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없어져도 마을은 남아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6월 6일, 한센인과 중증장애인들의 보금자리 산청성심원에서 열린 마을공동체 비전 세미나에 참가한 마을경로회장의 말씀입니다. 산청 성심원에서 6일과 7일 이틀간 세상과 소통하고자 개최하는 '제11회 성심 어울림 축제'가 <산청성심원 미래 마을 만들기> 세미나로 먼저 문을 열었습니다.


오전 10시, 세미나가 열린 산청성심원 뜨락에 있는 화목한의원 2층 <모두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모두의 집>에 들어서면 갤러리에 들어선 기분입니다.

벽면마다 그림들이 반갑게 우리의 눈길과 발길을 붙잡기 때문입니다. 일상 속 긴장의 끈이 스르륵 풀어지는 기분입니다.

찔레꽃 향내가 물씬 풍기는 그림을 지나 세미나가 열리는 공간으로 들어섰습니다. 성심원의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 궁금한 이들로 공간은 가득했습니다.

본격적인 세미나에 앞서 마을 주민을 대표해 김성래 경로회장은 “한센인이라는 사회의 편견과 냉대 속에서도 1959년 6월 성심원에서 보금자리를 꾸미고 살아왔던 이들도 성심원 66년의 역사 속에 차츰 사라지고 있다”라며 “우리가 없어지더라도 이 마을은, 성심원은 좋은 터전으로 누군가의 보금자리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이어서 엄삼용 산청성심원장은 “탈시설의 시대적 흐름 속에서 프란치스코 성인처럼 재밌고 신나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으는 자리였으면 하는 바람”을 인사에 갈음했습니다.

지난해부터 성심원 뜨락에 화목한의원을 세우고 둥지를 함께하고 있는 산청의료사회적협동조합 김명철 이사장은 “이미 새로운 마을은 시작되었다”라며 “건축가의 상상을 그림으로 만들어 보이면 우리가 논의하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자”라고 부탁했습니다.

인사말이 끝나자, 이날 세미나는 천편일률적인 보통의 학교 건물을 벗어나 “이게 학교 건물이 맞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색다른 모습을 갖추고 학생과 교사가 행복한 학교로 거듭난 사천 용현면 용남고등학교의 교육 공간 촉진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범주 ㈜참신한건설 대표의 ‘성심원 미래 마을 구상, 우리 함께 숲이 되어 볼까요!’라는 기조 발표가 있었습니다.

박 대표는 80세 이상의 고령 한센인들이 생활하는 성심원과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인 성심인애원은 지리산 웅석봉을 등지고 경호강을 따라 형성된 예전 면 소재지 규모의 마을로 다시 태어나게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박 대표는 천주교 프란치스코 성인의 가르침에 따라 지난 수십 년 동안 ‘보살핌’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던 성심원 앞에 닥친 시대의 변화 속에 어떻게 돌봄의 방식이 진화하고 장애인과 노인, 청년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는 가능할지 고민했다고 했습니다.

그런 고민 속에서‘성심원 마을’을 단순한 돌봄 시설이 아니라 세대와 장애 여부를 넘어 기존 기반 시설을 재구조화와 재생을 해서 공동 주거 공간, 마을 커뮤니티 센터, 공유 부엌, 작업 공방 등으로 탈바꿈하는 성심원의 미래를 그림처럼 우리에게 펼쳐 보였습니다.

기조 발표가 끝나자, 참석 패널들과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사단법인 이웃사랑복지재단의 유수상 대표이사를 좌장으로 이상신 온유장애인보호작업장 원장과 김성리 전 인제대 교수의 패널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이상신 원장은 “한센인과 장애인 최후 1인까지 행복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모든 계획에 그들이 중심이었으면 한다”라고 당부하며 “일이 없으면 삶도 없으니 장애인 직업 재활 공간을 설치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김성리 전 교수는 “10년 후에도 아직 생활할 한센인들의 모습이 미래공동체 안에는 보이지 않는다”라며 “화목한의원과 ‘산청지역청년모임 있다’가 단순히 공간만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한센인과 장애인이 사회인들과 교류하고 함께할 수 있는 진정한 마을공동체가 되길” 바랐습니다.


패널들의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습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참가한 허찬 씨를 비롯해 한센인 어르신들도 열심히 메모도 하며 세미나의 처음부터 끝까지 귀를 기울이며 마을의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 함께 상상의 나래를 타기도 했습니다.

오후에는 제1회 풍현마을파크골프대회가 열렸습니다. 성심원 주차장 옆 빈터가 한센인과 장애인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파크골프장으로 이번에 문을 열어 주민들과 소통하고 나누는 사랑의 공간으로 변했습니다.

“굿샷~!”
엄 원장의 짧고 굵은 인사말로 대회가 열렸습니다. 공정과 상식이 있는 심판을 하겠다는 심판진의 다짐 속에서 엄 원장의 시타로 파크골프가 본격적으로 푸른 잔디밭에서 펼쳐졌습니다.

파크골프는 한센인, 장애인, 지역 주민, 봉사자 등 마을공동체 이웃들이 함께 만들어가고 참여하는 행사였습니다. 성심원 파크골프는 9홀이라 두 번을 돌았습니다.


발달장애인은 함께한 직원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골프채를 들고 멀뚱멀뚱하기도 합니다. 곁에 있던 직원들이 마치 아기 백일 사진을 찍듯 재롱을 떨며 공을 치도록 달랩니다.

“아야야~”
“아까비”
골프공이 구멍 위를 살짝 건너뛰자 아쉬운 탄식도 여기저기에서 흘러나왔습니다.

“땡그랑 하고 홀컵에서 내가 친 공이 들어가서 울릴 때면 나도 모르게 기운 나온다”라며 새로운 삶의 활력소가 되었다고 하는 가미화 어르신은 결국 이번 대회 초대 우승자가 되었습니다.

승부를 겨루고 모두는 화덕피자 전문점 '카페 나루터'로 향했습니다. 한때 육지 속의 섬이었던 성심원과 세상을 이어주던 나룻배가 오가던 나루터에 자리한 카페는 이제 장애인도 취업과 자활을 꿈꾸며 자활 터전과 사랑의 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달곰한 빙수 덕분에 한낮의 무더위와 세상의 시름을 잠시 잊습니다. 무료한 일상이 조금씩 깨어나면서, 일상의 아름다움이 무엇이었던지 일깨워줍니다.

한편, 제11회 성심어울림축제는 7일에도 이어집니다. 오전 10시 천주교 마산교구장 이성효 리노 주교님 참가해 성심원 개원 축하 미사를 시작으로 성심원에서 살아있는 성인으로 불리는 유의배 알로이시오 신부님의 팔순 잔치와 한센 어르신의 팔순과 구순 잔치가 있을 예정입니다. 또한, 초여름 밤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가수 유리상자 콘서트도 뜨락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소담한 삶의 이야기 묻어나는 산청성심원으로 여름 소풍을 떠나면 어떨까요?
#산청성심원 #성심원 #성심인애원 #성심어울림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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