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소풍 가라고 등을 떠민다. 햇살을 벗 삼아 마실 가듯, 소풍 가듯 길을 나섰다. 4차선의 빠른 길이 아니라 2차선의 옛길을 따라 산청군과 의령군,합천군이 맞대어 붙은 생비량면 송계리에 있는 경남간호고등학교로 향했다.
바람을 가르며 지나는 4차선 길 밑에 느긋하게 즐기는 인근 주민들의 쉼터가 있다.
옛 다리에 어디로 마실가는지 할머니 한 분이 천천히 햇살을 안으며 건너간다. ‘충효로’라 불린 간호고 진입로에 앞에는 개나리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마치 꿈속을 거닐게 한다. 추운 겨울에서 기다렸던 보람을 맘껏 느껴보란 듯 뽐내는 봄꽃의 잔치에 설렌다.
봄별을 닮은 개나리가 봄 햇살만큼 쏟아졌다. 원산지가 한국인 개나리는 ‘희망, 기대, 깊은 정, 달성’ 이라는 꽃말과 달리 슬픈 전설도 많다.
옛날 아버지 없이 삯바느질로 겨우겨우 먹고사는 집에 어머니와 네 식구가 겨우 겨우 살아갔다. 어머니가 병으로 눕자 큰 딸인 개나리가 동냥을 해 동생들과 어머니를 먹여 살려 겨우 겨우 살았다. 흉년이 들어 동냥질로도 먹고 살기 어려운 어느 날 아궁이에 군불 때고 주린 배를 서로 참으며 꼭 껴안고 잠이 들었는데 아궁이 불이 옮겨붙어 집을 태웠다. 태운 자리에 개나리가 피었다고 한다.
슬픈 전설만큼이나 눈 시리도록 어여쁜 빛깔에 넋을 잠시 잃었다.
꽃향에 취하듯 걷다가 학교 정문 너머 메타세쿼이아 두 그루에 나도 모르게 멈췄다.
위풍당당한 모습이 아름다웠다.
진입로에서 벗어나 개울로 향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새 한 쌍이 개울을 따라 날아간다. 그들 따라 시선이 따라 움직이자 흐르는 물 따라 고민이 흘러간다. 기분이 바뀐다.
불과 500m도 채 되지 않는 학교 주위 개나리와 벚꽃길이 퍽퍽했던 가슴을 촉촉하게 만든다. 봄은 소풍의 계절이다. 소풍 가듯 마실 가듯 다녀온 길에서 봄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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