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멈췄다. 익숙한 관성에서 벗어나자 풍경이 달리 보였다. 하동과 진주를 오가며 그저 지나쳤던 평화로움이 밀려왔다.
하동군 횡천면은 순천~진주 간 국도와 경전선이 동서로 지나는 교통의 요지다. 도인촌으로 유명한 청학동으로 가는 관문이기도 하다. 그동안 오가기만 할 뿐 멈추지 않았다.
참게, 다슬기 등으로 유명한 청정 1급수 횡천강이 지나는 횡천면은 인구 2,357명(2010.12.31.)의 작은 면이다. 강가에서 펼쳐지는 풍광은 전혀 작지 않다. 찾은 날은 지리산에서 내린 비가 산기슭의 흙을 주섬주섬 챙겨오느라 황하처럼 누른빛이다.
아무렴 어떤가. 찬찬히 거니는 진녹색이 뚝뚝 떨어지는 강의 풍경은 숨어 있는 보석처럼 빛난다.
여름은 휴가의 절정이다. 1년 동안 열심히 살아온 우리에게 휴식의 시간은 반갑고 소중하다. 몸과 마음을 쉬러 떠난 여행지에서 우리 같은 처지의 수많은 이웃을 만나면 여행은 사람에 치여 제대로 쉬지 못한다.
여기는 사람들의 때가 덜 묻었다. 도시의 문명에서 잠시 비켜선 이곳에서는 풍경은 잠시라도 느리게 살아가라 여유롭다. 푸른 강이 감싼 안은 풍광이 시나브로 고요하게 행복으로 차오른다.
여름이 농익어가면 이곳도 물놀이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강 한쪽에는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고 건너편에는 사람들이 그늘막을 쳐놓았다.
도시와는 다른 지리산 시원한 바람이 몸을 훑고 지나간다. 눈을 감는다. 지리산과 횡천강이 함께 와락 껴안는 평화로움을 온몸에 담는다.
계획 없이 떠난 길에서 만난 포근한 풍경은 일상의 무게를 벗어던지게 한다. 느긋하게 이곳을 음미하게 한다.
모두가 느리지만, 행복은 융숭하게 밀려온다. 잠시 익숙한 길에서 멈춰 강가를 거니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층전한다.
이글거리는 태양의 열기에 몸과 마음이 지쳐 앞으로 살아갈 힘을 얻고 싶다면 여기 지리산과 횡천강이 어우러진 느린 풍경 속에 동참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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