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을 며칠 앞둔 1월 23일, 초등학교 5학년 막내 녀석과 단둘이 진주청동기문화박물관을 다녀왔다. 1박2일로 가족 나들이도 다녀왔지만 5학년 2학기 사회 교과서에서 배우는 ‘역사’를 어려워한다. 사회(역사)과목을 방학을 맞아 공부하는 아이에게 실감 나는 현장을 둘러보게 하려는 까닭 등이 추운 날씨에도 굴하지 않게 했다.
진주 대평면 진양호변에 세워진 <진주청동기박물관>
박물관 입구에 도착하자 말자 아이는 태블릿 PC를 꺼내 사진을 찍는다. 몇 번 다녀온 곳이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한 모양이다. 박물관 입구 앞에는 깔때기 모양의 기둥 밑을 지난다.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마치 하늘에서 빛이 쏟아지는 형상이다. 시간 여행을 나서는 우리를 반기는 모양새가 좋다.
<진주청동기박물관> 전시실로 올라가는 계단 한쪽 벽면에는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조선, 고려, 통일신라, 삼국시대, 고조선, 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어 있다.
1층 영상관은 매 30분 간격으로 입체 영화를 상영하는데 우리는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전시실이 있는 2층으로 향했다. 계단 옆 벽면에는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조선, 고려, 통일신라, 삼국시대, 고조선, 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어 있다. 찬찬히 벽면을 글자를 읽으면서 계단을 올랐다. 아이가 벽면 중 하나에 손가락을 가리킨다. 소싸움과 유등축제 사진이다. 현재의 우리 진주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면서 다녀온 지난날을 떠올렸다.
<진주청동기박물관> 전시실.
요즘 복습하는 사회 교과서에 등장하는 청동기 시대 이전에는 눈 크게 살핀다. 덩달아 나도 눈이 커진다. 2층으로 올라가자 바닥에 진주의 대형 위성 사진과 함께 주요 유적지를 표시한 그림이 나왔다. 그 옆으로 세계 각지에서 꽃피운 청동기 유물에 관한 설명이 한쪽 벽면 가득 사진과 그림, 지도와 함께 나왔다. 이집트의 청동기 유물을 비롯해 4대 문명의 사진 앞에서 아이는 놀란다. 우리나라 역사 안의 청동기가 아닌 세계 속의 청동기 시대를 아직 이해하지 못한 듯하다.
전시실로 들어서자 천정과 발아래에 별자리가 그려져 있다. 농사가 중요한 시기에 별자리를 보며 날씨를 알기 위해 애쓴 선조들의 지혜를 잠시 엿본다. 왼쪽으로부터 유물을 살피면 전시실을 둘러보기 좋은 데 아이는 오른편 발굴과정부터 먼저 살핀다. 재현한 발굴 현장의 축소 모형과 영상을 보는 아이가 진지하다.
불과 몇 년 전에는 아이는 수첩에 연필로 주요 유물 설명 등을 옮겨 적기 바빴는데 사진으로 담는다. 자신의 눈이 아니라 태블릿 PC에 장착된 카메라로 유물을 구경한다. 사진 찍는데 열중인 듯해서 설명문을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발굴 재현 모형을 떠나 전시실 왼편 토기부터 관람했다. 역시 태블릿 PC를 꺼내 사진을 찍는다. 불과 몇 년 전에는 수첩에 연필로 주요 유물 설명 등을 옮겨 적기 바빴는데 사진으로 담는다. 자신의 눈이 아니라 태블릿 PC에 장착된 카메라로 유물을 구경한다. 사진 찍는데 열중인 듯해서 설명문을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전시실에 다행히 우리 둘 이외는 없어 아이가 읽어주는 청동기 토기 유물에 관한 설명을 천천히 들을 수 있었다.
박물관 어디를 가도 온통 토기뿐인 이유는 시대를 불문하고 토기가 많이 사용된단다. 썩지 않아 발굴되는 양이 많기 때문이란다. 다른 용기에 비해 만들기 쉽고 잘 부서져 계속 새로운 토기를 만들어 사용해 변화를 가장 잘 나타내는 유물이란다. 고고학자들의 보물이 토기인 셈이다.
재현한 청동기 시대 밥상은 요즘의 웰빙식이다.
토기 옆에 있는 대평인의 밥상은 요즘의 웰빙 밥상 같다. 조밥과 조갯국에 민물생선구이 나물, 마늘 반찬, 도토리묵 등이 차려져 있다. 이 모두를 한 상 가득 차려 늘 먹지는 못했겠지만 아이는 치킨이 왜 없는지, 돼지고기가 없는지 아쉬워했다.
청동기 시대 대평마을을 재현한 모형물.
청동기 시대지만 돌호미, 돌칼, 돌도끼와 같은 석기로 만든 유물이 많았다. 귀한 청동기는 이른바 족장을 비롯한 부유한 지배층의 권위 상징이다. 찬찬히 구경하고 있는데 아이는 훌쩍 저만치 한쪽 가득 대평마을을 조밀하게 재현한 모형 앞으로 가버린다. 영상과 함께 청동기 시대의 대평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형 속에서 그려진다. 고고학자들의 유물 발굴과 노력이 밑바탕 되었겠지만 몇 천 년을 거슬러 이렇게 이야기를 만들고 재현한 사람들의 상상력이 놀랍다. 이른바 ‘스토리텔링’이다. 마을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찬란한 청동기 문화를 꽃피웠던 대평마을 사람들은 어디로 갔는지를 입체감있게 설명하고 있었다. 아이는 무릎을 꿇고 영상에 푹 빠졌다.
삶과 죽음이 따로 없었던 청동기 시대 사람들의 무덤 속 부장품덕분에 시간을 거슬러 당시을 살필 기회를 잡는 계기가 될 것이다. 대평마을에서 많이 출토된 옥을 구경하는데 전시실 내 작은 상영관으로 아이는 나를 이끈다. 찬란한 청동기 문화를 꽃피웠던 대평마을 사람들은 어디로 갔는지를 입체감있게 설명하고 있었다. 아이는 무릎을 꿇고 영상에 푹 빠졌다. 사라진 이유 중 하나가 새로운 철기문화를 꽃피워 이웃 일본으로 건너간 것은 아닐까라는 물음에 아이는 일본으로 가자고 손을 끈다.
진주청동기박물관 전시실 밖에는 그릇 변천에 관한 유물과 설명이 빙 둘러 전시되었다.
전시실 밖에는 그릇 변천에 관한 유물과 설명이 빙 둘러 전시되었다. 백자, 청자, 토기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좋다. ‘수몰 전 대평을 추억하다’는 사진전이 작은 도서실 앞에 열렸다. 진주성 의암 바위로 신혼여행 온 신랑 신부의 사진이 그중에서 눈길을 끌었다. 평범한 기념사진이지만 수십 년 전 소중한 가족의 출발이었지 싶다. 몇 점 없는 사진전 속 사람들의 옷차림이며 풍경을 구경하는 데 벌써 아이는 모형 청동기 시대 토기 퍼즐을 맞추고 있다.
진주청동기박물관 전시실 한쪽에는 통유리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작은 도서실이 있다. 아이에게 청동기 시대가 배경인 『생활사박물관 고조선』 편을 읽어보라 권했다.
통유리 너머로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진양호가 잔잔하게 들어온다.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통에 서가에서 책을 한 권 꺼내 잠깐 읽었다. 토기 맞추기 퍼즐을 끝낸 아이도 내 옆에서 책을 읽는다. 사계절에서 나온 그림만 봐도 좋다며 청동기 시대가 배경인 『생활사박물관 고조선』 편을 읽어보라 권했다. 방금 전시실에 본 내용이 책에서 나오자 좀 전에 본 것이라며 좋다고 했다.
재현한 청동기 시대 대평마을 야외 아궁이와 조형물.
햇살 보금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에서 청동기 시대 대평마을을 배경으로 한 입체 영상을 관람하고 나왔다. 밖은 춥다. 박물관에서 논지 2시간이 가까웠다. 아쉽게도 박물관에는 자판기가 밖에 하나 있다. 다른 매점을 비롯한 겨울에 이용하기 좋은 편의 시설이 없다. 주전부리가 없어 입이 심심한 아이를 겨우 달래서 목책을 빙 둘러 세우고 재현한 청동기 시대 대평마을 속으로 들어갔다.
재현한 청동기 시대 움집에서 진양호 쪽으로 바라보면 재현한 조형물 사람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여기 온 듯 착각하게 한다.
사람과 신을 연결해주는 영혼의 전령 전달자 새를 형상화한 솟대를 지나 마을 속으로 성큼 들어서자 오른편에 커다란 토기 모형의 조형물이 나왔다. 토기에 들어가 하늘 한번 바라봤다. 하늘은 맑고 푸르다. 토기 속을 나오자 찬바람이 쌩하고 지나간다. 마을 한가운데 야외 들어가자 아궁이와 재현한 조형물이 나온다. 아궁이의 훈기를 그립다. 재현한 움집으로 들어갔다. 단출한 살림살이에서 청동기 시대 집주인의 손길과 온기가 스며난다. 바닥을 파서 만든 움집에서 진양호 쪽으로 바라보면 재현한 조형물 사람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여기 온 듯 착각하게 한다.
재현한 청동기 시대 대평마을 목책 너머에 옮겨져 전시 중인 진주시 가호동 청동기 시대 무덤.
날이 추워 재현한 마을에서 오래 머무를 수 없었다. 급하게 반대편 목책 사이 문으로 나왔다. 가호동에서 옮겨온 무덤을 지나 진양호를 낀 산책로를 그냥 지나쳐 주차장으로 향했다. 추운 날씨가 아니었다면 찬찬히 주변을 산책하며 겨울 철새들의 노니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사진을 뽑아 여행보고서를 만들면서 아이의 방학숙제로 오늘 나들이를 갈무리했다. 역사가 어렵다는 아이에게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둘러보게 하기에는 진주청동기박물관이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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