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나들이

경상대학교 흔적 마감전에서 또 다른 시작점을 찾았다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5. 11. 2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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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의 하늘은 회색빛을 켜켜이 쌓았다. 주차장에서 학생회관으로 가는 길은 추웠다.

 

 

교양학관으로 가는 학생들도 잔뜩 고개를 숙이고 몸을 붙여 걸어간다. 총학생회 선거를 앞두고 선거 펼침막에 바람에 펄럭인다.

    

교양학관 앞에 단풍나무는 붉은 잎들을 떨구고 몇 남은 잎을 부여잡고 있다. 그러나 안다. 곧 다시 빨간 잎을 띄울 그 날이 오리라는 것을.

    

학생회관 2층으로 올라가면서 이용원 앞을 지나갔다. 일반인 커트 6,000원 학생은 그 절반. 빨래건조대에 걸린 수건보다 더 많이 이곳을 한때 이용했다. 학생회관 2층 라운지.

    

햇살이 곱게 드는 남동쪽 한켠에 경상사진마을 흔적 2015년 마감전이 열리고 있다. 25일부터 27일까지. 흔적은 1년에 4번의 사진전을 한다.

 

신입 회원을 모집할 때 여는 열림전, 5월 축제 때 하는 주제사진전과 신입회원전, 10월 개척대동제 때 여는 정기사진전과 한 해를 마감하는 마감전(졸업전 병행)이 열린다.

    

이번 마감전에는 졸업전이 없다. 재학생들의 흑백사진전만 열린다. 그러나 컬러사진이 있고 졸업 아닌 자퇴생의 사진들이 있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학교를 그만둔 19기 여도송의 사진전도 함께 한다. <세월>이라는 컬러사진 너머에 빛바랜 비석이 주는 은은한 빛의 여운은 흑백처럼 담담하다. 모쪼록 사회에서도 건강하게 잘 지내고 흔적이라는 소중한 인연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감전에는 제목이 액자 모퉁이에 달려 있다. 제목들이 뜨끔뜨끔하다. <큰 나무를 못 보는 이>라는 이광평(25기,기계공학2)의 사진은 빨리빨리~’ 숨 가쁘게 살아온 내 걸음을 잠시 멈춰 세운다.

 

<8:45>이라는 사진은 문득 내 휴대전화를 꺼내 시간을 살피게 한다. 그 시각 나는 뭘 했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런데 왜 845분일까? 오전이 아니라 오후의 시각일까? 저 찢긴 듯 작은 사이로 들여다보고 싶은 오각형 모양의 구멍은 무얼까?

    

장난감카메라로 찍은 <가을햇살>은 비싼 카메라가 좋은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님을 다시금 일깨운다.

 

<좋았던 순간은 늘 잔인하다(김수혜,25,철학2)>는 제목과 달리 사진 속 주인공은 환하다. 군대 간 연인일까. 아니면 이용원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게 했던 나처럼 이별한 옛 애인이라도 떠올리는 걸까. 사진은 제목과 상반된 모양새로 궁금증을 자아낸다.

    

한쪽 구성에 아이를 안고 원숭이 사진은 <부부싸움, 지켜보는 자식의 상처>. 부모 된 처지에서 더욱 가슴 저미게 한다. 아침 햇살, 가을 햇살처럼 햇살을 찍은 사진이 많다. 사진이 빛 그림이라는 뜻처럼 빛을 잘 담은 사진들이다. 나 역시 햇살이라는 단어를 즐긴다. ‘해찬솔햇살 가득 머금은 푸르른 소나무처럼 옹골차게 살자라는 뜻이다. 그래서 한 번 더 사진을 들여다본다.

    

<마침 fine>이라는 사진은 제목을 보지 않았을 때는 공연을 준비하는 시작이라고 지레짐작했다. 마침은 끝이 아니라 시작과 연결된 셈이다. 이번 흔적 마감전도 끝이 아니라 내년과 내후년을 기약하는 또 다른 시작점이다.

 

    

휘리릭 사진들을 보았다. 가지고 간 캔커피를 내려놓았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다. 따뜻한 온장고에 있었다면 훈기를 전해줄 따뜻한 캔커피가 되었을 것이다. 냉장고에 있었다면 더위를 몰아내는 시원한 청량감을 안겨준 커피였을 것이다. 흔적 후배들이 이 캔커피를 따뜻하게도, 시원하게도 만들 수 있는 열정 가득한 사진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흔적 1기라는 사실이 또한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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