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산청 명소, 개만도 못한 요즘, 의를 실천한 개를 만나다- 의구비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8. 4. 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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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개띠의 해’라는 올해 개의 이야기를 찾아 나섰다. 신등면 단계와 법물 중간에 있는 작산마을로 향했다.



작산마을에 이르렀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는데 어른 허리에 닿을 기다란 돌 두 개가 논두렁에 꽂혀 있다. 마을 주민에 따르면 마을의 대문이라 세웠다고 한다.



어찌 보면 칼날이 꽂힌 것 같기도 하고 사람 모양의 문인석 같기도 한 돌들이 서 있는 풍경이 낯설다.

봄이라 그런지 마을회관에 아무도 없어 개의 전설이 깃든 의구비 위치를 물어보기 어려웠다.

여러 집에 인기척을 한끝에 겨우 위치를 알았다. 할머니는 어디서 왔느냐, 왜 돌을 알려고 하느냐며 경계를 멈추지 않았다. 몇 해 전에 돌을 훔쳐가려는 사람이 있어 마을 사람이 경비를 선적도 있었다며 낯선 사람을 경계한다.



마을을 지나 뒤쪽 도장골로 향했다.



겨우 차 한 대가 지나갈 시멘트 농로가 끝나는 부근 언덕에 높이 1.5m, 넓이 80cm 의구비(義狗碑)라는 돌을 만났다.



내 눈에 그저 넓적한 돌에 불과한데 길 안내에 나서 할머니는 자세히 보라며 돌에 개 모양이 새겨져 있을 거라고 한다. 말을 듣고 보니 돌에 알 수 없는 모양의 문양이 새겨진 것인지 원래 있던 것인지 보이기도 했다.



지금은 작은 연못이지만 예전에는 연못이 의구비가 세워진 곳까지 넓었다고 한다. 의구비에 얽힌 전설에 따르면 어느 날 마을 부인 한 사람이 빨래하고 있었다. 외진 산골에서 탁발하고 돌아가던 중이 부인을 겁탈하려고 하자 마침 주인을 따라온 개가 중을 물으뜯고 싸움을 벌렸다.



중은 도망을 갔지만 사흘 뒤에 개가 죽었다. 봉변을 면한 가족들이 주인에게 목숨을 걸고 충성을 다한 개의 죽음을 애처롭게 여겨 이곳에 묻어주고 이 큰 빗돌을 세워서 표지한 것이다.

의를 실천한 개를 떠올리며 문득 개보다 못한 요즘의 세태가 아쉽다. 더불어 ‘의’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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