을 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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