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바다도 배도 사람도 쉬었다 가는 창선도 왕후박나무 그늘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8. 6. 22.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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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여름, 밀당이 끝났습니다. 초록은 진녹색으로 탈바꿈한지 오래입니다. 햇살은 온 세상을 익힐 듯 강렬합니다. 아주 특별한 순간으로 우리 곁에 머물다 가는 유월의 찬란함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창선도에 숨은 비밀의 정원에서 위안받으며 에너지를 충전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중 하나인 창선-삼천포대교를 건너 본격적으로 남해군 창선면으로 들어서자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고즈넉한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동화 속 보물섬이 여기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열어놓은 차 창문 너머로 바람 끝에 짭조름한 바다내음이 묻어납니다. 오가는 길은 바다의 정취를 누리기 부족함이 없습니다. 차는 단정 마을 앞에 멈췄습니다. 마을 뒤에 있는 산막산이 단학(丹鶴)이 나르는 형상을 하고 있어 단정(丹頂)이라 불린다고 합니다. 마을 정자에 앉자 주위를 둘러봅니다. 바다도 배도 사람도 쉬어갑니다.

 

마을 정자를 떠나 10여 분 더 달려 하늘과 맞닿은 바다의 푸른빛이 겹치는 부근에 아름드리나무가 눈에 들어옵니다. ‘쳔연기념물 제299호 남해 창선도 왕후박나무라는 큼직한 안내판 아래로 남해 마늘이 꾸덕꾸덕 익어갑니다.

 

남해 창선도 왕후박나무


경상남도 남해군 창선면 대벽리 699-1에 위치

천연기념물 제299호인 왕후박나무는 높이는 9.5m이고 나무의 나이는 500년으로 추정가지 길이는 동쪽 10.4m, 서쪽 7m, 남쪽 7.7m, 북쪽 12m.

가슴높이의 줄기둘레는 가장 작은 것이 1.1m, 다음이 1.3m, 1.4m(2), 1.6m, 1.9m(2), 2m, 2.25m, 2.35m 2.85m이다.

밑에서 11개로 갈라져 퍼져 있어 11개의 묘목을 심은 것이 같이 자라면서 밑부분이 합쳐졌다고도 보고 있다.

 

작은 시멘트 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다가갑니다. 밑에서 갈라져 올라온 11개의 가지가 우산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지그시 눈을 감고 이순신 나무라는 별명을 가진 나무에 손을 얹었습니다. 이곳은 여수와 통영의 한려수도 가운데쯤에 있는데 장군이 이 부근의 일본군을 물리치고 이곳 왕후박나무 그늘에서 쉬었다고 합니다.

 

왕후박나무는 이름처럼 나무는 후박하고 넉넉하게 그늘을 내어줍니다. 나무는 용왕이 보낸 나무라고 합니다. 500년 전에 이 마을에서 고기잡이하는 노인 부부가 어느 날 큰 고기를 잡았는데 뱃속에서 이상한 씨앗이 나와 그 씨앗을 뜰 앞에 뿌린 것이 자라 현재에 이르렀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용왕이 어부를 보호하기 위해 보낸 나무라 여기며 해마다 제사를 올리고 있습니다.

 

후박나무 껍질을 후박피(厚朴皮)’라고 하는데 <동의보감>에서는배가 부르고 끓으면서 소리가 나는 것, 체하고 소화가 잘 안 되는 것을 낫게 하며 위장을 따뜻하게 하여 장의 기능을 좋게 한다. 설사와 이질, 구역질을 낫게 한다라고 합니다. 유명한 울릉도 호박엿이 원래는 이(齒牙)에 좋은 후박 껍질을 약용으로 만들어 먹었는데 언제부턴가 호박엿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래저래 좋은 나무인 모양입니다.

 

햇살 가린 넉넉한 그늘을 안겨주는 정자나무에 앉았습니다. 바람이 시원하게 오갑니다. 가져간 캔커피를 마시는 동안 몸과 마음도 덩달아 위안을 받습니다. 오가는 사람 누구나 쉬어가라 곁을 내주는 왕후박나무의 늘어진 그늘에서 일상의 고단함을 잊고 쉬어가기 좋습니다.

 

하늘과 바다가 눈부시게 파란 색으로 채워지는 보물섬 남해에서, 이순신나무 그늘에서 마음껏 즐긴 하루입니다. 기분마저 산뜻한 파란으로 물들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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